“한 명 낳아도 200만원” 저출생 지원금 보따리 푸는 서울 구청들
“현금성 지원보다 성평등·일과가정균형 등 근본 요인 해결해야”
서울시 자치구가 첫 아이 출생 시 200만원 양육지원금을 지원하거나 100만원의 출생축하금을 주는 등 현금성 지원책을 쏟아내고 있다. 국가적 난제인 저출생 위기 극복을 위해서다. 지난 2022년 17개 시도 가운데 서울이 합계 출생률 꼴찌(0.59명)를 기록하면서, 출생률 올리기에 힘쓰는 것.
30일 서울시 공공데이터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관악구 합계출생률은 0.422명으로 25개 자치구 가운데 가장 낮았다. 이어 광진구 0.461명, 종로구 0.477명, 강북구 0.483명, 강남구 0.490명 순이다. 마포구 0.529명, 동작구 0.567명, 도봉구 0.573명, 금천구 0.588명, 강서구 0.588명 등도 서울시 합계출생률 평균(0.593명) 수준에 그쳤다.성동구 0.723명, 강동구 0.719명, 노원구 0.716명 등도 다소 높았으나, 지난해 전국 합계출생률(0.78명)을 넘어선 곳은 서울 자치구 중 한 곳도 없었다.
이 같은 저출산 위기 속에서 자치구들은 여러 지원책들을 내보이며 출산 가정의 경제적 부담 완화를 돕고 있다. 강남구는 첫 아이를 낳으면 소득 기준과 상관없이 출산양육지원금 200만원, 산후건강관리비 최대 50만원을 합쳐 총 250만원을 지급한다. 정부 지원사업인 첫만남 이용권(바우처 200만원), 부모급여(월 100만원), 아동수당(월 10만원), 임산부 교통비(바우처 70만원) 등 총 380만원을 추가로 받을 수 있다. 서울시 지원사업 산후조리경비(바우처 100만원), 서울 엄마아빠택시(바우처 10만원)등을 모두 합치면 지원금은 최대 740만원이다.
광진구도 기존 셋째 아이 출생 시에만 지원하던 출생축하금을 새해부터 첫 자녀 출산부터 지원한다. 이에 따라 구는 지난 1일 이후 첫 자녀가 탄생한 가구에 100만원을 준다. 둘째, 셋째 출생 시에도 100만원씩을 준다. 넷째는 200만원, 다섯째 이상은 300만원을 받을 수 있다.
중구에서도 새해 첫째 출생 시 100만원, 둘째 200만원, 셋째 300만원, 넷째 500만원, 다섯째 이상 1000만원의 출산양육지원금을 지원한다. 지난해 구는 첫째 지원금을 기존 20만원에서 100만원으로 늘렸다. 둘째는 100만원에서 200만원, 셋째는 200만원에서 300만원, 넷째는 300만원에서 500만원, 다섯째 이상은 500만원에서 1000만원으로 크게 확대했다.
이와 함께 구로·성동구는 다자녀 출생가정을 지원한다. 구로구는 셋째 60만원, 넷째 200만원을 주고, 성동구는 셋째 300만원, 넷째 500만원, 다섯째 1000만원의 출생축하금을 지원한다. 성동구는 넷째·다섯째 지원금의 경우 최초 300만원, 400만원씩 먼저 지급한 뒤 1년 후 연간 200만원을 분할 지급한다.
출생지원금은 실제 출생률 증가에 영향을 미치는 분위기다. 강남구는 25개 자치구 중 유일하게 출생아 수가 증가했다. 행정안전부에서 발표한 주민등록 인구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강남구 출생아 수는 2350명으로 2022년(2070명)보다 280명(13.5%) 늘었다. 앞서 강남구는 저출생 문제에 대응하고자 기존 첫째 자녀 30만원, 둘째 자녀 100만원이던 출산양육지원금을 지난해부터 모두 200만원으로 증액했다.
반면 부모들은 자치구마다 다른 지원 정책에 혼란스러워했다. 지난 22일 한 온라인커뮤니티에는 ‘출산지원금 지역에 따라 차이가 크네요’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임신 10개월 차 임산부라고 밝힌 작성자는 “같은 서울인데도 지원금 차이가 크다”며 속상해했다. 출생 지원책 정책 효과가 작다는 지적도 나온다. 지난 3일 한 네티즌은 “출생률 올리기 위해선 육아휴직 사용 요건 완화와 조기 퇴근 등 육아기 근로자 육아 복지제도를 확대해야 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저출생 위기 극복을 위해선 현금성 지원 중심 대책에서 나아가 성평등, 일과 가정의 균형 등 저출생을 초래하는 요인들의 해결책을 도모해야 한다고 말했다. 전기택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은 “지자체는 기존의 현금성 지원을 통해 금전적 도움을 주는 것 뿐 아니라 일과 가정의 균형, 가족친화적인 환경 등을 조성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며 “지자체별 문화나 특성에 맞는 프로그램을 만드는 것도 방법”이라고 조언했다.
김연명 중앙대 교수(사회복지학)도 “지금처럼 젠더 이슈가 첨예한 상황에선 어떠한 경제적 대책을 내놓는다 해도 출생률을 올리기 쉽지 않을 것”이라며 “저출생은 복합적인 문제들이 만들어낸 결과라 노동시장 구조 문제, 젠더 이슈 등 좀 더 넓게 보고 접근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예솔 기자 ysolzz6@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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