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투자업계 고위층과 비공개 회동한 김소영…기관·외인 자금 절실

김민영 2024. 1. 30. 0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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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 길 먼 코스피]②서울포럼서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 의지 피력
금융지주 회장도 이례적 참석
대주주 이익 몰아주기 금지
소액주주 권익 보호 상법 개정
미흡한 주주환원 정책도 손질

김소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이 최근 금융투자업계 고위 관계자들을 만나 정부가 최근 발표한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에 대한 실행 의지를 피력했다. 코리아 디스카운트(한국 증시 저평가) 해소를 위해선 개인뿐 아니라 기관·외국인 투자자의 대규모 자금 유입이 절실하다는 이유에서다.

김소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이 22일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열린 '외국계 금융회사 CEO 간담회'에 참석해 모두발언 하고 있다. 사진=강진형 기자aymsdream@

투자 업계 협력 당부…기업 밸류업 프로그램 직접 소개

30일 금융당국 및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김소영 부위원장은 지난 25일 업계 고위급 관계자들의 비공개 조찬 모임인 서울 IB(SIB) 포럼에 강연자로 등장했다. 서울 IB 포럼은 국내 주요 은행, 증권사 및 외국계 IB 대표 등 국내 주요 금융기관들의 최고경영자(CEO)를 중심으로 창설된 모임이다. 금융기관들의 CEO 외에도 연구원 및 학계 인사와 당국 핵심 인사들이 참여해 한국 IB 산업의 바람직한 육성전략과 방향을 논의하고 나아가 법규 개선, 정책 건의 등을 통해 IB 산업 발전에 기여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지난해 3월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도 이곳에서 강연할 만큼 권위 있는 포럼에 김 부위원장이 강연자로 나선 이유는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 필요성을 역설하고 업계에 협력을 촉구하기 위한 취지로 해석된다. 특히 이 자리에 김 부위원장이 참석 강연자로 나서면서 일부 금융지주 회장도 이례적으로 참석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날 김 부위원장은 구체적인 정책 방안을 묻는 한 참가자의 질문에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을 준비하고 있으며 1~2개월 이내에 구체적 방안을 내놓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일본 사례를 많이 벤치마킹하고 참고해 연구했다고 전했다.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은 상장사가 자발적으로 기업가치 저평가 이유를 분석해 대응 전략을 수립하도록 유도하는 것이다. 상장사의 주요 투자지표인 주가순자산비율(PBR), 자기자본이익률(ROE) 등을 시가총액과 업종별로 비교 공시하고 기업가치 개선 계획을 주주와 소통하도록 권고하는 내용이 담길 것으로 보인다. 일본이 낮은 PBR 기업들의 개선을 촉구하면서 기업가치를 끌어올린 점에 주목해 벤치마킹하는 것이다.

업계에서는 우리나라가 증시 저평가 문제를 벗어나려면 기업의 성과와 미래 가치에 장기적 안목을 갖고 투자하는 기관·외국인 투자자가 많아져야 한다고 보고 있다. 증시에서 '큰손'인 기관·외국인 투자자들의 매수-매도 움직임에 따라 증시의 흐름이 결정되기 때문이다. 기업들의 주주환원 등의 노력을 통한 PBR 개선은 자금을 끌어들여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에 도움이 될 것이란 게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또 보유 자산이 많은 국내 기관투자가가 시가총액 상위 종목을 매입해 장기투자하면 저평가에서 벗어날 수 있다고 본다. 이를 정부가 나서서 독려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크다. 국내 대형증권사의 고위 관계자는 "기업 지배구조가 단기간에 투명해지기는 어렵다"면서 "기관투자가를 제도적으로 육성하는 선진국처럼 우리 정부도 국민연금 등이 나서서 시가총액이 높은 종목을 매입해 장기로 묶어두도록 유도하면 지수도 받쳐주고, 변동성 심한 시장에서도 개인이 심리적으로 덜 위축될 수 있다"고 짚었다.

소액 주주 외면·배당도 미흡…상법 개정 우선돼야

당국의 이 같은 노력 이외에도 전문가들은 상법 개정을 통해 기업 지배구조를 개선하고 주주 권익을 보호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현재 국내 상법 제382조3 이사의 충실의무에는 "이사는 법령과 정관의 규정에 따라 회사를 위하여 그 직무를 충실히 이행하여야 한다"라고 적시돼 있다. 이는 주주가 아닌 회사에 대해서만 이사의 의무를 규정한 것으로 이로 인해 이사회가 소액주주를 외면한 채 대주주 이익만을 위해 의사결정을 내린다는 지적을 받아 왔다.

서준식 숭실대 경제학과 교수는 "이사회가 소액주주 이익을 가져가서 대주주에 이익을 몰아주는 행위를 못 하도록 해야 한다"며 "상법에 이사와 감사를 선임하는 방법, 이사회의 목표와 존재 목적 등을 규정하는 문구를 삽입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사회가 소액주주보단 대주주 이익에 편승해 의사결정을 내리는 관행은 우리나라 주요 상장사들이 오너 중심의 기업구조를 가지고 있는데 기인한다. 이러한 오너 중심의 기업문화로 이사회가 경영진과 견제와 균형을 이루는 구도를 형성하기 어렵다. 결국 후진적인 지배구조가 굳어지고, 투자자들이 한국 증시에 투자하지 않는 결과를 낳게 된다.

서 교수는 "우리나라에선 기업 회장의 아들이 경영권을 물려받아 회장이 되고, 그의 아들이 또 회장 자리를 이어받는 풍조가 수용되는 사회"라면서 "이는 외국의 주식회사에서는 통용되지 않는 현실로, 기업의 가치를 떨어뜨리는 요소"라고 지적했다.

미흡한 주주환원 정책도 증시 경쟁력을 낮추는 요인으로 거론된다. 강소현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주주환원의 대표적인 수단인 현금배당과 자기주식 처분이 원활하게 이뤄지지 않고 있다"며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를 위해서는 개인투자자의 권익 상승을 위한 노력이 구체화할 수 있도록 제도적 보완책이 필요하다"고 했다.

실제 자본시장연구원이 현금배당과 자사주 매입 금액을 순이익으로 나눈 값을 분석한 결과 한국은 45개국 중 27~45위로 주주환원율이 비교적 낮게 나타났다. 특히 2010년부터 2018년까지는 40위 이하로 거의 최하위권에 머물렀다.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원인을 지정학적 리스크와 우리나라 경제 구조에서 찾는 시각도 있다. 우리나라는 설비투자를 대규모로 진행하는 제조업 기반의 기업 비중이 높고, 수출에 의존하는 소규모·개방경제 체제를 취하고 있어 증시가 외생 변수에 영향을 많이 받는다는 것이다.

유정주 한국경제연구원 기업혁신팀장은 "기업 지배구조보다 지정학적 리스크, 우리나라 경제구조의 태생적인 한계에서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원인을 찾아야 한다"며 "이러한 요인들은 근본적인 해소가 어렵기 때문에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완전한 해소보단 완화로 가는 것이 맞다"고 주장했다.

유 팀장은 "우리나라 주요 산업인 석유화학, 반도체, 자동차 등은 산업 구조상 대규모 영업이익이 발생하고도 이를 기업이 고스란히 취할 수 있는 구조가 아니다"라면서 "제조업 기반의 대기업은 조 단위로 투자를 진행하고, 공장 운영 등 고정비가 발생해 배당에 적극적이기 어렵다"고 부연했다.

김민영 기자 argus@asiae.co.kr
차민영 기자 bloomin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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