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층 아파트에 내걸린 “SOS”…독거노인, 떨고 있었다

권남영 2024. 1. 30.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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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의 한 아파트에서 좁은 대피공간에 갇혀 있던 70대 노인이 기지를 발휘해 20시간 만에 극적으로 구조된 일이 뒤늦게 알려졌다.

29일 경찰청 등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1일 오후 1시 인천경찰청 112 치안종합상황실로 '인천 ○○○ 아파트인데 맞은편 동 외벽에 SOS라고 적힌 종이와 밧줄이 걸려 있다'는 내용의 다급한 신고 전화가 걸려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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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평 대피공간에 20시간 갇힌 70대 노인, 종이에 ‘SOS’ 적어
앞 동 주민 신고로 극적 구조
아파트 대피공간에 갇힌 70대 노인이 만든 구조 요청 종이. 인천경찰청 제공


인천의 한 아파트에서 좁은 대피공간에 갇혀 있던 70대 노인이 기지를 발휘해 20시간 만에 극적으로 구조된 일이 뒤늦게 알려졌다.

29일 경찰청 등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1일 오후 1시 인천경찰청 112 치안종합상황실로 ‘인천 ○○○ 아파트인데 맞은편 동 외벽에 SOS라고 적힌 종이와 밧줄이 걸려 있다’는 내용의 다급한 신고 전화가 걸려 왔다.

상황실 근무자는 신고자에게 ‘현장 사진을 찍어 보내 달라’고 요청했고, 곧이어 고층아파트 창문에 종이 한 장이 걸린 사진이 전송됐다.

미추홀경찰서 도화지구대 소속 경찰관 7명은 상황실로부터 최단 시간 안에 출동해야 하는 ‘코드1’ 지령을 전달받은 뒤 순찰차 3대에 나눠 타고 급히 출동했다. 해당 아파트에 도착해 종이가 걸린 고층을 올려다 봤지만 밖에서는 몇 층인지 알기 어려웠다.

경찰관 일부는 아파트 관리사무소에 찾아가 협조를 요청했고, 동시에 나머지는 15층부터 가구마다 초인종을 눌러 구조 요청자를 찾기 시작했다. 대부분 곧바로 응답했으나 28층 가구만 여러 번 누른 초인종에도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 관리사무소에 28층 가구주를 확인한 뒤 집주인 아들의 휴대전화 번호를 파악했다.

경찰관들은 집주인 아들로부터 비밀번호를 알아내 현관문을 열고 들어갔으나 안방과 화장실에서는 작은 인기척도 없었다.

집 안 내부를 수색하던 중 주방 안쪽에서 “여기요, 여기요” 하는 작은 소리가 새어 나왔다. 불이 났을 때 몸을 피하는 대피공간이었다. 고장 나 열리지 않던 방화문 손잡이를 파손했더니 2평(6.6㎡) 남짓한 좁은 공간에 속옷 차림의 70대 A씨가 서 있었다.

‘할아버지, 괜찮으시냐’는 경찰관의 말에 A씨는 “추워서 얼어 죽을 뻔했다”며 호소했다. 혼자 사는 A씨는 환기하려고 대피공간에 들어갔다가 안에서 방화문이 잠겨 전날 오후 5시부터 20시간 넘게 갇혀 있었다고 한다. 당시 그의 손에는 휴대전화도 없었다.

그를 구한 건 주변에 있던 검은색 상자와 칼이었다. A씨는 상자의 검은색 종이 부분을 칼로 긁어 ‘SOS’라는 글자를 만든 뒤 줄을 연결해 창문 밖에 내걸었다. 또 라이터를 켰다가 끄기를 반복해 불빛을 내기도 했다. ‘병원에 가서 치료를 받으시라’는 경찰관들의 권유에 “그 정도는 아니다”며 손사래를 쳤다.

당시 출동한 임용훈 도화지구대 4팀장은 “출동 지령을 받고 처음에는 누군가 장난치는 줄 알았다. 33년 동안 근무하면서 이런 신고는 처음이었다”며 “잘 보이지도 않는 고층아파트 창문에 붙은 ‘SOS’ 글자를 맞은편 동에 사는 주민이 보고 신고했다. 젊은 남성분이었는데 정말 고마웠다”고 이날 연합뉴스에 말했다.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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