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찬주의 바다와 기후변화] 더 고위도로, 더 심해로… 바다 생물들 살 곳 찾아 대이동
기후 변화 여파로 바다는 몸살
한국 수산업 특히 변화에 취약
새 어장·양식 어종 개발 시급
“그의 안주가 되어도 좋다. (중략) 내 몸은 없어질지라도 내 이름만 남아있으리라. (중략) 명태∼”
양명문의 시에 변훈이 곡을 붙이고 오현명이 1952년에 처음 부른 가곡 ‘명태’의 일부다. 1970년에 오현명, 윤치호 등이 부르면서 인기를 얻었다. 명태는 이름과 요리법이 다양하고 30~40년 전만 하더라도 사시사철 먹을 수 있을 정도로 흔했다. ‘국민 생선’으로 불렸다. 이제는 위 가사처럼 우리나라 바다에서 거의 사라져 이름만 남아있다. 명태가 사라진 원인에 대해서는 다양한 의견이 있지만 기후변화의 영향을 배제할 수 없다.
지구 표면 70% 이상을 차지하는 바다는 생물권의 95%를 차지하며 인류에게 먹거리를 제공하는 거대한 식량 곳간이다. 수산물은 전 세계 인류가 섭취하는 동물단백질 중 약 17%를 차지하며, 우리나라는 전 세계 평균보다 2배가 넘는다. 기후변화는 크게 세 가지 측면에서 수산자원에 영향을 미친다.
첫째는 수온 상승이다. 현재 바다는 19세기 후반보다 0.9℃ 정도 따뜻해졌다. 지구온난화로 증가한 열은 90% 이상이 바다로 흡수되기 때문이다. 수온 상승으로 바다는 몸살을 앓고 있다. 세계 해양 생물 종의 25%가 서식해 생물 다양성의 보고로 불리는 산호초가 수온 상승으로 백화되어 폐사하는 현상이 대표적인 예이다. 바다 산성화 등 다른 요인과 더불어 수온 상승으로 전 세계 산호초 20%가 이미 소멸하였고, 25%도 소멸 위기라고 한다. 또 다른 수온 상승 영향의 예로 바다 생물이 살기 적합한 수온을 찾아 고위도와 깊은 수심으로 이동하는 현상을 들 수 있다. 정부간기후변화협의체(IPCC)가 발간한 ‘해양 및 빙권 특별보고서’에 따르면, 1950년대 이후 바다 상층에서는 10년마다 52km, 저층에서는 29km 정도로 바다 생물이 고위도로 이동했다.
둘째는 바다 산성화이다. IPCC에 따르면 인간 활동으로 발생한 이산화탄소의 약 30%를 바다가 흡수해 바다 산성도가 산업화 이전보다 26% 증가하였다. 산성화로 탄산염이 감소하면 탄산칼슘 껍데기 형성이 힘들어지거나, 이미 형성된 탄산칼슘도 녹게 된다. 따라서 바다 산성화는 특히 탄산칼슘으로 껍데기나 골격을 만드는 어패류, 석회조류, 갑각류 등의 생존에 심각하게 나쁜 영향을 준다.
셋째는 바다 용존산소 감소이다. 따뜻한 바닷물에는 산소가 적게 녹는데, ‘네이처’ 논문에 따르면 전 세계 바다에 녹아있는 산소는 1960년 이후 50년 동안 2% 감소했으며 일부 해역에서는 최대 50%까지 감소하였다. 바다 산소 감소는 바다 생물의 서식지 축소와 성장률 감소, 생물 다양성 변화 등 다양한 영향을 준다. 세계자연보전연맹에 따르면 산소가 적은 환경에서도 살 수 있는 해파리나 오징어 등 일부 바다 생물의 서식 범위는 넓어질 수 있으나 중요한 식량자원인 참치나 청새치 등의 개체 수는 감소하고 있다. 위 세 가지 요인 이외에도 기후변화로 강해지는 태풍과 해양 열파, 유해조류 번성 등 극한 현상 증가로 바다 생물의 먹이나 서식지가 심각한 피해를 받고 있다.
2019년 발간된 ‘사이언스’ 논문에 따르면 기후변화의 영향으로 지난 81년(1930~2010년) 동안 어획량이 중·저위도에서는 감소하고 고위도에서는 증가했으며, 미래에는 지구온난화 혜택을 누리는 어종이 일부 있겠지만 대부분 어종이 부정적인 영향을 받을 것이라고 한다.
우리나라 수산업은 높은 어획 강도, 빠른 수온 상승, 잦은 이상기후 발생 등으로 기후변화에 따른 취약성이 높다. 국립수산과학원에 따르면 연근해 어업생산량은 지속해서 감소하고 있으며, 한류성 어종(도루묵, 임연수어 등)은 감소했지만, 난류성 어종(고등어, 삼치, 방어 등)은 증가하였고, 어장과 산란장이 북쪽으로 이동하고, 아열대성 생물 종이 출현하는 횟수가 증가하는 등 다양한 측면에서 기후변화 영향이 나타나고 있다. 또한, 어획 대상 어종의 다양성이 줄어들어 특정 어종(고등어, 멸치, 갈치)의 어획 비율이 높아지고 있다. 양식업에도 기후변화가 상당한 영향을 미친다. 국립수산과학원의 ‘2023년 수산분야 기후변화 영향 및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최근 12년(2011~2022년) 동안 양식장에 가장 큰 피해를 일으킨 재해는 해양 열파이며 그 피해액은 1250억 원으로 전체 양식장 피해액의 50% 이상을 차지한다.
‘금징어’로 불릴 정도로 귀해진 오징어는 최근 십 년 동안 어획량이 80%나 줄어 관측 사상 가장 더웠던 지난해(2023년)에는 4만 톤 이하로 내려갔다. 다양한 이유가 있겠지만 수온 상승에 따른 오징어 서식지 북상이 한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최근에 해양수산부가 케냐 등 동아프리카 해역에서 새로운 대체 어장을 개척하려는 계획을 밝혔을 정도로 어획량이 심각하게 줄어들었다.
이와 같은 기후변화에 따른 어획량 감소에 대비하기 위해서는 새 어장을 개척하거나 어획 대상 어종을 바꾸는 것이 한 방법일 수 있다. 기후변화에 잘 견디는 새로운 양식 대상 어종 개발도 필요하다. 이외에도 어획량이나 서식지 등이 미래에 어떻게 변할지를 연구해서 효율적인 대비책 마련에 활용할 필요가 있다. 예를 들면, 갈치나 오징어, 고등어 등 주요 어획 물고기의 먹이가 되고 우리바다에서 가장 많이 어획되는 멸치는 고탄소 배출 시나리오에 따르면 겨울에는 서해와 동해에서 서식지가 북쪽으로 확장하며, 여름에는 특히 서해에서 서식지가 상당히 줄어들 수 있다는 연구가 있다.
사이언스 논문에 따르면 동해는 북해와 더불어 수산업이 기후변화의 피해를 가장 크게 받은 곳이다. 일부 학자들은 세계 인구가 100억 명으로 증가할 2050년 이후에는 인류가 섭취할 동물단백질이 부족하게 되는 ‘단백질 위기’가 올 수 있다고 경고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최근 펴낸 ‘OECD 수산업 보고서’에 따르면 2018년 기준 우리나라 수산물 소비량은 1인당 연간 약 68kg으로 세계에서 가장 높은 수준이며, 주식이었던 쌀보다 수산물을 더 많이 먹는다는 보고도 있다. 우리나라가 수산물에 미치는 기후변화 영향 연구와 수산자원 관리에 특별한 노력을 기울여야 하는 이유이다.
장찬주 한국해양과학기술원 책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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