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시평] 트럼프 재집권, 뭘 의미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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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 결과에 불복하고, 다음 대통령 취임식에도 불참한 채 분노에 찬 표정으로 물러났던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재집권을 향해 무섭게 돌진하고 있다.
트럼프 재집권을 바라는 미국인들의 이런 표면적인 의식 밑에 흐르는 역사적 배경은 무엇인가.
트럼프는 20세기 들어 미국의 역할을 강조했던 윌슨 대통령식 계몽적 엘리트주의에 대해 강한 반감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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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 결과에 불복하고, 다음 대통령 취임식에도 불참한 채 분노에 찬 표정으로 물러났던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재집권을 향해 무섭게 돌진하고 있다. 아이오와와 뉴햄프셔주 경선에서 압승을 거둔 트럼프는 걸려 있는 소송에서 치명적인 결과가 나오지 않는다면 올해 말 대통령 선거에서 승리가 유력하다. 과거 행적이 덕스럽지 못하고, 고집스러우며, 예측 불가능한 행동으로 대통령으로서 부적절할 것 같은 그에게 왜 그토록 많은 미국인이 열광할까.
트럼프 열풍이 부는 이유는 그의 성격이나 행적과는 상관없이 그가 미국인들이 원하는 바를 상징적으로 대변하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Make America Great Again)’라는 표어로 대변되는 트럼프 구호에는 과거 좋았던 전성시대를 그리워하는 미국인들의 열망이 담겨 있다.
지난해 4월 미국 보수세력은 헤리티지재단이 중심이 돼 900쪽에 달하는 차기 보수정부 정책과제 보고서인 ‘리더십을 위한 지침―보수의 약속’을 발간했다. 이 보고서는 첫째 미국인 삶의 핵심가치로서 가정을 회복하고, 둘째 행정 중심의 큰 정부를 허물고 자치 중심의 작은 정부를 지향하고, 셋째 세계의 주요 위협세력에 맞서 미국의 국경과 주권을 보호하며, 넷째 미 헌법이 보장하는 바 신이 허락하는 개인적 자유의 삶을 확보한다는 네 개의 목표를 제시하고 있다. 이 보고서는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 시기를 미국의 황금기로 그리고 있다. 냉전에서 승리하고, 스태그플레이션을 종식하는 등 미국의 자신감과 번영을 부활시킨 1980년대 말 미국 전성기를 다시 재현한다는 것이다.
트럼프 재집권을 바라는 미국인들의 이런 표면적인 의식 밑에 흐르는 역사적 배경은 무엇인가. 그것은 1차 세계대전과 우드로 윌슨 대통령 이후 펼쳐왔던 자유와 평화의 수호자 역할에 대한 피로감이다. 2차 세계대전 후 마셜플랜 등으로 피폐한 유럽과 일본의 경제를 되살렸고 냉전시대에 한국전쟁, 베트남전쟁으로 공산세력에 맞서 자유세계를 수호하려 노력해 왔다. 미국의 오랜 노력은 레이건 이후 꽃피워 독일 통일, 동유럽 자유화, 소련 붕괴 및 중국의 개방으로 이어지며 초강대국 미국의 시대를 열었다.
그러나 미국의 이러한 역할에는 많은 희생이 따랐다. 자유무역으로 부흥시킨 유럽과 아시아의 경제는 미국의 자동차, 철강 등 제조업을 붕괴시켜 중서부 디트로이트, 클리블랜드, 피츠버그 등을 러스트 벨트로 황폐화했다. 한편 자유의 첨병으로 전 세계 바다를 장악하는 해군력을 유지하고 유럽을 넘어 발칸반도, 중동, 서태평양 등의 분쟁 지역에 국방비를 지출하다 보니 미국은 엄청난 재정 부담을 안게 됐다. 기업인 출신 트럼프는 실체적 이득과 연결되지 않는 오지랖 넓은 미국의 국제적 간여를 그만두겠다는 것이다. 이와 함께 미국이 헤프게 써왔던 국방비를 이제는 경제적으로 자립한 유럽과 한국 등 아시아 국가들이 합리적으로 분담해야 한다는 것이다.
트럼프는 20세기 들어 미국의 역할을 강조했던 윌슨 대통령식 계몽적 엘리트주의에 대해 강한 반감을 보인다. 특히 큰 정부를 지향하는 관료층과 정보기술(IT)·금융산업 엘리트들이 캘리포니아와 뉴욕·보스턴 등 대도시를 중심으로 진보세력의 주축을 형성하고 있는 것에 주목한다. 트럼프는 이에 대항해 러스트 벨트로 황폐해진 중서부 지역과 아이오와·네브래스카 등 중부의 농촌 지역 그리고 남부 텍사스 등 보수의 본거지에서 전통적 백인층 지지를 확보하고 있다. 트럼프는 제임스 먼로식 미국 고립주의에 대한 향수에 기초해 미국의 실익을 강조하는 정책적 어젠다를 준비하고 있다.
조성봉 숭실대 경제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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