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주택자 되레 세금 더 낸다?…입구만 넓혔다, 1·10 주택대책 [안장원의 부동산 노트]
정부는 지난 10일 대통령 주재의 ‘국민과 함께하는 민생 토론회 두 번째’를 개최하고 ‘국민 주거안정을 위한 주택공급 확대 및 건설 경기 보완방안’을 발표했다. 대책 제목대로 주택공급을 확대해 주거안정을 이루겠다는 취지다.
하지만 찬찬히 뜯어보면 아쉬운 부분이 적지 않다. 주거안정은 차치하더라도 시급한 주택공급 확대의 물꼬를 틀 수 있을지 의문스럽다.
주택 수 제외, 1주택자는 세금 더 내야
정부가 공급 확대 방안으로 그동안 자제해온 수요 진작을 꺼냈다. 잔뜩 위축된 수요가 공급 발목을 잡는 것으로 보고 수요에 ‘디딤돌’을 받쳐주기로 했다. 아파트 이외 소형 신축 주택(오피스텔 포함)과 지방 미분양 주택에 대한 세제 혜택 카드를 꺼냈다. 추가로 구입하는 주택을 주택 수에서 제외해 취득·양도·종부세 부담 증가를 줄이기로 했다. 주택 수 증가에 따른 다주택자 중과 세금 '폭탄'을 면해주겠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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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제·재건축 완화 내세운 주택공급 확대
주택수·지역 따라 세금 희비 엇갈려
착공 확대 방안 부족한 '패스트트랙'
」
그런데 이번 대책을 시뮬레이션해보면 기존 주택 수에 따라 세제 감면 효과가 크게 차이 난다. 2주택자가 가장 큰 혜택을 본다. 2주택자가 3주택자가 되면 취득·종부·양도세 모두 세율이 급등하기 때문이다. 4주택 이상은 취득세(8→12%)만 강화된다.
1주택→2주택의 경우 취득·양도세 세율이 올라가고 종부세는 변함없다. 하지만 함정이 있다. 기존 1주택자일 때 누리던 특례가 없어져 주택 수 제외로 줄어드는 세금보다 훨씬 더 많던 특례 혜택이 사라진다.
이는 1주택자가 추가로 구입하는 주택이 신축 소형 주택일 때이고 지방 미분양이면 또 다르다. 정부는 주택 수에서 제외할 뿐만 아니라 양도·종부세 1주택자 특례를 그대로 인정하기로 했다. 앞서 지난달 발표한 올해 경제정책방향에서 인구감소 지역의 ‘세컨드 홈’ 구입 때도 기존 1주택자의 양도·종부세 특례를 적용하기로 했다.
김종필 세무사는 “양도·종부세 1주택 특례 혜택이 워낙 크기 때문에 특례 적용이 없어지면 세제 측면에서 신축 소형주택 구입 유인 효과가 떨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의 주택 수 제외도 따지고 보면 새로울 게 없다. 정부는 이미 2022년 12월 취득세 다주택자 중과 완화를 발표하고 관련 법 개정을 추진하고 있다. 종부세 2주택자 중과를 지난해 폐지했고, 양도세 다주택자 중과는 윤석열 대통령이 취임한 2022년 5월 10일 중단해 내년 5월까지 적용하지 않을 방침이다. 이미 하겠다고 했거나 시행 중인 세제 완화로 이번 대책을 다시 포장한 셈이다.
급감한 착공 물량 늘리는 데 한계
정부는 재건축·재개발 진입 문턱을 대폭 낮추고 추진위 등 사업 주체 구성을 앞당기는 ‘패스트트랙’을 도입하기로 했다. 재개발 요건을 완화하고 재건축 안전진단을 사실상 없애기로 했다.
하지만 이번 대책이 바닥으로 떨어진 주택공급량을 늘리기에 역부족일 것 같다. 세제 지원 대상이 내년까지 신축해 준공하는 주택으로 제한된다. 내년까지 준공하려면 공사 기간이 아파트와 비슷한 오피스텔을 비롯해 대부분 이미 착공했거나 착공을 앞둬야 한다. 그러다 보니 미분양 해소에 도움이 되겠지만 더 짓게 하지는 못한다.
재건축·재개발 패스트트랙도 사업 조기화와 초반 사업속도 제고에 효과를 보겠지만 실제 주택공급 효과로 이어지는 착공을 늘리기에는 요원하다. 현재 주택공급 부족의 문제는 막상 인허가를 받고도 공사비 갈등으로 착공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서울에서 재건축·재개발 사업승인을 받고 착공하지 못한 주택이 4만2000가구다.
정부 대책을 보면서 명절 고속도로 풍경이 떠오른다. 명절 교통대책으로 진입 구간의 도로를 넓히고 제한속도를 높이면서 출구는 그대로 놔두면 병목현상만 심해진다. 출구가 뚫려야 고향 가는 길이 즐겁다.
■ "재건축 순항에 소통·투명성이 관건"
「
박승환 둔촌주공 재건축조합장
사업비 6조원, 건립 1만2032가구의 역대 최대 규모인 서울 강동구 둔촌동 둔촌주공 재건축. 공사 중단에 따른 사업 좌초 위기를 넘기고 20여년간 끌어온 사업이 종착점을 향하고 있다. 공사 중단을 수습하고 사업을 이끄는 박승환 조합장을 만났다.
- 현재 사업 진행 상태는.
”공정률이 82%로 외부 도색·창호 공사와 내부 마감재 공사 중이다. 시공사업단과 합의해 준공 시기를 당초 내년 1월에서 올해 11월로 앞당기기로 했다. 2022년 말 일반 분양한 4786가구 전체 분양대금 4조7000여억원 중 계약금·중도금으로 현재 절반이 들어와 자금 사정도 원활하다."
-2022년 공사 중단 파장을 조기에 수습하고 사업을 정상화했다.
“자칫 사업이 장기 표류할 수 있어 새 집행부를 구성하는 데 들어가는 시간을 단축했다. 기존 집행부 해임 절차 대신 교체하는 방식을 택했다. 당시 주택경기가 어려운 가운데 일반 분양을 서두른 것도 주효했다. 때마침 나온 정부의 중도금 대출 규제 완화 덕도 봤다.”
-재건축 사업의 걸림돌이 뭔가.
“대표적으로 분양가 규제와 공사비 갈등이다. 둔촌주공이 다 겪었다. 분양가 규제에 발목 잡혀 당초 2019년 말 착공하고도 일반 분양이 3년이나 늦어졌다. 시공단과 공사비 갈등까지 겹쳐지면서 최악의 상황까지 갈 뻔했다. 재건축 사업성을 뒤흔드는 분양가 규제가 없어야 하고, 공사비 논란을 없앨 수 있는 제도 마련이 시급하다."
- 내홍으로 몸살을 앓는 조합이 많은데.
"둔촌주공은 SNS를 통해 집행부와 조합원이 의견을 나누고, 수시로 발간하는 소식지를 통해 사업 현황을 모두 공개한다. 재건축을 활성화하려면 규제 완화가 필요하지만, 단지별 사업이 신속하고 순탄하게 진행되려면 소통과 투명성이 관건이다."
」
안장원 기자 ahnjw@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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