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심화 수학’ 제외하려는 교육부 결정 철회하길
교육부는 최근 2028년 대입 개편안을 발표하면서 ‘심화 수학’(미적분Ⅱ와 기하)을 수능 선택과목으로 도입하지 않기로 했다. 그동안 이공계 학생들은 대부분 수능에서 미적분이나 기하를 선택했기에 이번 개편안의 쟁점은 이과 수학에 해당하는 미적분Ⅱ와 기하의 새로운 도입 여부가 아니라 사실상 존폐 여부였다. 당초 개편안 초안에서는 심화 수학을 도입할 경우 평가 방식을 기존의 상대평가에서 절대평가 방식으로 완화하기로 했다. 그런데도 최종적으로 선택 과목에서 아예 제외한 이유는 무엇일까. 교육부는 수능 수학의 반복적 문제 풀이에서 벗어난 창의적 인재 양성, 수능 대신 내신을 통한 변별력 확보, 학생들의 경쟁력 유지, 심화 수학 신설로 인한 사교육 유발 우려 등을 이유로 내세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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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8 대입 개편안, 선택 과목 제외
창의적 인재 양성론 등 이해 안 돼
이공계 학력 저하 더 심해질 우려
」
그러나 심화 수학을 수능에서 제외하는 대신 논·서술형 학교 시험을 확대하면 반복적인 문제 풀이를 지양할 수 있어서 창의적 인재를 키울 수 있다는 논리는 쉽게 납득하기 어렵다. 평가 유형이 오지선다이든 논·서술형이든 결국 수학은 충분한 반복 학습과 문제 해결 과정을 통해 기본 개념을 명확히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를 통해 사고력·논리력·응용력을 키울 수 있고, 많은 경우 창의력은 그런 과정을 통해 길러지고 발휘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논·서술형 확대 방침은 평가 방식의 혁신이라기보다는 학교에서 시행하고 있는 주관식 평가 비중을 늘리겠다는 취지로 보인다. 보완책으로서 실효성도 낮을 뿐더러 정책 발표와 동시에 보완책을 제시한 것은 정책 당국 스스로 이번 결정이 수학 경쟁력 약화를 가져올 가능성을 염두에 뒀다는 방증 아닌가.
심화 수학이 학교에서 선택과목으로 유지되면 내신을 통해 변별력이 확보되고 이공계 학생들의 수학 경쟁력이 약화하지 않을 것이라는 주장도 설득력이 떨어진다. 고교, 특히 일반고 내신만으로는 학생의 수학 경쟁력을 담보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미적분Ⅱ와 기하는 소수의 최상위권 학생을 위한 어려운 과정이 아니다. 이공계 전공 기초를 이해하기 위한 필수과목으로서 학생들은 이미 고교과정에서 대부분 이수해 왔다. 그러나 언론 보도에 따르면 심화 수학이 수능 필수과목에서 선택과목으로 바뀐 이후 상위권 대학들에서조차도 이공계 학생의 수학 기초학력 미달 비율이 크게 높아졌다. 이제는 선택의 기회마저 차단한다니 앞으로 이공계생들의 학력 저하 문제는 더 심각해질 것이다.
사교육 부담이 줄어들 것이라는 교육부 측 주장도 동의하기 어렵다. 사교육의 목적은 수능 대비 뿐만 아니라 학교 내신 선행, 논술, 면접 컨설팅 등 다양하다. 이 중에 수능은 EBS나 인터넷 강의 등을 통해 비교적 저렴하게 준비하는 것이 가능하다. 하지만 내신·논술·컨설팅은 해당 고교와 지원 대학이 특정됨에 따라 현장 강의와 개인별 맞춤 지도에 의존하게 되기에 일반적으로 사교육비 부담이 커진다.
2028년 대입 개편안에서 3학년 수학 진로 선택 과목의 학교 내신 평가 방식이 현행 절대 평가에서 5등급 상대평가 방식으로 개편됐다. 개정 교육 과정에서 미적분Ⅱ와 기하는 고3 진로 선택 과목이다. 문·이과 공통 수학보다 수강 인원은 적은데 내신은 상대평가로 바뀌니 학생들의 경쟁이 더 치열해진다. 이에 따라 내신을 위한 사교육 지출이 오히려 늘어날 우려가 높다. 게다가 변별력 강화를 위해 대학들이 논술과 면접을 강화한다면 이공계 학생의 사교육 부담은 더 커질 것이다.
수학적 사고력은 과학기술을 통한 산업 경쟁력의 원천인 동시에 미래 산업의 핵심인 인공지능(AI) 활용을 위한 빅데이터 처리와 알고리즘 작성의 기초다. AI와 디지털 교육을 확대하겠다면서 가장 중요한 요소인 수학 교육을 약화하는 것은 심각한 모순이다. 주요 선진국이 대입에서 이과 수학을 반영하는 것은 그것에 국가의 미래가 달려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이주호 교육부 장관은 수능 심화 수학 제외 결정에 대해 과거로 돌아갈 일 없을 것이라고 단언했다. 그러나 이번 결정은 결국 국가 경쟁력 약화를 초래할 것이고 당초 명분으로 내세웠던 사교육 절감보다는 오히려 사교육 증가로 이어질 우려가 매우 크다. 잘못된 결정은 신속히 인정하고 더 늦기 전에 되돌릴수록 손실을 줄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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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혜정 경희대 국제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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