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해군 핵무장, 시대적 과업”…핵잠수함 건조 지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28일 잠수함발사순항미사일(SLCM) 시험발사와 핵잠수함 건조 사업을 지도했다고 북한 관영 매체들이 29일 보도했다.
먼저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이날 “김정은 동지께서 지난 28일 새로 개발된 잠수함발사전략순항미사일 ‘불화살-3-31형’ 시험발사를 지도했다”며 “이들 미사일이 7421초, 7445초간 동해 상공에서 비행해 섬 목표를 명중 타격했다”고 밝혔다.
‘불화살-3-31형’은 지난 24일 북한이 첫 시험발사했다고 밝힌 신형 순항미사일인데, 나흘 만에 김 위원장 앞에서 두 번째 시험발사를 한 것이다. 앞서 합동참모본부는 전날 오전 8시쯤 함경남도 신포 인근 해상에서 북한이 여러 발의 순항미사일을 발사했다고 밝혔다.
북한 매체들이 공개한 사진을 보면 이날 ‘불화살-3-31형’이 실제 잠수함에서 발사됐는지는 불확실하다. 사진 속 미사일은 비스듬한 각도로 수면 위로 부상하는데 수직발사관(VLS)에서 발사된 것이 아닌 것으로 보인다.
북한은 이날 보도에서 미사일들을 어디에서 쐈는지는 구체적으로 언급하지 않았다. 군 당국은 잠수함이 아닌 바지선에서 발사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군 당국자는 “SLCM을 발사할 정도로 잠수함 성능이 검증되지 않았기 때문일 수 있다”고 말했다.
통신은 이어 “김 위원장이 핵동력(핵추진) 잠수함과 기타 신형 함선 건조사업과 관련한 문제들을 협의했다”며 “해당 부문들이 수행할 당면 과업과 국가적 대책안들을 밝혔으며, 그 집행 방도에 대한 중요한 결론을 줬다”고 보도했다.
핵추진 잠수함은 원자로를 추진기관으로 쓰는 잠수함이다. 핵탄두를 장착한 무기를 발사할 수 있는 잠수함이 아니다. 그런데 북한은 때로 이를 혼용하고 있다. 김 위원장은 지난해 9월 첫 전술핵공격잠수함인 ‘김군옥영웅함’을 공개하면서 “어떤 무장을 탑재하는가가 제일 중요한 기본으로 되며 핵무기를 장비하면 그것이 곧 핵잠수함이라는 것이 나의 견해”라고 강조했다. 김군옥영웅함은 핵추진 기관이 아닌 디젤 엔진을 쓰는 잠수함이다.
김 위원장은 지난해 9월 핵 추진체계를 적용한 핵잠수함도 도입하겠다는 의지도 재확인했는데, 이번 현지지도 역시 그 연장선상으로 보인다. 앞서 김 위원장은 3년 전인 2021년 8차 당 대회에서 전략무기 부문의 최우선 5대 과업 중 하나로 핵추진 잠수함 개발을 제시했다.
그는 “새로운 핵잠수함 설계 연구가 끝나 최종 심사 단계에 있다”고 말했는데 이후 실질적인 진전 징후는 포착되지 않았다. 그러다 이번에 구체적인 근거는 제시하지 않은 채 진전 사항이 있음을 암시한 것이다. 김 위원장은 이날 “해군의 핵 무장화는 절박한 시대적 과업이며 국가 핵전략 무력 건설의 중핵적 요구”라고 강조했다.
핵추진 잠수함은 핵연료를 이용해 수중에서 무한 작전이 가능하다. 반면에 디젤 잠수함은 축전지를 이용해 기동하기 때문에 하루 두 번 이상 수면 위로 부상해 스노클링(엔진 가동에 쓸 공기를 보충하는 작업 환기)을 해야 해 잠항 시간이 짧고 노출될 위험성이 크다.
전문가들은 핵추진 잠수함의 핵심은 소형 원자로와 이를 위한 엔진 개발이라고 보고 있다. 핵연료는 자연 상태의 우라늄 235(U-235)를 농축해 사용하는데 북한은 이미 농축 우라늄을 자체적으로 확보하고 있다. 원자력발전소 수출까지 하는 한국의 경우 2~3년 안에 핵추진 잠수함을 건조할 기술력을 확보하고 있다는 평가다.
정영교·이근평 기자 chung.yeonggy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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