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 이혼=아동 학대"·"父 외도"…가족 예능에 번진 도파민 싸움 [엑's 초점]
(엑스포츠뉴스 오승현 기자) 최근 여러 사연을 가진 가족이 출연하는 예능이 인기를 끌며 관심과 우려의 목소리가 동시에 높아지고 있다.
최근 '환승연애', '나는 SOLO' 등 다양한 연애 프로그램이 연달아 인기를 끌며 '도파민 자극제'라는 수식어를 생성했다. 이는 자극적인 것을 보면 아드레날린 등 특정 호르몬이 나오는 현상을 따서 만들어진 유행어다.
하지만 이러한 자극 추구는 가족 예능으로도 퍼진 지 오래다.
28일 방송한 MBN '한 번쯤 이혼할 결심'에는 출연 부부들이 각자 이혼을 준비하고 맞이하는 과정이 담겼다. 특히 이날은 이혼을 들은 가족들의 반응이 전파를 타 시청자들의 몰입을 높였다.
너무나도 현실적인 가족들의 반응이 카메라에 여과없이 담기자, 부모의 이혼 경험이 있거나 비슷한 상황에 놓인 일부 시청자들의 "트라우마를 유발할 정도"라는 반응이 속출했다.
프로그램은 분명 '가상' 이혼이라는 키워드로 출격했다. 하지만 방송 그 어디에도 '가상'이라는 단어는 생각나지 않는다.
재혼 부부인 류담과 신유정은 장인과 장모를 찾아가 "저희 끝내기로 했습니다"라며 이혼 이야기를 꺼냈다.
이에 장모는 "실패 경험이 있는데 더 깊게 생각했어야지"라며 호통과 동시에 눈물을 흘려 시청자들의 마음을 내려앉게 했다.
이어 이혜정 또한 고민환과의 이혼 소식을 결혼까지 한 아들에게 전한 후의 이야기를 고백했다. 이혜정은 아들에게 이혼을 결심했음을 전화로 알렸고, 아들은 담담하게 "말씀해 주셔서 고마워요"라고 답하며 이혜정을 위로했다.
하지만 이혼 소식을 듣지 못한 아들의 아내는 이혜정에게 전화를 걸어 "뭐라고 하셨길래 아들이 그렇게 우냐. 정말 서럽게 울더라"라고 이야기했다고.
이혜정과 그의 지인은 이에 대한 이야기를 하며 "아무래도 부모의 이혼이 큰 충격인가보다", "자신들도 가정 생활을 하는데 이게 충격인가봐"라고 착잡한 마음을 드러냈다.
정대세와 명서현은 아이들에게 '이혼'이라는 단어 없이 상황 설명에 나섰다. "아이들은 죄가 없잖아요"라던 정대세는 명서현과 아이들을 한 곳에 불러 "엄마 아빠가 집을 하나 더 샀다"며 더 이상 같이 살 수 없음을 넌지시 이야기했다.
하지만 집이 늘어나 좋지 않냐는 질문에 아들은 고개를 저으며 "슬프다. 가족이 더 좋다"며 어두운 표정을 지어 모두를 눈치보게 했다.
아들은 정대세와 마지막으로 한 집에서 잠들었고, 마지막까지 아빠를 꼭 껴안는 모습을 보였다.
프로그램 출연자 중 아무도 '가상' 이혼임을 떠오르게 하지 않았다. 특히 부모의 결별을 목격하고 견뎌야하는 어린 자녀의 모습이 카메라에 비춰진 부분에 많은 이들이 문제를 제기했다. 어린 아이들에게 오로지 시청자들에게 재미를 주기 위해서 이러한 슬픔을 느끼게 하는 건 과하다는 것.
네티즌들은 "방송이라도 아이들이 설정인지 진짜인지 구별을 할 수 있나", "방송임을 충분히 설명하는 장면이 함께 나왔으면 좋았을 거 같다", "부부싸움만 해도 눈치보는 게 아이들인데. 큰 트라우마가 될 듯" 등의 반응을 보이고 있다.
TV조선 '아빠하고 나하고' 또한 쉽게 볼 수 없는 특별한 가족들의 자극적인 사연이 공개되며 인기를 끌고 있다.
"엄마가 두 명이다"라고 고백한 배우 이승연. 그는 친부의 외도 등으로 고생한 낳아준 엄마, 길러준 엄마를 만나 가족사를 모두 털어놨다.
이승연의 부친도 송에 출연해 이승연의 친모에 대해 "괴씸하기 짝이 없다" 등의 감정을 서슴없이 표출하며 시청자들의 분노를 유발하기도 했다. 해당 회차 방영 후 이승연도 "방송에 이렇게 나가서 주변 사람들에게 안 좋은 소리를 듣지 않을까 걱정했었다"라고 출연 후기를 전했을 정도.
백일섭과 친딸의 절연 또한 화제가 됐다. 백일섭은 아내와 '졸혼' 후 딸과 연락이 끊겼다고.
딸은 방송에 출연해 "그는 "아빠와 대화했을 때 긍정적으로 이어진 경험이 없고, 엄마나 예전 이야기가 나오면 발끈하셨다. 다혈질이니까 둘이 대화를 만약 한다면 조마조마한 거다"라고 밝혔다.
이어 "(백일섭이) 술을 마시고 오면 기분 좋을 때도 있지만 옛날 분처럼 밥상을 엎고 화내신 적도 있다. 긴장하며 산 기억이 있다. 산 깊이 있던 주택에 살아서 차 소리가 잘 들렸는데, 아빠의 차 소리가 들리면 가슴이 뛰었다. 자는 척한 적도 많았다"고 고백했다.
딸은 "아버지가 나가고 나서 평화를 찾았다. 긴장에서 평화로워졌다. 엄마는 울고 아빠는 화냈다"며 어린 시절 백일섭으로부터 받은 상처를 전했다.
'아빠하고 나하고'는 자극적인 연예인들의 가정사 고백 덕에 출격 이후 단시간에 수요일 예능 1위를 기록하며 기존 예능을 제치고 화제성을 싹쓸이했다.
네티즌들은 "자극적인 과거 가정사가 재밌기는 한데, 너무 자극만 쫓게 될까 우려된다", "프로그램 보며 함께 화내고 울었다" 등의 반응을 보이고 있다.
이 외에도 최근까지 MBN '고딩엄빠'는 매번 새로운 충격을 안기는 청소년 부부들의 성 생활, 가정폭력, 출연자 사생활 등으로 뜨거운 관심을 받아왔다. 이에 시청자들은 '과도한 자극성을 위한 연출'에 줄곧 경계심을 가졌던 터. 하지만 매주 등장하는 고딩엄빠들의 사연은 자극적인만큼 화제가 되며 끊을 수 없는 중독성을 안기기도 했다.
'도파민 중독'이 유행인 요즘. 자극적 재미 추구와 국민의 정서를 위한 자중의 필요성이냐에 대한 대중들의 의견은 매번 엇갈리고 부딪히고 있다. 대중의 판단이 가장 중요한 시점이다.
사진 = MBN, TV조선
오승현 기자 ohsh1113@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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