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락사는 도피… ‘좋은 죽음’이 삶의 마지막 과제

2024. 1. 29. 21:47
자동요약 기사 제목과 주요 문장을 기반으로 자동요약한 결과입니다.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우리나라의 안락사 찬성률은 80%를 웃돈다.

안락사를 좋은 죽음이라 할 수 없음에도 찬성이 높은 것은 더 비참한 죽음을 피하기 위함이다.

'더 비참한' 죽음이란 바로 2008년 '세브란스 김 할머니 재판'을 통해 공론화된 무의미한 연명의료를 말한다.

늦었지만 지금부터라도 안락사라는 도피가 아닌, 좋은 죽음에 대해 관심을 갖고 그 권리를 주장해야 한다.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박중철의 ‘좋은 죽음을 위하여’]
② 병원에는 임종실이 없다


우리나라의 안락사 찬성률은 80%를 웃돈다. 안락사를 좋은 죽음이라 할 수 없음에도 찬성이 높은 것은 더 비참한 죽음을 피하기 위함이다. ‘더 비참한’ 죽음이란 바로 2008년 ‘세브란스 김 할머니 재판’을 통해 공론화된 무의미한 연명의료를 말한다. 병원 사망이 75%에 이르는 현실에서 무의미한 연명의료는 누구에게나 가능한 죽음의 모습이다.

정신과 의사이자 미국 듀크 의대 학장이던 앨런 프란시스는 “병원 사망보다 더 나쁜 죽음은 없다”고 단언한다. 쉴 새 없이 주삿바늘이 몸을 찌르고, 기계 장치로 시끄럽고, 밝은 불빛으로 편히 잘 수도 없고, 가족들과 작별 인사도 못 한 채 외롭게 죽기 때문이다. 이는 우리도 마찬가지다. 안타깝게도 한국 병원에는 임종실이 존재하지 않는다. 위독하거나 죽음이 임박한 환자들은 모두 중환자실로 옮겨지고 앨런이 말한 비참한 죽음을 겪게 된다.

병원에 임종실을 설치하라는 법안 발의는 2004년부터 꾸준히 있었지만, 매번 국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그렇게 20년이 흐르는 동안 병원은 경쟁하듯 분원을 짓고, 중환자실을 확장하고, 장례식장을 고급화했다. 하지만 가족들과 함께 죽음을 맞을 수 있는 임종실 설치는 철저히 외면했다. 급기야 2023년 안락사 허용 요구가 비등해지자 국회는 부랴부랴 임종실 설치법안을 통과시켰다. 그러나 여전히 병원들은 요지부동이고 정부 역시 구체적인 시행 방안을 내놓지 않고 있다.

2020년 정부 조사를 보면 노인들은 고통이 없고, 가족에게 부담을 남기지 않으며, 가족과 함께하고, 마지막에 스스로 주변을 정리하는 것을 좋은 죽음으로 꼽았다. 실제로는 국민 대다수가 가족과 떨어져 요양시설에서 마지막을 살다 위독해지면 응급실로 옮겨진다. 그리고 본인 의지와 상관없이 가족들에 의해 중환자실 연명의료가 결정되고, 고통과 고독 속에 비참한 죽음을 맞는다. 이런 바람과 현실의 괴리를 보면 국민이 안락사라는 탈출구를 요구할 만하다.

늦었지만 지금부터라도 안락사라는 도피가 아닌, 좋은 죽음에 대해 관심을 갖고 그 권리를 주장해야 한다. 왜냐면 죽음은 내 삶의 일부이고, 잘 살아온 삶에 어울리는 좋은 죽음은 병원과 의사에게 맡길 의학적 사건이 아니라 우리 스스로 도전해야 할 삶의 마지막 과제이기 때문이다.

가톨릭의대 인천성모병원
호스피스완화의료센터 교수

GoodNews paper ⓒ 국민일보(www.kmib.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Copyright © 국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