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 마신 다음 날 아침에 가슴 통증? 변이형 협심증 의심
서석민 가톨릭의대 은평성모병원 순환기내과 교수
국내 협심증 환자의 10%가 해당
추울때 심해… 50대 男 특히 주의
손목 동맥 이용 간단히 진단 가능
장기간 지속적 약물치료 등 필수
술을 마신 다음 날 아침, 가슴에 통증을 느낀다면 통증의 양상을 유심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 심장 근육에 혈액을 공급하는 관상동맥에 경련이 발생하는 '변이형 협심증'일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서석민 가톨릭대 은평성모병원 순환기내과 교수는 29일 "국내 전체 협심증 환자의 10% 가까이가 변이형 협심증이라는 보고가 있다"면서 "동맥경화로 관상동맥이 좁아져 발생하는 일반 협심증과는 흉통의 양상이 다르기 때문에 병을 잘 인지하지 못하고 방치하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서 교수는 “주로 새벽과 아침에 가슴 통증이 생기고 음주 다음 날이나 추울 때 특히 더 심해지는 경향을 보인다”며 주의를 당부했다. 서 교수에게 해당 질환에 대해 들어봤다.
-일반 협심증과 어떻게 다른가.
“관상동맥은 심장을 둘러싼 3개의 혈관(우관상동맥, 좌전하행동맥, 좌회선동맥)으로, 모양이 왕관처럼 보여 이름 붙여졌다. 보통의 협착증이 동맥경화에 의한 협착으로 혈류가 줄어 발생하는 것과 달리, 변이형 협심증은 관상동맥에 경련이 생겨 혈관이 수축하면서 가슴 통증을 유발한다. 심장 혈관에 일시적으로 ‘쥐’가 난다고 생각하면 된다. 정확한 발병 원인과 기전은 밝혀지지 않았지만 최근 연구들에서는 혈관 내피세포의 기능 장애, 칼슘에 대한 혈관 벽의 과민 반응, 교감신경의 과도한 활성화에 따른 자율신경계 균형 이상을 지목하고 있다. 3개 혈관 중 좌전하행동맥에서 50% 이상 발생한다. 음주와 흡연, 스트레스도 위험 요인이다.”
-주의할 연령대는.
“우리나라에서는 남성 환자가 여성의 배 정도를 차지하고 50대 남성이 제일 많다. 30~40대에서도 발생한다. 동맥경화에 의한 심혈관질환 호발 연령이 60대 이후인 걸 감안하면 변이형 협심증 연령은 10년 정도 낮다.”
-의심할만한 증상은.
“변이형 협심증 증상의 핵심 키워드는 ‘술’ ‘다음 날’ ‘아침’이다. 우리 몸의 혈관이 수축되는 시간대나 상황에서만 증상이 나타난다는 공통점이 있다. 또 일반 협심증은 운동 등 심장에 부하가 걸릴 때 통증이 심해지는데, 변이형은 운동을 하거나 일상생활 중에는 통증이 없다는 특징이 있다. 저녁에 음주를 하면 알코올 대사산물인 아세트알데히드가 혈관을 수축시킨다. 추운 환경도 마찬가지다. 흉통은 발생하고 5~10분 안에 대부분 나아진다. 근육에 쥐가 나서 극심한 통증을 느끼다가 증상이 감쪽같이 사라지는 것과 같다. 실신도 변이형 협심증의 증상 중 하나인데, 오른쪽 관상동맥에 수축이 있을 경우 실신할 수 있다.”
서 교수는 “이른 새벽이나 오전 6~8시 직장인은 출근하다가, 주부는 아침 식사를 준비하다 증상을 느끼고 병원을 찾는 경우가 많다”고 전했다.
-진단은 어떻게 내리나.
“가슴 통증은 다양한 원인에 의해 생길 수 있기 때문에 흉통의 양상을 파악하는 게 제일 중요하다. 그렇지 못하면 초기 진단에 어려움을 겪기도 한다. 변이형 협심증의 특이 증상이 있다면 우선 관상동맥조영술을 통해 경련 유발 검사를 한다. 최근에는 손목동맥을 이용해 비교적 간단히 할 수 있다. 손목 혈관으로 가느다란 관을 넣어 관상동맥까지 접근시킨 뒤 경련 유발 약물(에르고노빈)을 투여해 혈관 수축으로 혈액 흐름이 막히는 부분이 있는지 확인한다. 진단만 확실하면 치료는 약물로 비교적 쉽게 할 수 있다.”
-약물로만 치료 가능한가.
“혈관 수축을 예방하는 약물치료가 가장 중요하다. 칼슘 통로 차단제라는 약제를 쓰면 치료의 반응이 매우 좋다. 경련이 왔을 때 혈관을 확장해주는 니트로글리세린도 도움 될 수 있다. 약으로 혈관의 경련을 막고 생긴 경련을 풀어준다고 보면 된다. 95% 이상에서 약에 반응이 매우 좋다.
변이형 협심증은 혈관의 특성과 관련된 질환이기 때문에 장기간 지속해서 약물 치료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통증이 아침에 주로 나타나기 때문에 예전에는 일어나자마자 약을 먹고 자기 전에 다시 복용하는 방법을 많이 권했다. 하지만 요즘은 약효 긴 약들이 나오면서 아침과 저녁 식후 2회 약물 복용으로 잘 유지되는 경우가 많다. 재발을 막으려면 약을 제대로 복용해야 한다. 변이형 협심증이 일반 협심증과 동반된 경우 혈관을 넓히는 스텐트 삽입술이나 풍선 확장술을 시행하기도 한다.”
-예방 및 관리법은.
“변이형 협심증은 고위험군이 따로 있다고 보긴 어렵다. 다만 유발 위험 요인으로 술과 담배, 스트레스가 꼽히기 때문에 금연·절주하는 생활습관이 필요하다. 증상이 일시적으로 나타났다가 사라져 가볍게 여기고 방치하는 경우가 많아 주의해야 한다. 특히 흉통이 있는데도 술을 마시고 약을 복용하지 않은 상태로 수면을 취하면 위험한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 좁아진 혈관이 회복되지 않고 수축이 지속되면 심근경색이나 심장마비로 이어질 수 있다.”
서 교수는 “경련이 와서 혈관이 순간적으로 수축되고 아예 막혀 버리면 허혈성 심실빈맥이나 심실세동 같은 악성 부정맥이 발생해 갑자기 쓰러질 수 있고 그런 경우 1%는 급사하기도 한다”고 강조했다.
글·사진=민태원 의학전문기자 twmi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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