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바람’ 부는 증시…그래도 ‘핫’한 종목들
갑진년(甲辰年) 새해가 밝았지만 증시에 부는 찬바람은 여전하다. 1월 25일 코스피지수는 2470.3, 코스닥지수도 823.7로 아쉬운 수준이다. 대부분 전문가들은 올해 증시 전망 관련 ‘N자형 패턴’의 반복을 예상한다. 지난해 공포를 경험한 투자자들이 ‘작은 부정적 이슈’도 ‘또 다른 침체의 시작’으로 판단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국내 증시를 이끌 것으로 예상된 ‘반도체’ 섹터도 썩 밝은 모습을 보이지 못하는 상황이다.
얼어붙은 증시지만 올해 신고가를 찍는 등 뜨거운 종목도 존재한다. 무엇보다 정부의 저출생 정책 테마주가 첫손에 꼽힌다. ‘아가방컴퍼니’는 올해 초 주가 상승세가 상당했다. 지난해 말 3000원대 후반에 거래됐지만, 올해 한때 6000원 선을 돌파했다. 유아용 영어 교재를 만드는 삼성출판사 등도 상승세를 자랑한다. 다만 전문가들은 ‘단순 테마주’ 투자에 주의를 요한다. 변동폭이 커 손실이 우려된다는 이유다. 전문가들은 오히려 착실하게 기업가치를 끌어올려 주가 개선에 성공한 ‘전력기기’ 섹터 등을 주목한다. 특히 북미 지역을 중심으로 수주를 이어가는 HD현대일렉트릭 등이다.
13년 만에 컴백 ‘저출생’ 테마주
아가방컴퍼니·삼성출판사 급등락
2011년 증시를 뒤흔들었던 ‘저출생 정책 테마주’가 다시 한 번 등장했다. 13년 만이다. 당시 유력 대선 후보였던 박근혜 전 대통령이 저출생 문제 해결을 공약으로 내세우면서 유아용품 회사가 수혜를 받을 것이라는 기대감에 ‘테마주’ 열풍이 불었다.
이번 저출생 테마주 열풍 배경도 당시와 비슷하다.
윤석열 대통령이 신년사를 통해 저출생 문제 해결을 주문하고 나선 후 관련 테마주 열풍이 불어닥쳤다. 새해부터 시행된 정부의 출산 육아 지원책 확대도 영향을 미쳤다. 정부는 올해부터 매달 만 0세 아동 부모에게 부모급여 지원금으로 100만원을 지급하기로 했다. 만 1세 아동 부모는 50만원으로 전년 대비 각각 30만원, 15만원씩 부모급여가 올랐다. 정부뿐 아니다. 주요 정당들이 줄줄이 총선 공약에 저출생 대응을 내놨는데, 이 또한 관련주 주가를 타오르게 만드는 모양새다.
종목별로 살펴보면 국내 대표 유아용품 업체 ‘아가방컴퍼니’가 눈에 띈다. 지난해 마지막 거래일인 2023년 12월 28일 3915원에 장을 마친 아가방컴퍼니는 올해 7거래일 연속 상승하면서 1월 25일 기준 5000원대 후반을 유지하고 있다. 1월 25일 종가는 5920원. 지난해 마지막 거래일과 비교하면 51.2% 올랐다.
유아용품 관련주로 묶이는 깨끗한나라와 네오팜도 강세다. 1월 25일 기준 종가는 각각 3115원, 2만8450원이다. 지난해 마지막 거래일 대비 28.4%, 10% 올랐다. 제지 사업과 생활용품업을 영위하는 깨끗한나라는 생활용품사업부에서 ‘보솜이’ 등 기저귀류를 만들고 있다. 화장품 제조회사 네오팜도 아이들에게 쓰는 아토피 보습제 아토팜 등을 만든다.
유아용 영어 교재를 생산하는 삼성출판사와 유아용 로션(궁중비책)·의류를 생산하는 제로투세븐도 단기 강세다.
다만 이 같은 현상을 두고 증권가에서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테마주는 변동성이 큰 만큼 단기간 높은 수익률을 기록할 수 있지만 반대로 큰 손실을 볼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다. 테마주는 전망도 쉽지 않다. 이에 테마주 자체에 눈길을 두지 않는 이도 여럿이다. 실제 저출생 관련주와 함께 올해 초 뜨거웠던 전쟁 관련 테마주 역시 급등 후 상승분을 거의 반납했다. 아스팔트 플랜트 업체 스페코와 전자전 시스템 방향 탐지 장치 등을 공급하는 빅텍 주가는 올해 초 빠르게 치솟았지만, 이후 제자리를 찾았다.
특히 적자 기업이 ‘테마주’로 묶였다면 더욱 주의가 요구된다. 증시 전문가들은 이 경우 ‘단기 투자 대상’으로도 보지 말라고 조언한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누구나 알고 있듯, 테마주 투자는 지속 가능한 투자가 아니다. 게다가 해당 기업이 적자를 내고 있다면 온전히 ‘흐름’과 ‘행운’에 베팅하는 꼴”이라고 당부했다.
앞서 언급된 테마주 중 깨끗한나라와 삼성출판사, 빅텍, 스페코는 지난해 1~9월 기준 영업손실을 내고 있다. 깨끗한나라와 삼성출판사는 각각 165억원, 6억원 적자고 빅텍과 스페코도 각각 33억원, 34억원 적자다. 특히 빅텍의 경우 영업활동 현금흐름도 마이너스 108억원인 상태다. 영업을 할수록 현금이 빠져나가는 상황이다.
증권가선 목표주가 추가 상향
신고가를 기록 중인 종목 중에는 확실한 근거를 가진 곳도 있다. ‘전력기기’ 섹터는 지난해부터 2024년 대표 기대 종목으로 꼽혔다. 미국 등 북미를 중심으로 한 수요가 상당하고, 긴축 종료와 맞물려 미국 내수 설비 투자가 본격화되면 두드러지는 실적을 낼 것이라는 전망이다. 미국은 최근 ① 노후 전력 인프라 교체 ② 장거리 송·배전 설비 수요 확대 ③ 이상 기후에 따른 전력 수급 불안정성 해소 등의 이유로 전력 설비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 특히 노후 전력 인프라가 사회 문제로 대두되는 상황이다. 미국 전력 송전망과 발전소 변압기 중 70%는 설치된 지 25년 이상 지났다.
국내 대표적인 전력기기 분야 기업으로는 HD현대일렉트릭과 효성중공업, LS일렉트릭 등이 있다. 이 중 고압 변압기 등에 강점을 지닌 HD현대일렉트릭과 효성중공업 주가는 그야말로 우상향이다.
지난해 마지막 거래일 8만2200원에 장을 마친 HD현대일렉트릭은 올해 1월 25일 10만4400원까지 올랐다. 최근 상승세가 소폭 꺾였지만 증권가는 여전히 상승 여력이 충분하다고 내다본다.
실제 HD현대일렉트릭 목표주가를 상향 조정한 곳도 여럿이다. 올해 1월에만 키움증권과 삼성증권, 신한투자증권, IBK투자증권, NH투자증권, SK증권 등이 리포트를 내고 목표주가를 올렸다. 증권사별 목표주가는 11만~12만5000원 선이다.
목표주가 12만5000원을 제시한 한영수 삼성증권 애널리스트는 “HD현대일렉트릭이 제시한 2024년 수주 가이던스(37억달러, 4조9000억원)는 매출 전망치(3조3000억원)를 크게 넘어선다”면서 “전력기기 업황은 여전히 공급자 우위 시장이며, 가격 강세도 지속되고 있다. 특히 북미 지역 가격 급등이 타 지역에도 영향을 미치기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고압 전력기기 분야 경쟁사들이 의미 있는 증설에 나서지 않고 있다는 점도 호황 장기화의 근거”라고 덧붙였다.
효성중공업도 상승세가 눈에 띈다. 지난해 마지막 거래일 16만1900원에 장을 마친 효성중공업의 올해 1월 25일 종가는 18만9000원이다. 증권가도 긍정적 전망을 내놓는다. 이동헌 신한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효성중공업 목표주가를 22만원에서 24만원으로 상향하며 “전력기기뿐 아니라 건설 사업을 함께하고 있다는 점과 상대적으로 높은 부채비율로 경쟁사 대비 할인을 받고 있다”며 “길게 보면 경쟁사와 비슷한 경험과 기술력 캐파를 갖추고 있다. 시가총액 차이를 좁혀갈 것”이라고 내다봤다.
중저압 배전반 등에 강점을 지닌 LS일렉트릭은 상대적으로 북미 전력 인프라 교체 수혜를 못 봤다. 북미 시장 생산 거점 부재와 상대적으로 고압 변압기 관련 경쟁력이 떨어진다는 점이 원인으로 꼽힌다. 결과적으로 경쟁사들과 달리 주가는 지지부진하다. 지난해 12월 28일 7만3200원이던 주가는 올해 1월 25일 6만7700원까지 떨어진 상태다. 다만 일각에선 과도하게 낮은 밸류에이션이라고 평가한다. 이민재 NH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전방 시장에 차이가 있다는 점을 고려해도 HD현대일렉트릭과 현대 밸류에이션 격차는 과도한 수준”이라며 “실적 개선이 가시화되면 밸류에이션 격차는 점차 축소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245호 (2024.01.31~2024.02.06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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