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 니 어데고" 이 말, 정확히 통역했다…한국서 나온 첫 AI폰
휴대폰에 대고 경상도 사투리로 대뜸 물었다. “마, 니 어데고?” 말이 끝나자마자 스마트폰 화면에 영어 문장이 나타나 상대방에 정확히 뜻을 전달한다. “Where are you?”
삼성전자의 첫 번째 인공지능(AI) 폰인 갤럭시S24 시리즈가 공개됐다. 전 세계 공식 출시일은 31일이지만 이미 25일까지 진행된 국내 사전예약에서 역대 갤럭시S 시리즈 사전예약 판매 기록을 깼다. 예상을 뛰어넘는 반응에 삼성은 사전예약 마감을 2월 8일까지 연장했다. 그간 제조사를 막론하고 뚜렷한 혁신이 드물었던 스마트폰 시장에서, 실시간 통화 통역·사진 보정 등 최신 기술에 익숙하지 않은 사용자도 누구나 체험할 수 있는 AI 기능을 과감하게 탑재한 삼성의 전략이 통한 셈이다.
삼성이 만든 언어모델...사투리 통역 첫발
무엇보다 한국어 사투리를 인식하기 시작했다는 점이 눈에 들어왔다. 통화 중 경상도 억양으로 “밥 뭇나” 하고 물어보니 영어로 곧 “Did you eat?”이라 뜻을 옮겼다. 그밖에 “억수로 많네”를 “That’s a lot”으로 통역하는가 하면 “허벌나게 맵다”는 전라도 사투리를 “It’s so spicy”로 옮기는 놀라운 성능을 보였다.
비결은 간단하다. 음성인식과 통·번역 기능을 담당하는 AI 모델을 만든 곳이 한국어를 가장 잘 아는 삼성이기 때문이다. 화면에 원을 그리면 바로 검색 결과를 확인할 수 있는 ‘서클 투 서치’ 같은 최신형 AI 기능은 구글과의 협력을 통해 탄생했지만 음성인식과 통·번역을 맡은 갤럭시 AI 모델만큼은 전적으로 삼성의 작품이다.
통·번역 알고리즘은 물론 AI의 수준을 좌우하는 거대언어모델(LLM)도 모두 삼성전자의 언어AI팀이 쌓아 올렸다. 갤럭시 S24 시리즈는 현재 영어·한국어·중국어·프랑스어·일본어 등 13가지 언어를 지원한다.
다만 사투리의 억양이 강해지고 문장이 복잡해질수록 정확도는 크게 떨어졌다. 삼성은 펌웨어 업데이트를 통해 사투리는 물론 신조어 등을 지속적으로 AI 모델에 추가 학습시킬 방침이다. 한국어뿐 아니라 세계 각지의 언어와 방언들도 계속해서 추가된다. 삼성전자는 AI 언어센터를 국내를 포함한 전 세계 주요 거점에 설치해 통·번역 AI 모델을 위한 데이터를 모으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IT업계 한 관계자는 “자체 AI 모델을 가진 곳과 그렇지 못한 곳의 격차는 앞으로 더 벌어질 것”이라 말했다.
엑시노스도 돌아왔다
실제 써보니 웹 서핑·SNS·유튜브 등 사용에 있어서 발열을 느끼기는 어려웠다. 특히 삼성이 칩 제조 과정에서 첫 적용한 첨단 패키징 기술 ‘팬아웃웨이퍼레벨패키지(FOWLP)’이 전작인 엑시노스2200과 비교해 전성비(전력 대비 성능) 측면에서 큰 개선을 이뤄낸 것으로 보인다.
직접 CPU(중앙처리장치) 성능 실험을 돌려봤다. 성능 평가 앱 긱벤치6로 엑시노스2400의 성능을 측정해본 결과 싱글코어는 2159점, 멀티코어는 6830점이 나왔다. 울트라 모델의 스냅드래곤8 3세대는 싱글코어 2293점, 멀티코어 7274점이었다. 점수가 높을수록 스마트폰의 성능이 뛰어나다. ‘역대 최강’으로 불리는 스냅드래곤8 3세대의 성능엔 다소 못 미쳤지만 전작인 갤럭시S23 시리즈에 탑재됐던 스냅드래곤8 2세대의 성능은 한참 뛰어넘었다. 성능 유지 안정성만 잡는다면 엑시노스 부활의 발판은 무난하게 마련할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는 “전작 대비 CPU 성능이 1.7배, AI 성능은 14.7배 높아졌다”고 밝혔다.
이희권 기자 lee.heekw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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