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한동훈 157분 첫 오찬 회동…김 여사∙공천 얘기는 없었다

현일훈, 우수진 2024. 1. 29. 18: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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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위원장님, 요즘 수고가 많으십니다. 여기는 처음이시죠.” (윤석열 대통령)

“네 처음입니다.”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창가 쪽으로 걸어가며) 잠깐 이리 좀 와 보시겠어요.”(윤 대통령)

“저기 보이는 곳은 어딘가요.”(한 위원장)

29일 낮 12시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 고층. 윤석열 대통령은 10분 먼저 와서 기다리고 있던 한동훈 비대위원장에게 악수를 청하자 한 위원장이 웃으며 손을 맞잡았다. 지난 21일 사퇴 요구가 나오는 등 격렬하게 충돌하던 두 사람은 극적인 ‘서천 만남’ 이후 6일 만에 이렇게 조우했다.

대통령실이 초청하는 형식으로 마련된 이날 회동은 2시간 오찬 뒤 37분 차담까지 총 157분간 진행됐다. 윤 대통령은 보랏빛 넥타이를 했고, 한 위원장은 양복 차림의 노타이였다.

윤석열 대통령이 29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과 오찬 전 담소를 나누고 있다. 대통령실

대통령실과 국민의힘에 따르면 윤 대통령은 오찬에 앞서 “한 위원장님”이라고 존칭을 쓰며 “저쪽이 어린이정원이고, 이쪽은 분수 정원이고, 저기 보이는 곳이 드래곤 호텔”이라고 주변을 설명했다. 한 위원장은 두 손을 모은 채 고개를 끄덕이면서 이따금 건물 위치 등을 물었다. 한 위원장이 지난달 26일 취임 후 윤 대통령과 오찬을 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이어 두 사람은 흰색 라운드 테이블에 나란히 앉아 식사했다. 메뉴는 중식이었다. 국민의힘 윤재옥 원내대표와 대통령실 이관섭 비서실장, 한오섭 정무수석, 이도운 홍보수석이 배석했다.

식사 중에는 주로 민생 현안에 대한 얘기가 오갔다. 먼저 윤 대통령은 “국민이 체감할 수 있는 민생 개선을 위해 당정이 배가의 노력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구체적인 민생 현안으로는 반도체를 비롯해 주택, 철도 지하화 등이 논의됐다. 특히 윤 대통령은 철도 지하화에 대해 “철도가 도시 한가운데를 관통하면 도시가 동서남북으로 단절된다”며 “도시 발전을 위해 소통할 방안으로 전체 구간을 지하화하지 않아도 1km만 지하화해도 소통이 된다. 그러면 도시가 조화롭게 발전할 수 있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지난 27일부터 5인 이상 모든 사업장에 적용된 중대재해처벌법 확대 시행과 관련해서도 영세사업자의 어려움을 걱정했다. 이에 한 위원장은 “국회에서 협상을 이어가겠다”고 말했다. 이번에는 한 위원장이 최근 잇따르는 정치인 테러에 대해 우려하자, 윤 대통령은 그 자리에서 “관련 대책을 신속하게 마련하라”고 관계 부처에 지시했다.

윤 대통령은 오찬 뒤 나가는 한 위원장에게 “혹시 시간 괜찮으시면 내 집무실로 가서 차 한잔 더 합시다”라고 제안했고, 한 위원장도 “물론입니다”라고 화답했다. 37분간의 티타임은 당초 예정에 없던 일정이었다. 다른 오찬 참석자들도 함께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차담에서도 줄곧 민생 살리기에 당정이 협력해야 한다는 메시지가 오갔다”며 “157분이라는 회동 시간이 ‘윤·한’의 관계를 말해주는 것 아니겠냐”고 전했다.

이날 회동은 지난 '서천 만남' 뒤 한 대통령실 참모가 한 위원장 측에 제안해 지난주 후반쯤 확정됐다. 윤 대통령도 “함께 식사를 하는 것도 좋겠다”며 긍정적 반응을 보였다고 한다.

오찬 뒤 윤 원내대표도 관련 브리핑을 가졌다. 기자들과의 질의응답에선 이런 얘기가 오갔다.

-김건희 여사 의혹에 대한 해소 방안도 논의됐나.

“없었다. 민생문제, 이와 관련된 국회 상황을 주로 얘기했다.”

-한 위원장에 대한 사퇴 요구 문제에 대한 언급도 없었나.

“그렇다.”

-총선 공천에 대한 언급은.

“선거 관련 논의하는 자리가 아니었다.”

이날 오찬을 함께한 것을 두고 여권에선 “서로의 신뢰를 쌓아가는 계기가 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두 사람이 충돌하고 앙금이 남았을 수는 있지만 일단 얼굴을 맞대고 국정 현안에 대한 의견을 나누면서 신뢰 회복을 위한 주춧돌을 마련해 가는 게 아니냐는 것이다.

국민의힘 한 중진 의원은 통화에서 “충돌의 원인이 됐던 ‘김경율 사천’이나 ‘김건희 명품백’ 논란 등이 여전히 해결되지 않은 상태지만 자주 만나 소통하다 보면 조금씩 간극이 좁혀지면서 해결 방안을 찾아가지 않겠는가”라며 “총선을 앞두고 당·정간 화합과 소통 강화의 출발점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현일훈ㆍ박태인 기자 hyun.ilho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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