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이 방은 처음이지?” 용산 주변 소개…韓 “민생 이야기만 나눴다”

엿새 만에 다시 만난 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간의 대화 주제는 민생이었다. 두 사람은 29일 용산 대통령 집무실에서 오찬 회동을 가졌다.

이날 만남은 지난 23일 충남 서천 특화시장 화재 현장에 만난 이후 일주일도 채 안 된 시점에 성사됐다. 윤 대통령과 한 위원장 모두 갈등 국면을 서둘러 극복하고 힘을 모아야 한다는 데 공감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이번 회동은 오찬 2시간과 차담 37분 등 2시간 37분 동안 이뤄졌다. 여권 고위 관계자는 “윤 대통령이 한 위원장에 대해 느꼈던 섭섭함 등이 풀린 것 같다”고 말했다.

이번 회동의 의제는 민생이었다. 논의 테이블에 오른 민생 이슈는 주택과 교통 문제, 중대재해처벌법 시행에 따른 영세사업자의 고충 등 다양했다.

한 위원장은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대통령실과 여당은 민생 문제에 힘을 모으는 것이 핵심 역할”이라며 “민생 이야기만 나눴다”고 밝혔다.

윤 대통령은 이날 낮 12시 용산 대통령실 오찬장에 도착해 먼저 입장해 있던 국민의힘의 한 위원장, 윤재옥 원내대표에게 “수고 많습니다”라고 말하며 악수를 나눴다.

윤 대통령과 한 위원장을 포함해 대통령실의 이관섭 비서실장, 한오섭 정무수석, 이도운 홍보수석까지 모두 6명이 원탁에 앉았다. 한 위원장은 윤 대통령의 바로 오른편에 앉았다.

윤 대통령은 “한 위원장은 이 방이 처음이냐”고 물었고, 한 위원장이 “그렇다”고 하자 “그러면 이리 와 보라”며 한 위원장을 창가로 이끌었다. 윤 대통령은 창밖의 주변 건물들을 손으로 짚어가며 소개했다.

윤 대통령은 오찬 내내 주택, 금융, 반도체, 교통망 확충 등 여러 민생 현안에 대해 대화를 주도했다. 윤 대통령이 직접 ‘민생토론회’를 주재하고 개선을 약속한 과제들이었다.

윤 대통령은 오찬을 마친 뒤 오후 2시쯤이 되자 “집무실에 가서 차를 한 잔 더 하고 가자”고 권했다. 차담의 주제도 민생 현안들이었다.

윤 대통령은 자리에서 일어나며 “시간이 어떻게 됐느냐”고 물었다. 배석한 인사가 “오후 2시37분”이라 답하니 “꽤 오래 했네요”라고 말했다.

한 위원장과 윤 원내대표는 각자 차량에 올라 오후 2시40분쯤 대통령실 청사를 빠져나갔다.

윤 대통령과 한 위원장, 윤 원내대표는 50인 미만 영세기업에 대해 확대 시행된 중대재해처벌법과 ‘정치인 테러’에 대해서도 우려를 함께 나눴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오찬과 차담의 분위기가 좋았다”며 “당정은 늘 소통하고 있고 충분히 서로의 의사를 확인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윤 대통령과 한 위원장 사이에 갈등의 불씨가 남아 있다는 지적도 있다.

2시간 37분 간의 회동에서 초유의 당정 충돌 원인이 됐던 김건희 여사 명품가방 수수 논란과 김경율 비대위원을 둘러싼 ‘사천’ 논란 등은 전혀 언급되지 않았다. 한 위원장은 오찬 회동에 앞서 여의도 당사에서 기자들을 만나 “공천은 당이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경원 이종선 기자 neosar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