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약·위탁생산으로 재미 본 K-바이오, 호시절 이어진다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업계 최초로 영업이익 ‘1조 시대(2023년 기준 1조1137억원)’를 연 가운데 주요 국내 제약·바이오 업체들이 줄줄이 사상 최대 실적을 예고하고 있다. 글로벌 의약품 수요가 늘어 바이오 업체들이 대규모 위탁생산(CMO) 계약을 수주한 데다, 제약사들이 오랜 기간 공들여 온 신약 개발 프로젝트가 결실을 본 덕분이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 역시 호시절이 이어질 전망이다.
신약으로 웃은 제약사
29일 SK바이오팜은 지난해 4분기 영업이익 152억원을 기록하며 흑자 전환했다고 밝혔다. 2011년 설립한 이 회사가 분기 흑자를 낸 건 2021년 4분기 이후 두 번째다. 지난해 영업손실 규모는 370억9000만원으로 연간 기준으로는 여전히 적자지만 손실 폭이 전년보다 28.3% 줄었다. SK바이오팜 관계자는 “과거 분기 흑자는 신약 ‘세노바메이트’의 유럽 라이선스 계약으로 발생한 일회성 수익이 요인”이라며 “지난해 분기 흑자는 제품 판매 매출로 이뤘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설명했다.
효자 상품이 된 세노바메이트는 이 회사가 2020년 자체 개발해 출시한 뇌전증 치료제다. 지난해부터 미국을 중심으로 글로벌 매출이 급증했다. 지난해 4분기 미국 내 매출은 777억원으로 1년 전 같은 기간보다 56.2% 늘었다.
신약 덕분에 웃고 있는 건 한미약품도 마찬가지다. 한미약품은 지난해 원외 처방 매출로 9295억원을 벌었는데 매출 신장을 주도한 20개 제품 중 19개가 독자개발 신약이다. 특히 이상지질혈증 치료 복합신약 ‘로수젯’의 처방 매출은 전년 대비 19.3% 증가한 1788억원으로 늘었다.
비소세포폐암 신약 ‘렉라자’를 출시한 유한양행, 샤르코-마리-투스병(CMT) 신약 후보인 ‘CKD-510’ 기술 수출에 성공한 종근당 등도 지난해 사상 최대 매출을 기록한 것으로 추정된다.
바이오, 위탁 생산으로 최대 실적
국내 바이오 업계는 글로벌 바이오 의약품의 위탁개발 생산 수요가 늘며 재미를 봤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지난해 화이자·노바티스 등과 연간 기준 사상 최대 규모인 3조5009억원의 위탁 생산 계약을 체결했다. 글로벌 상위 20개 제약사 중 14곳을 고객사로 확보한 삼성바이오로직스는 내년 4월 가동을 목표로 인천 송도국제도시에 5공장을 건설하는 등 생산 설비 증설에 주력하고 있다. SK팜테코도 미국 펜실베이니아주에 세포·유전자 치료제 생산 공장을 짓는 등 위탁 생산시설 확보에 힘을 쏟고 있다.
셀트리온 역시 지난해 사상 최대 실적을 올린 것으로 예상한다. 바이오 의약품을 개발·생산하는 셀트리온은 지난해 12월 해외 유통을 맡아온 셀트리온헬스케어와 합병해 통합 법인을 출범했으며 국내 유통 담당인 셀트리온제약의 흡수 합병도 추진 중이다. 이 회사는 자가면역질환 치료제인 ‘램시마SC’, ‘유플라이마’ 등 바이오시밀러 사업이 호조를 보인데다 이스라엘 제약사 테바의 편두통 치료제 원료 의약품을 위탁 생산하며 매출이 큰 폭으로 성장했다.
올해 전망도 ‘맑음’
국내에서 개발한 신약에 대한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셀트리온은 다음 달 미국 출시 예정인 자가면역 치료제 신약 ‘짐펜트라’의 올해 매출이 6000억원, 3년 내 글로벌 매출이 3조원을 기록할 것으로 기대했다. 바이오 업계 관계자는 “중소형 제약·바이오 기업은 신약 개발에 역량을 집중하고, 개발에 성공한 신약은 대형 바이오 업계가 위탁 생산하는 전략이 굳어지고 있다”며 “올해부터 관련 시장이 본격 성장할 것으로 전망해 호실적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김경미 기자 gae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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