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선균 13년 지기 영화제작자의 눈물 "고인이 남긴 숙제, 풀겠다"

김화빈 2024. 1. 29. 1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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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문화예술연대회의 소속 장원석 대표 "수사기관·언론 왜 그랬나? 이선균 방지법 필요"

[김화빈, 이정민 기자]

 장원석 BA엔터테이먼트 대표가 24일 오후 서울 마포구 BA엔터테이먼트 사무실에서 고 이선균 배우의 죽음과 관련, 오마이뉴스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 이정민
 
"엔터테인먼트 산업 종사자로서 이번 일은 트라우마다. 이런 죽음이 더 이상 발생해서는 안된다는 절박한 심정에서 나섰다."

고 이선균(48) 배우가 출연한 영화 <끝까지 간다>를 제작한 장원석 BA엔터테인먼트 대표(한국영화프로듀서조합 소속 대표)는 그의 죽음이 자신을 비롯한 엔터테인먼트 종사자들에게 미친 영향을 설명하며 이렇게 말했다. 그리고 왜 공동행동에 나설 수밖에 없었는지에 대해서도 털어놨다. 13년간 이선균씨와 인연을 맺어온 장 대표는 1시간 정도 진행된 인터뷰에서 끝내 고인을 떠올리며 눈물을 흘렸다. 

배우 이씨는 지난해 10월 마약을 투약했다는 의혹이 보도된 이후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대마·향정) 혐의로 경찰에 입건됐으나, 간이 시약 및 신체 정밀검사 결과 음성 판정을 받았다. 그러나 세 차례 경찰 소환 조사에서 억울함을 호소하다가 12월 27일 스스로 세상을 등졌다

장 대표는 배우 이씨의 죽음을 "경찰과 언론에 의한 사회적 타살"로 규정했다. 또한 "이 사건은 연예인들만의 문제가 아니다"라며 "사회적으로 안전장치가 마련되지 않으면 이선균 배우가 겪었던 일을 누구나 겪을 수 있다"라며 제도적 개선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배우 이씨의 죽음 후 장 대표를 비롯해 봉준호 감독, 배우 김의성씨, 가수 윤종신씨 등 문화예술계 단체들과 종사자들은 문화예술인연대회의(아래 연대회의)를 구성했다. 연대회의에는 30개 단체, 2831명이 참여했다(1월 17일 기준). 이들은 지난 12일 기자회견을 통해 ▲ 수사정보 유출 의혹 진상규명 ▲ 고인에 대한 선정적 보도 삭제 ▲ 이선균 방지법 제정 등을 촉구했다. (관련기사 : 봉준호의 탄식, 윤종신의 질문..."이선균 죽음, 가혹한 인격살인" https://omn.kr/2723v)

아래는 장 대표와 지난 24일 오후 5시 서울 마포구 사무실에서 진행한 인터뷰 일문일답 내용이다. 

"수사기관은 왜 이 사건에 집착했을까"
 
 봉준호 감독, 배우 김의성 등 문화예술단체 대표와 회원들이 지난 12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고 이선균 배우의 죽음을 마주하는 문화예술인들의 요구 성명서'를 발표하고 있다. 사진은 장원석 한국영화프로듀서조합 소속 대표가 성명서를 발표하는 모습.
ⓒ 유성호
 
- 왜 문화예술단체들이 연대회의를 구성해 기자회견을 하고 입장을 내게 됐나?

"이번 사건은 경찰과 언론에 의한 사회적 타살, 인격 살인이다. 경찰 내사(입건 전 조사) 단계에서 수사 자료가 흘러 나갔고, 언론은 혐의와 무관한 사적 대화까지 무분별하게 받아썼다. 세 차례의 공개소환 조사와 19시간의 밤샘 조사까지. 이런 수사방식은 인권을 위해 원칙적으로 금지된 것인데 왜 이번 사건에선 수사와 범죄 보도의 원칙이 하나도 지켜지지 않았는지 궁금하다. 유명 연예인이면 원칙은 무시해도 괜찮은 건지 묻고 싶다. 부당하고 불합리하다. 죄형법정주의 국가에서 (고인의) 범법 행위가 확정된 것도 아닌데 개인의 사적 영역까지 공적 사안처럼 다뤄지는 것은 부당한 일이다."

- 경찰은 고인이 간이 시약 검사(소변)와 1·2차 정밀검사에서 음성 판정이 나왔는데도 공개소환을 반복했다. 이유가 어디에 있다고 보나.

"수사기관의 실적주의가 잘못된 방향으로 표출됐다고 본다. 신속한 수사로 범죄 피해 확산을 막았거나 사회적으로 시급하거나 중한 범죄자를 잡은게 아니지 않나. 일반인 사건은 1·2차 정밀검사에서 음성이 나오면 혐의 없음으로 종결된다. 왜 유독 이번 사건만 과도하게 수사기관이 집착했을까. 유명 연예인이라는 이유만으로 무리하게 수사한 건 아닐까? 사건을 지켜본 모두가 그런 의구심을 가졌을 것으로 생각한다."

- 언론 보도에 대한 비판도 상당하다. 연대회의는 선정적 언론 보도에 대해 삭제를 요구하기도 했다. 그러나 사적 대화가 담긴 보도와 관련 KBS는 '고인의 사망 배경과 (보도를) 연결 짓는 것은 무리'라는 입장을 밝혔다.

"언론이 연예인 사건을 흥미 위주로 다루고 있다. 브레이크가 없는 폭주 기관차다. 최소한의 자제도, 내부 필터링도 작동하지 않은 사이 고인에겐 감당할 수 없는 무언의 폭력과 세간의 의심이 쏟아졌다. 더 이상 언론의 자정만을 기대하긴 어려운 상황이다. '아니면 말고' 식의 보도가 계속 반복됐다. 최근에는 어떤 배우가 마약에 취해 대낮에 뛰어다녔다고 기사가 났는데 항우울제 복용이 원인으로 밝혀졌다. 유튜버가 만든 콘텐츠를 언론이 받아 써 공신력을 부여하기도 했다. 언론에 책임 있는 자세를 촉구하기에는 너무나 많은 가해가 벌어지고 있다."

- 지난 22일 경기남부경찰청이 인천경찰청 마약범죄수사계와 <디스패치>를 압수수색했다.

"내사 단계에서 '단독'을 붙여 보도한 경기일보, 그리고 사적 내용과 피의사실에 단독을 달고 보도한 KBS나 JTBC도 아니고 왜 수사과정이 적절하지 않았다는 경찰 내부 보고서를 입수해 취재한 <디스패치>를 압수수색 했는지 의문이다. 경찰이 내사자료 유출 경위를 파악하기 위해 수사에 나선 것은 긍정적으로 보지만, 면죄부를 주거나 꼬리자르기식의 결론이 나온다면 그 누구도 납득하기 어려울 것이다."

"절박한 마음으로 연대회의 결성... 문화계 트라우마"
 
 장원석 BA엔터테인먼트 대표이자 한국영화프로듀서조합 소속 대표가 24일 오후 서울 마포구 BA엔터테이먼트 사무실에서 고 이선균 배우의 죽음과 관련, 오마이뉴스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 이정민
- 이번 사건이 문화예술계 종사자들에게 어떤 영향을 미쳤나.

"배우 이선균의 죽음은 문화예술계 종사자들에게 트라우마다. 빈소에 온 모두가 '이런 비극은 반복되어선 안 된다' '우리 손으로 이 비극을 끊어내자'고 공감했다. '왜 우리는 가만히 있었을까' 자책도 했다. 엔터테인먼트 종사자 입장에서 이런 죽음이 더 이상 생겨서는 안 된다는 절박함이 있었다. 이번 일을 겪으면서 어쩌면 내 주변 사람들에게도 이런 일이 닥칠지 모른다는 불안감이 커졌다. 그래서 연대회의를 자발적으로 결성하게 된 것이다."

- 엔터테인먼트 산업에도 타격이 클 것 같다. 

"외신도 이 문제에 대해서 보도하기도 했지만, 산업 전반에 걸쳐 창작 활동이 위축될 수밖에 없다고 본다. 제작사도 매사에 신중을 기하지만, 확인되지 않은 사실이 기정사실처럼 보도되면 한 사람의 인생도, 작품과 관계된 사람들도 모두 조심스러워질 수밖에 없다."

- 이번 사건이 사회적으로 어떤 메시지를 남겼다고 보나.

"사회적으로 안전장치가 마련되지 않는다면, 고인이 겪었던 일을 누구나 겪을 수 있는 걸 보여줬다고 생각한다. 연예인들만의 문제가 아니다. 살면서 누구나 사건에 휘말릴 수 있다. 그런데 수사기관의 잘못된 판단으로 내가 한 일보다 훨씬 심하게 인격모독을 겪는다면, 부당하게 공개적으로 망신당하고 여론재판을 받는다면 누가 버틸 수 있을까. 삶 자체가 감옥이 된다. 그래서 '이선균 방지법'에 대한 이야기를 하게 된 것이다."

- 이후 구체적 계획과 이선균 방지법의 필요성을 설명한다면. 

"연대회의는 12일 발표한 성명서를 18일 경찰청, 국회, KBS등에 전달했다. 그리고 30일에는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이 '고(故) 이선균 수사 정보 유출 재발 방지를 위한 피의사실공표죄 개정 입법토론회'를 진행한다.  

이미 피의사실공표죄가 있지만 기소된 사례가 0건이다. 사문화됐다는 이유로 지금껏 너무나 많은 비극을 감내해 왔다. 피의사실을 공표하면 처벌해야 한다. 수사기관이 흘린 피의사실을 확대 재생산한 언론 또한 책임을 지는 구체적 규제 방안이 논의돼야 한다. 앞으로는 같은 문제의식을 공유하는 여러 단체, 각계각층의 사람들과 연대하면서 장기간 공론화를 이어갈 예정이다. 고인이 우리에게 '이런 일을 이제는 끝내달라'는 숙제를 남겼다고 생각한다. 시간이 얼마나 걸리든 반드시 풀어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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