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위 답변으로 "IQ 53"…병역기피 노린 프로게이머 유죄

정신과 의사 속여 허위 진단서 제출
'지적장애·인격장애' 진단 받아내
징역 1년·집행유예 2년

축구 청소년 국가대표 출신이자 지난해까지 프로게이머로 활동한 원창연(32) 씨가 허위로 정신질환 진단서를 받아 제출하는 등 병역을 기피한 혐의로 유죄를 선고받았다.

29일 연합뉴스 등은 인천지법 형사15단독 오한승 판사가 이날 병역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원 씨에게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하고 사회봉사 120시간을 명령했다고 보도했다. 원 씨는 정신과 의사를 속여 발급받은 허위 진단서를 인천병무지청에 제출해 병역 의무를 기피하거나 감면받으려 한 혐의로 지난해 8월 기소됐다.

그는 지난 2011년 최초 병역판정 검사와 2016년 재병역판정검사에서 피부 질환으로 현역 입소 대상인 신체 등급 2∼3급 판정을 받았다. 당시에는 정신과 병력이나 지적장애 증상은 없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후 2018년 병역처분 변경을 신청해 과체중을 이유로 사회복무요원 소집 대상인 4급 판정을 받았다.

그러나 원 씨는 과체중이 아닌 정신질환으로 4급 판정을 받을 경우, 사회복무요원으로 복무하더라도 군사 소집교육과 예비군 편입이 면제되는 사실을 알고 지난 2020년 정신과를 찾아 허위진단서를 발급받았다.

그는 정신과 의사에게 "감정 조절이 어렵고 불안한 데다 잠도 제대로 못 잔다"고 호소하고 심리평가에도 허위로 응답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 결과 "전체지능이 53이고, 사회연령도 만 13세로 확인됐다"는 진단을 받았다. 또 "사람 많은 곳에는 갈 수 없어 집 밖에는 나가지 않고 혼자 살고 있다. 하는 일 없이 집에만 있다"고 의사에게 거짓말을 해 지적 장애와 인격장애 진단도 받았다.

여기에 더해 원 씨는 사회복무 군사교육이 밀려 있는 지역에서 3년 동안 소집되지 않으면 전시근로역으로 편입된다는 사실을 알고, 주소를 실제 거주지가 아닌 경기 부천시로 이전하기도 했다. 당시 부천은 인천보다 군사교육이 밀려 있던 것으로 알려졌다.

오 판사는 "피고인은 신체 등급 4급 판정을 받고도 병역 의무를 추가로 감면받기 위해 주소를 이전하고 정신질환을 왜곡·과장하며 거짓으로 진료를 받는 등 속임수를 썼다"며 "죄질이 결코 가볍지 않다"고 지적했다. 다만 "형사처벌 전력이 없는 초범이고, 잘못을 인정하며 반성하는 점 등을 고려했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한편 축구 청소년 국가대표 출신인 원 씨는 온라인 축구 게임 '피파온라인4' 프로게이머로 활동하다 지난해 병역법 위반으로 기소되자 은퇴했다. 현재는 유튜브와 아프리카 TV 등을 통해 축구 게임과 관련한 개인 방송을 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원 씨는 이날 자신의 유튜브 커뮤니티에 "현재 기사화된 내용에 관하여 해명 내용을 정리 중이다"며 "심려 끼쳐 죄송하다"고 밝혔다.

김현정 기자 kimhj2023@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