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가뒷담] “열일하고 싶지만”…재무위험기관 LH의 딜레마

김혜지 2024. 1. 29. 17: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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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실 우려가 있는 PF사업장을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매입토록 한다는 정부 방안을 놓고 LH 내부서 뒷말이 무성하다.

LH가 정부 방안대로 부실 사업장을 매입할수록 경영평가 점수가 악화되는 불이익을 감수해야 한다.

LH 내부에선 재무위험기관으로 지정해놓고 경평성적을 악화하는 사업중책을 맡기는 건 앞뒤가 안 맞는 처사라는 불만이 팽배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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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실 우려가 있는 PF사업장을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매입토록 한다는 정부 방안을 놓고 LH 내부서 뒷말이 무성하다. 정부 방침에 따라 사업을 추진하면 부채비율이 높아지게 돼 일을 열심히 할수록 경영평가 성적이 나빠질 게 뻔한 구조라는 것이다.

기획재정부는 ‘2024년 경제정책방향’을 발표하면서 태영건설발 부동산PF 위기 완화 방안으로 LH가 일시적 유동성 어려움을 겪는 사업장을 사들이겠다고 밝혔다. LH가 사업성을 검토해 매입한 뒤 직접 사업을 시행하거나, 다른 시행·건설사에 매각하는 방식이다.

문제는 LH가 재무위험기관으로 지정된 상태라는 점이다. 기재부는 공공기관 부채비율이 200% 이상이면 재무위험기관으로 지정한다. 공공기관 경영정보 공개시스템 알리오에 따르면 LH의 지난해 상반기 기준 부채비율만 벌써 약 219.8%에 이른다.

이런 LH에게 부실 우려 PF 사업장을 사들이라는 건, 그만큼 빚을 늘리라는 얘기다. 그런데 윤석열정부가 2020년 공공기관 경영평가 기준을 건전재정 기조에 따라 뜯어고치면서 재정성과 배점은 기존보다 2배 늘어났다. LH가 정부 방안대로 부실 사업장을 매입할수록 경영평가 점수가 악화되는 불이익을 감수해야 한다.

LH 내부에선 재무위험기관으로 지정해놓고 경평성적을 악화하는 사업중책을 맡기는 건 앞뒤가 안 맞는 처사라는 불만이 팽배하다. 기재부가 최소한 부채비율 조정 등 적절한 ‘당근책’도 제시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것이다.

더욱이 이미 바닥인 LH 상황에 더 부담을 안기는 건 너무하다는 볼멘소리도 나온다. 2021년 직원 땅투기 사건을 시작으로 악재가 계속됐던 LH는 지난해까지 3년 연속 경영평가 성적이 D등급(미흡)에 그쳤다. 올해도 D를 받으면 4년 연속 D등급이 된다. 공공기관 평가에서 D·E등급은 성과급이 없다.

조직 분위기가 악화하면서 젊은 직원들의 이탈은 가속화하고 있다. 입사 후 중간에 관두는 직원이 늘면서 3년 전보다 젊은 직원 수가 20% 정도 줄었다는 게 내부 평가다. LH 한 직원은 “마이너스 통장만 자꾸 는다”면서 “열심히 일할수록 월급이 줄어드는 마법”이라고 자조했다.

세종=김혜지 기자 heyji@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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