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월급 비참한 수준"…MZ 교사 절반 이상, 이직 원한다

이가람 2024. 1. 29. 17:48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부산의 한 고등학교 교실 모습. 뉴스1

학교에서 ‘허리 역할’을 하는 30~40대 밀레니얼 세대(M세대) 교사들이 학원 강사 등 사교육 분야로 이직을 선호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임금이 워낙 낮은 데다 다른 직군과의 상대적 박탈감까지 겹친 결과라는 분석이 나온다.


MZ 교사 절반 이상 “이직 의향 있다”


김영옥 기자
서울시교육청교육연구정보원(서교연)은 2020년부터 시작한 ‘서울교원종단연구’의 3차년도 시행 결과 자료를 29일 공개했다. 교사들에 대한 코호트 연구(동일집단 추적 조사)를 시행해온 서교연은 지난해에 초·중·고 교원 2079명을 대상으로 교직에 대한 인식과 직업 만족도 등에 대한 세대별 특성을 조사했다.

서교연은 조사를 위해 교사 집단을 X세대(1965~1979년생), M세대(1980~1989년생), Z세대(1990년생 이후)로 구분했다. X세대는 45~59세, M세대는 35~44세, Z세대는 34세 이하에 해당한다.

이직에 대한 생각에서 X세대와 MZ세대의 격차는 컸다. X세대의 70.7%는 ‘현재 이직 계획이 없고, 앞으로도 없을 것 같다’고 답했지만, M세대와 Z세대는 절반이 넘는 응답자가 이직을 준비 중이거나 의향이 있다고 답했다. 특히 Z세대는 ‘향후 기회가 된다면 이직한다’는 응답은 57.7%에 달한 반면, 8.9%만이 ‘현재 이직 계획이 있다’고 했다.


이직 분야 물으니 M세대 ‘사교육’, Z세대 ‘전문직’


김영옥 기자
원하는 이직 분야는 세대별로 차이가 두드러졌다. 현재 이직 계획이 있거나 이직 의향이 있는 응답자를 대상으로 한 질문에서 X세대의 1순위 분야는 ‘자영업’(22.8%)이었다. M세대는 ‘학원 강사 등 초·중등 사교육 분야’(16.5%)가 가장 많았다. Z세대는 교육계가 아닌 ‘변호사, 회계사, 세무사 등의 전문직’(20.4%)를 1순위로 꼽았다.

연구를 진행한 정송 서울교육정책연구소 연구위원은 “젊은 Z세대 교사는 최근에 임용고사에 합격한 경험이 있어 시험을 거쳐 자격증을 획득하고 직업을 갖는 것에 익숙해 전문직에 도전하는 경향이 많다”며 “반면 M세대는 교직 경력이 10년 이상 됐기 때문에 본인이 쌓아온 경력과 전문성을 살리기 위한 분야로 사교육을 선호하는 것으로 분석된다”고 말했다.


이직 원인 1순위 “낮은 임금”


차준홍 기자
MZ세대가 각각 사교육과 전문직에 눈을 돌리는 가장 큰 이유로는 임금 문제가 꼽혔다. 이직하고자 하는 이유로 ‘임금이 낮다’는 응답이 M세대(28.1%)와 Z세대(31.1%) 모두 가장 많았다.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교육지표에 따르면 지난해 구매력평가지수(PPP)로 계산한 우리나라 국공립 초등학교 초임교사의 법정 연 급여는 3346만원으로, OECD 평균(3620만원)보다 274만원 적다.

초등학교 교사 최모(44)씨는 “예전에 교사 월급이 적다고 말하면 다들 엄살이라고 얘기했는데, 이제는 교사 처우가 안 좋다는 사회적 공감대도 어느 정도 있어 더 비참하다”고 말했다. 18차 초등학교 교사 김모(40)씨도 “사교육 업체는 일을 열심히 하면 할수록 보상이 늘어나는데 교단의 선생님은 아이를 열심히 가르쳐도 아무런 보상이 없다”며 “정작 수업은 뒷전이고 주식 등 재테크에 몰두하는 교사가 더 돈을 많이 번다”고 했다.


“교사 그만두고 공부방…수입 몇 배 늘어”


경제적인 이유로 학교를 그만두고 사교육 시장으로 진출하는 교사들도 적지 않다. 중학교 교사 이모(35)씨는 “중·고등학교에서 국어, 영어, 수학을 가르치는 선생님들은 학원으로부터 섭외를 받지 않더라도 동네에 직접 공부방을 차리기도 한다”며 “최근에 학교를 나가 영어 공부방을 차린 선생님이 40명을 대상으로 4시간씩 강의를 하는데 교사로 8시간 넘게 일할 때보다 수입은 몇 배 더 번다는 얘기를 들었다”고 말했다.

14년차 초등학교 교사 박모(41)씨는 “인근 고등학교에서 수학을 가르치던 선생님이 학원을 차렸다고 해서 자녀의 상담을 받으러 간 적도 있다”며 “오롯이 아이들을 가르치는 것에만 집중하면서 돈을 벌 수 있어 만족한다는 얘기를 듣고 부러웠다”고 말했다.


‘허리 역할’ 고참 교사 사라지면 악순환 반복


학교 현장에서는 ‘허리 역할’을 담당하는 M세대 교사들의 이직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크다. 한 초등 교사는 “15~20년차쯤 되는 교사들은 그동안 쌓은 실무 경험과 노하우를 최전선에서 발휘해야 할 사람들”이라며 “보직을 맡아야 할 중견 교사들이 이탈하면 업무 체계도 흔들리고 후배 양성도 어려워 악순환이 반복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정 연구위원은 “자신의 전문성이나 능력보다 받는 처우가 낮다는 인식과 동 세대 사람들과의 비교에서 느끼는 상대적 박탈감이 이직과 직결되는 문제”라며 “교사들이 전문성과 역량을 강화해 나가며 안정적으로 교사로 성장할 수 있도록 실제적인 지원책 마련이 요구된다”고 했다.

이가람 기자 lee.garam1@joongang.co.kr

Copyright © 중앙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