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포의 과일 나라’된 대한민국… 귤 하나에 526원 됐다
과일 가격이 무섭게 오르고 있다. 감귤은 27년 만에 최고가를 연일 경신중이다. 감귤 10개 한 봉지 소비자 판매가격이 7500원에 육박하는 곳도 있다. 지난 연말 사과와 배 가격이 전년대비 1.7~2배가량 뛰더니 감귤까지 급등세에 올라탔다. 제철과일 가격이 크게 오르자 수입과일이나 냉동과일로 선택지를 바꾸는 사례도 많아지고 있다.
29일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에 따르면 이날 기준 감귤(상품·10개) 소매가격은 5327원으로 조사됐다. 개당 약 530원꼴이다. aT가 발표하는 소매가격은 전국 대형마트와 전통시장 가격을 조사해 평균을 낸 값이다. 가장 비싸게 판매하는 곳은 감귤 10개 가격이 7480원이었다. 이제 1000원으로는 감귤 두 개도 사먹을 수 없는 상황이다.
이날 감귤 가격은 1년 전(3419원)과 비교하면 55.8% 올랐다. 1년 새 1.5배 이상 가격이 뛴 셈이다. aT의 최근 5년치 평균값인 평년 가격(2974원)보다는 79.1% 급등했다. 한 달 전(4131원)과 비교해도 29.0% 상승했다. 최근 일주일간은 매일 가격이 오르며 “오늘 산 귤이 가장 싼 귤”이라는 말이 나올 법한 상황이다.
제주도에 따르면 이달 초 감귤 도매가격은 ㎏당 2000원대를 넘어서며 1997년 감귤가격 조사를 시작한 이후 27년 만에 최고가를 기록했다. 감귤 가격이 왜 이렇게 올랐을까. 작황부진을 떠올릴 수 있겠지만, 아니다. 감귤 작황은 지난겨울과 비슷한 수준이다.
생산성이 좋았는데도 감귤 가격이 급등한 것은 사과·배·단감·딸기 등 다른 제철과일 가격 급등 때문이다. 대체 과일 가격이 비싸다보니 상대적으로 가격이 쌌던 감귤에 수요가 몰렸다. 공급이 나쁘지 않은 상황이었는데도 수요 급증이 가격상승을 불렀다. 감귤이 ‘금(金)귤’이 된 이유다.
감귤의 대체과일 가격은 왜 비싸게 형성됐을까. 모두 작황부진을 겪었다. 생산량이 줄었고, 판매할 만큼 양질의 상품은 더 적어졌다. 작황부진의 주요 원인으로는 ‘이상기후’가 지목된다. 사과 배 단감 등의 꽃이 피는 봄철에는 저온 피해를 입었다. 지난해 봄 이상저온이 과일가격 상승에 시동을 건 셈이다.
저온 피해로 열매를 맺는 과실수가 줄었는데, 생육 시기인 초여름에는 비가 너무 많이 왔다. 자라기도 전에 낙과가 생겨났다. 한여름에는 또 너무 더웠다. 무더위는 탄저병의 원인이 됐고, 사과 배 단감 등이 병충해 피해를 입으며 생산량이 줄었다. 지난해 9월 재배농가에 직격탄을 준 건 태풍이었다. 즉 이상저온, 잦은 강우, 이상고온, 태풍피해까지 어느 것 하나 피해가지 못했다. 사과 배 단감의 생산량은 전년 대비 약 30% 줄었다. 딸기 또한 여름철 기상악화로 생육이 늦어지며 출하량이 감소했다.
현재 다른 과일 시세는 이렇다. 단감 10개 평균 소매가격은 2만224원으로 1년 전(1만1863원)보다 70.5%, 딸기 100g 평균 소매가격은 2401원으로 1년 전(1754원)보다 36.9% 올랐다. 사과와 배는 최근 다소 가격이 내리면서 소매가격은 29일 기준 사과(10개) 2만5823원, 배(10개) 3만5016원이었다. 사과나 배 낱개 가격이 2500~3500원대에 이른다. 하지만 지난달 말까지만 해도 도매가격이 전년 대비 1.7~2배 이상 높게 형성됐었다.
GS더프레시에서는 지난해 냉동과일 매출이 전년 대비 119.3% 올랐다. 고물가에 제철과일 대신 냉동과일을 택하는 이들이 많아졌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은 올해 제철과일도 생산성이 크게 나아지지 않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유통업계 한 관계자는 “기후변화가 어떻게 영향을 미칠지 예측할 수 없는 데다 지난해 생산량 감소가 저장과일 수도 감소시켜서 당분간 과일 가격은 내려가기 힘들 듯하다”고 말했다.
문수정 기자 thursda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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