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2 경제전쟁’서 中 따돌리는 美 “10년간 격차 더 벌어질 것”
세계 1ㆍ2위 경제대국인 미국과 중국의 경제 규모 격차가 지난해 더 확대된 것으로 나타났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미국 경제는 연착륙(경기 침체 없는 물가 안정) 기대가 커지는 반면 중국은 디플레이션(경기 침체 속 물가 하락) 우려가 확대되는 추세다. 앞으로 10년 간 양국의 격제 격차가 더 벌어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지난 25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은 지난해 미국의 명목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이 6.3%로 중국(4.6%)을 크게 앞질렀다고 보도했다. 블룸버그는 “명목 GDP가 국가 경제 규모를 측정하는 유일한 방법은 아니지만, 코로나19 팬데믹에 따른 경제 위기 이후 미국의 회복세가 더 강하다는 의미”라고 부연했다.
실질 GDP로는 지난해 미국이 2.5%, 중국이 5.2% 성장했지만 뜯어보면 얘기가 달라진다. 블룸버그와 세계은행(WB) 통계에 따르면 미국 달러 시장 환율로 환산한 2021년 중국 GDP는 미국 GDP의 75.2%로 미국 경제 규모에 바짝 다가섰다. 하지만 2022년 69.7%로 뒷걸음질 치더니 지난해에는 65%까지 하락했다.
G2 경제전쟁에서 중국의 패색이 짙어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는 배경이다. 국제통화기금(IMF) 중국 책임자였던 에스와르 프라사드 코넬대 교수는 “굉장한 운명의 전환”이라며 “미 경제는 호조인 반면 중국 경제는 장ㆍ단기 역풍에 직면하면서 중국 GDP가 언젠가 미국을 추월할 거란 전망은 흐려졌다”고 했다. 중국 국무원발전연구센터는 2032년에 중국이 미국을 제칠 거라고 했지만 그 시점이 훨씬 뒤로 밀릴 수 있다는 의미다. 최근 옥스퍼드이코노믹스는 추월 예상 시점을 2035년으로 더 늦춰 잡았다.
양국의 경제 성과는 주식시장에도 고스란히 반영됐다. 미 증시는 연일 사상 최고치를 갱신하며 활황이지만 중국 증시는 ‘잃어버린 3년’을 지나고 있다. 2021년부터 3년간 중국 본토와 홍콩 증시에서 증발한 시가총액이 6조달러(약 8016조원)에 달한다. 발등에 불이 떨어진 중국 정부가 공매도(주식 대여) 제한, 국유기업 KPI(핵심 성과 지표) 항목에 시가총액 추가, 증시안정기금 2조 위안(약 376조원) 투입 등 증시 부양책을 잇달아 내놓고 있지만 효과는 좀 더 지켜봐야 한다는 게 중론이다.
전문가들은 무엇보다 코로나19 극복 과정이 양국간 격차를 키웠다고 보고 있다. 미국은 확장적 재정 정책으로 팬데믹 터널을 잘 빠져나왔지만 중국은 지나친 봉쇄 정책으로 경제의 활력을 떨어뜨렸기 때문이다. 아담 포센 피터슨 국제경제연구소장은 “팬데믹 동안 중국 경제ㆍ사회 전반에 걸쳐 독단적이고 권위적인 권력 행사가 근본적인 경제적 약점을 악화시켰다”고 지적했다.
중국은 인구 감소 등으로 생산성도 떨어지는 추세다. 중국 국무원에 따르면, 중국의 생산 가능 인구는 2020년 9억8900만명에서 2023년 9억6300만명으로 줄어들 예정이다. 노동 참여율(생산 가능 인구 중 경제 활동 인구의 비율)도 같은 기간 68.4%에서 65.2%로 낮아진다.
향후 양국 경제 격차가 더 커질 수 있다는 예상도 나온다. IMF 고문 출신으로 애틀랜틱 카운슬의 지리경제학 센터 소장인 조시 립스키는 “중국이 GDP 기준으로 세계 최대 경제국이 된다는 모든 이야기는 뒷전으로 밀렸고, 무기한은 아니더라도 연기됐다”며 “팬데믹은 중국의 깊고 구조적인 약점을 덮었고, 중국의 개혁 능력에 따라 양국의 격차 확대는 10년 동안 지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옌쉐퉁 칭화대 국제관계연구원 원장도 최근 세미나에서 “향후 10년간 중미 간 국력 격차는 양국 간 경쟁 심화 속에서 좁아지는 게 아니라 커질 수 있다”고 했다.
다만 미국도 그간 고강도 긴축의 여파로 올해부터 얕은 경기 침체에 접어들 수 있는 만큼 안심하긴 이르다는 시각도 있다. 클리어브릿지 인베스트먼트의 제프 슐츠 시장 전략 책임자는 최근 보고서에서 “경제 연착륙 가능성이 커졌지만, 여전히 향후 6개월 내 경기침체의 가능성이 있다”며 현재 12개의 지표 중 임금 상승률 둔화 등 7개 지표에서 경기침체 신호가 나타나고 있다고 진단했다.
김경희 기자 amato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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