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포스코 차기 CEO 인선을 휘두르는가?
[임병식 기자]
▲ 1월 22일 서울 강남구 포스코센터 모습. |
ⓒ 연합뉴스 |
차기 포스코홀딩스 CEO 선정 작업이 속도를 내고 있다. 후보추천위원회는 회장 후보로 12명을(내부 5명, 외부 7명) 선정했다. 이어 이달 31일 최종 후보 5~6명을 추린 뒤 2월 중순 최종 후보 1명을 확정한다. 계획대로라면 3월 21일 주주총회에서 차기 CEO가 선정된다.
포스코홀딩스 CEO에 관심이 집중되는 건 포스코가 차지하는 경제 규모와 특별한 지위 때문이다. 포스코그룹은 시가 총액기준 국내 5위 그룹인 반면 주인 없는 회사 특징을 가지고 있다. 한국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상당한데 민영화 이후 주인 없는 기업이라는 점에서 CEO 인선에 개입하려는 시도 또한 끊이지 않는다.
'주인 없는 기업'이라는 말은 여러 의미를 내포한다. 정부 입김에서 자유롭고 특정 대주주가 좌지우지할 수 없다. 어쩌면 포스코의 진정한 주인은 주주이자 국민이다. 포스코는 민영화 이후 유연한 의사결정과 기동성을 토대로 글로벌기업으로 도약했다.
그런데 정권 교체 때마다 포스코 CEO를 전리품으로 여기는 그릇된 인식은 여전하다. 정치적 입김을 기대하고 줄을 대는 습속도 좀처럼 바뀌지 않고 있다. 최근 '후보추천위원회 흔들기'도 이 같은 연장선상에 이해할 수 있다. 후보추천위원회를 흔들어야 이익을 챙길 수 있는 세력들은 본질을 벗어나 메시지보다 메신저 때리기에 골몰하는 모양새다.
핵심은 후보추천위가 얼마나 독립적이고 공정한 절차를 통해 차기 포스코그룹을 이끌 적임자를 선정하느냐 여부다. 후보추천위 해체를 주장하며 캐나다 이사회를 비판하는데 몰두하는 이들은 염불보다 잿밥에 관심이 있는 것 아닌가 싶다. 능력 있는 CEO와 공정한 선출을 뒤로한 채 초호화 이사회 프레임으로 논점을 흐리는 의도가 의심스럽다. 후보추천위를 흔드는 세력은 누구일까? 현 후보추천위 아래서 차기 CEO에 선정되기 어려운 이들일 것이라고 짐작할 수 있다. 아마 31일 5~6명으로 압축 이후 여기에 포함되지 않은 탈락자를 중심으로 공세를 예상할 수 있다. 이들은 역량 부족을 탓하는 대신 후보추천위 공정성을 문제 삼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후보추천위는 일정대로 포스코 CEO 선임을 마칠 책임이 있다. 만일 외부 입김에 흔들린 나머지 중도 사퇴하거나 부적합한 인물을 선임한다면 그 책임은 작지 않다. 이 경우 후보추천위를 둘러싼 공격과 비판을 인정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 특히 책임을 회피하기 위해, 또는 외부 압력에 굴복해 일정을 중단하고 새로운 후보추천위를 구성하는 상황이 발생한다면 혼란은 작지 않다. 급변하는 글로벌 경영환경에서 경영 공백은 포스코에 머물지 않고 국가경제로 확대될 것은 빤하다. 사실 캐나다 해외이사회는 문제가 아니다. 자신이 몸담은 곳에서 투자한 해외 사업장을 돌아보며 이사회를 갖는 게 그렇게 큰 문제인가.
일본 근대화와 러시아 강국 토대가 해외여행에서 비롯됐음은 누구나 아는 사실이다. 일본은 메이지유신(1863년)을 기점으로 근대화에 성공했는데, 주역들은 해외를 돌며 선진문물을 체화했다. 메이지 유신을 추동한 조슈번(야마구치)와 사쓰마번(가고시마) 인물들은 앞서거니 뒤서거니 해외로 나갔다. 죠슈번은 1863년 이토 히로부미를 비롯한 5명을 영국으로 보냈다. 이듬해 사쓰마번도 17명을 영국으로 보냈다. 영국에서 돌아온 이들은 메이지 유신을 주도하고 메이지 정부에서 주역을 맡았다. 초대 수상을 지낸 이토 히로부미를 비롯해 외무대신, 문부대신, 일본은행 총재 등 기라성 같은 이들이 쏟아졌다.
메이지 정부는 아예 대규모 사절단을 해외로 보냈다. 1871년 107명으로 구성된 이와쿠라(岩倉) 사절단은 무려 1년 10개월 동안 미국을 비롯해 영국, 프랑스 등 12개국을 돌았다. 해외에서 돌아온 뒤 이들이 일본 근대화에 필요한 창이 됐음은 불문가지다.
한때 미국과 한 축을 담당했던 러시아도 비슷하다. 표트르는 황제에 오른 뒤 1년 반 넘게 해외 여정에 올랐다. 그는 1697년 3월, 250명으로 구성된 사절단을 이끌고 네덜란드와 영국, 독일, 스웨덴을 돌며 조선업과 해군의 중요성에 눈 떴다. 재무대신을 지낸 칸크린 백작은 "러시아는 표트르의 땅이다"는 말을 남겼을 정도다.
'마누라와 자식만 빼고 모든 것을 바꾸라'고 했던 삼성그룹 이건희 회장은 어떤가. 그는 1993년, 독일 프랑크푸르트로 전 임직원을 불러 과감한 혁신을 촉구했다. 공간이 바뀌면 생각도 달라진다. 포스코 캐나다 이사회도 이런 관점에서 봐야 한다.
해외사업장을 점검하는 해외이사회는 당연하다. 과도한 경비가 문제라면 바로잡으면 된다. 포스코 사외이사 구성이나 운영의 독립성은 자타가 인정할 만큼 모범적이다. 후보추천위는 정부 입김이나 이해 관계자에 휘둘리지 않고 오로지 주주 이익과 국가 미래를 봐야 한다. 포스코는 친환경 소재와 이차전지, 에너지를 중심으로 체질을 바꾸는데 성공했다. 글로벌 경제 흐름을 정확히 짚은 것이다. 후보추천위 역할 또한 세계 경제 흐름을 읽는 안목과 기업 내부 사정에 밝은 차기 CEO로 선정하는 것이다. 뭐가 두려운가.
덧붙이는 글 | 글쓴이 임병식씨는 한양대학교 갈등문제연구소 수석 연구위원(전 국회 부대변인)입니다. 이 글은 한스경제에도 실릴 예정입니다.
Copyright © 오마이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이선균 13년 지기 영화제작자의 눈물 "고인이 남긴 숙제, 풀겠다"
- 이태원 언 땅에 찢기고 패이고... "사람인 대통령 만나고 싶다"
- 이정섭 검사 측 도발적 문제제기 "검사는 탄핵 대상 아니다"
- 김부겸 "민주당, 이런저런 핑계 대다 큰 역풍 맞는다"
- 벼르던 해외 캠핑, 아들과 캠핑카 안에 갇힐 줄이야
- 윤-한, 2시간 37분 만났지만...김건희 여사 명품백 얘기는 없었다?
- 내가 겪은 임신 중지에 대해 쓰기로 했다
- "윤 대통령, 여당 지도부 불러서 군기 잡았나? 왜 숨기나"
- "윤 정부 성공 뒷받침"... 김기현, 울산남구을 출마 선언
- '티처스' PD "엄마들과 치맥 하며 기획, 사교육 조장 원치 않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