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불화살’ 이번엔 잠수함서 쐈다…軍 "과장에 무게"
북한이 29일 신형 미사일 불화살의 정체를 드러내며 잠수함발사순항미사일(SLCM)의 개발 사실을 공식화한 데 대해 군 당국은 "과장됐다는 데 무게를 두고 있다"는 입장이다. 해상에서도 발사 플랫폼을 다양화해 한·미 방공망의 허점을 노린다는 게 북한의 의도로 읽히지만, 이들의 발표에 의심스러운 대목이 적지 않다는 이유에서다.
북한 관영 조선중앙통신은 이날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28일 오전 당 중앙위원회 비서들과 해군사령관, 기타 지도 간부들과 함께 새로 개발된 잠수함발사전략순항미사일 '불화살-3-31형' 시험발사를 지도했다"고 보도했다. 통신은 또 이들 미사일이 7421초, 7445초 동안 각각 비행해 섬목표를 명중 타격했다고 밝히면서 2발 미사일의 동시다발 공격력을 시사하기도 했다.
북한이 언급한 불화살-3-31형은 지난 24일 처음 존재를 드러냈다. 당시 발사된 미사일을 놓고 북한은 비행 시간·거리 등 구체적 제원을 공개하지 않은 채 "개발 중에 있는 신형 전략순항미사일을 첫 시험발사했다"며 "무기체계의 부단한 갱신과정"이라고 설명했다. 군 안팎에선 북한이 기존 장거리 전략순항미사일 화살-1ㆍ2형의 세 번째 버전으로 전술핵탄두 카트리지라고 주장하는 화산-31형을 탑재할 수 있다는 점을 부각한 것이란 해석이 나왔다.
하지만 군 당국은 북한의 발표에 의구심을 제기했다. 이성준 합동참모본부 공보실장은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북한이 주장한 비행 시간 등이 과장됐을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고 말했다.
북한이 이번에 공개한 불화살의 비행 시간을 비행 거리로 환산하면 1500㎞ 내외로 추정된다. 앞서 북한은 지난해 3월 12일 첫 SLCM 발사를 8·24영웅함에서 실시하면서 해당 미사일이 7563~7575초 동안 1500㎞를 비행했다고 주장한 바 있다. 군 당국의 입장은 이번 미사일이 1500㎞를 날아가지 못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는 뜻으로도 풀이된다.
해당 미사일이 잠수함 플랫폼을 기반으로 실전성을 얼마나 지니고 있는지도 따져볼 필요가 있다. 군 당국은 불화살의 첫 시험발사가 평양 인근 내륙에서 서해 방향으로 이뤄졌다고 봤다. 반면 이번 시험발사는 잠수함 관련 시설이 밀집한 함경남도 신포시 인근 해상에서 동해 방향으로 진행됐다. 미사일 전문가인 권용수 국방대 명예교수는 "내륙에서 첫 시험발사를 실시한 새 SLCM을 나흘 만에 해상에서 쏘며 두 번째 발사를 감행했다"며 "이해하기 어려울 정도로 빠른 개발 속도"라고 말했다. 이성준 실장도 "동일한 미사일도 어디에서 쏘느냐에 따라서 상당한 기술적 보완이나 발전이 있어야 한다"며 "그렇게 짧은 기간에 발사 플랫폼을 바꿨다는 건 과장 가능성과도 연관이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북한이 발사 플랫폼에 대해 구체적으로 설명하지 않은 점도 이런 의구심을 뒷받침한다. 앞서 다양한 핵공격 미사일을 잠수함에서 발사하겠다고 공언한 것과는 결이 다르다는 얘기다. 김정은은 지난해 9월 첫 전술핵공격잠수함인 김군옥영웅함을 공개하며 "어떤 무장을 탑재하는가가 제일 중요한 기본"이라며 "핵무기를 장비하면 그것이 곧 핵잠수함이라는 것이 나의 견해"라고 강조한 바 있다. 당시 전문가들은 김군옥영웅함의 10개 수직발사관(VLS)이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과 미니 SLBM 발사용 두 종류로 구성됐고, 어뢰발사관은 SLCM 발사용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나 북한은 이날 공개한 영상에서 발사 플랫폼을 드러내지 않았다. 잠수함이 아닌 바지선에서 발사가 이뤄졌을 가능성도 있다는 의미다. 군 당국자는 "SLCM을 발사할 정도로 잠수함의 성능이 검증되지 않았기 때문일 수 있다"고 말했다. 김군옥영웅함 첫 공개 당시 군 당국은 "정상적으로 운용할 수 있는 모습은 아닌 것으로 판단한다"고 입장을 내기도 했다.
북한 발표의 논리적 모순점을 들어 위협 능력이 과장됐다는 얘기도 나온다. 북한은 불화살 첫 번째 시험발사 발표 때 화살-1·2형과 달리 '장거리'라는 표현을 빼고 '신형'이라는 단어를 넣는 등 차별화를 시도했지만, 이번 불화살의 비행 시간을 보면 기존 화살과 비슷한 장거리급으로 나타났다. 화살-1·2형 등 기존 무기체계의 개량형을 새로운 무기체계로 포장하다가 벌어진 일일 가능성이 크다는 뜻이다.
그럼에도 북한이 공격 수단을 다양화하는 상황을 엄중하게 바라봐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북한이 다양한 수중 발사 플랫폼을 통해 동시다발로 섞어쏘기에 나서면 탐지와 원점 타격 가능성이 그만큼 떨어진다는 이유에서다. 권용수 교수는 "특히 잠수함은 은밀성을 담보한 임무수행과도 연관돼있어 간단히 봐선 안 된다"고 우려했다. 군 당국자도 "북한의 상당수 재래식 잠수함이 향후 핵 공격용으로 개조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한국의 선제 타격 체계인 '킬 체인(Kill Chain)' 무력화와 연관된 행보로도 읽힌다.
북한 매체는 또 김정은이 핵동력(핵추진) 잠수함과 기타 신형 함선 건조 사업과 관련한 문제들에 대해 협의했다고 밝혔다. 이는 지난 연말 2024년 주력해야 할 군사 과업 중 하나로 해군 전력 향상을 짚은 것과도 맞닿아있다. 최일 잠수함연구소 소장은 "북한이 신형 수상함에서도 전략순항미사일을 발사할 함정을 건조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같은 날 미국의 공군 통신감청용 정찰기 리벳 조인트(RC-135V)가 한반도 상공에서 항적을 노출하기도 했다. 플라이트레이더 등 민간 항공 추적 사이트에 따르면 리벳 조인트는 서해와 강원도 상공을 왕복한 것으로 나온다. 북한의 무력 도발이 이어지면서 이를 견제하기 위한 차원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이근평·이유정 기자 lee.keunpy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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