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직원 해고한 '1조 기부왕' 회사…눈물의 퇴직금 32억 결국

김해 진영읍 삼영산업 전경. 사진 삼영산업 홈페이지

경남 김해 삼영산업이 경영악화를 이유로 해고한 전 직원의 퇴직금을 이달 30일까지 지급하기로 했다. 삼영산업은 '1조원 기부왕' 고(故) 이종환 삼영화학그룹 명예회장이 설립한 타일 제조업체다.

29일 삼영산업 경영진 측에 따르면 김해시 진영읍 하계로 본사와 공장에서 일하다 지난 15일 자로 해고된 전 직원 130명에 대한 퇴직금 32억원을 오는 30일까지 지급할 계획이다. 당초 퇴직금 지급 기한은 해고 통보 후 14일 이내여서 시한은 29일까지다.

삼영산업 측은 직원들의 퇴직금 마련을 위해 그동안 외상 매출금 등을 최대한 회수해왔다.

이 회사는 건설 경기 악화로 인한 타일 판매가 어려워지고, 원자재, 가스비 인상 등으로 은행 부채 등을 갚지 못하게 되자 지난달부터 전면 휴업에 들어갔다.

서무현 삼영산업 노조위원장은 "사측으로부터 퇴직금 지급 약속에 대한 유선 통보를 받았으나 현재까지 지급된 직원은 아무도 없는 상태"라며 "1조원을 넘게 기부하던 창업주가 설립한 회사가 은행 부채 16억원 때문에 무기력하게 부도가 난다는 점을 조합원들은 이해할 수 없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사측은 생계 위기에 내몰린 전 직원에 대한 경영 정상화 계획을 구체적으로 밝혀야 한다"고 말했다.

삼영산업 측은 "현재 건설 경기가 바닥이어서 당분간 경영 정상화를 위한 방안을 찾기가 쉽지 않다"며 "직원들의 생계 문제 해결에 최우선책을 찾고 지역경제에 미치는 영향도 고려해 다각적으로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삼영산업은 1972년 9월 이 회장이 삼영요업으로 설립해 운영해 왔으나 최근 4년간 영업손실이 커졌다.

이같은 상황에서도 이 전 회장은 2002년 설립한 '관정이종환교육재단'에 계속 기부했고, 이는 삼영산업이 자본잠식 상태에 빠진 원인 중 하나인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지난해 9월 이 회장이 별세하고 그의 자녀들조차 회사가 경영 위기에 몰리자 지분 상속마저 포기했다.

현예슬 기자 hyeon.yeseul@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