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전거로 4년 간 배달 경험, '안전 꿀팁' 공유합니다

김창수 2024. 1. 29. 15: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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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년 무사고 자전거 라이딩의 비결은 이것

【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김창수]

저는 배달 노동자입니다. 자전거를 처음 배운 게 제가 국민학교(이제는 '초등학교') 5학년이었습니다. 지금으로부터 자그마치 거의 30년 전의 일입니다. 타다가 논두렁에 떨어지고, 또랑에 박으며 배웠던 자전거로 어른이 돼 출퇴근을 하고 경제활동까지 하게 될지 그때는 상상도 못했습니다. 말 그대로 '자전거와 함께 한 인생'이라고 봐도 무방할 정도입니다(관련 기사 : 시간 쫓겨 일해도 배달료는 2000원 차이입니다 https://omn.kr/23zcl ).

배달이라는 노동을 하는 자전거 라이딩은 출퇴근이나 운동을 할 때와는 다른 긴장감이 있습니다. 배달노동의 몇 가지의 장점이 있으나(출퇴근의 자유 로움, 최저임금 이상의 시급 등) 모든 장점을 뒤엎을 단 한 가지 단점은 '위험'입니다. 사고 한 번으로 몇 년 동안 번 돈을 한 방에 날릴 수도 있고, 그 이상의 피해도 발생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다 보니 다른 경우보다 더 신경써서 탈 수밖에 없고, 어떻게 하면 위험하지 않을까 고민하게 됩니다.

지난 4년 동안의 배달경험 속에 '위험'하지 않게 라이딩하는 나름의 원칙을 자연스럽게 정하게 되었습니다. 물론, 이 원칙들을 늘 지키면서 일하지는 못합니다. 원칙들은 높은 배달료를 짧은 시간 안에 벌기 위해선 순식간에 무너지기도 합니다. 그래도, 원칙을 최대한 지키려고 하다 보니 다행히 몸이 상하는 사고는 한 번도 일어나지 않았기에 이를 소개해드리고자 합니다.

첫째, 앞만 봐서는 부족합니다. 무언가 튀어나올 가능성이 있는 곳은 항상 조심해야 합니다.

길에서 자전거 타는 사람들을 구경할 때가 가끔 있는데요, 가장 위험해 보이는 때가 운전자가 앞만 보고 갈 때입니다. 좁은 골목길을 건널 때엔 갑자기 사람이 쏜살같이 지나가기도 하고, 골목에서 자동차가 불쑥 나오기도 합니다.

예측할 수 없는 일에 대처하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속도'를 조절하는 것입니다. 무어가 튀어나올 것 같은 곳을 지날 때는 무조건 속도를 줄이고 지나가야 합니다. 속도를 줄여야 변수가 생겼을 때, 대응을 적절하게 할 수 있는 여유가 생깁니다. 혹시나 사고가 나더라도 피해를 훨씬 줄일 수 있죠.

둘째, 이면도로를 적극 활용하라

이면도로는 차도와 보도의 구분이 없는 좁은 도로, 생활도로 혹은 골목으로 부르는 곳입니다. 흔히 차들이 쌩쌩 달리는 길(차도)로 다닐 때는 정말 위험한 상황들이 많이 발생합니다. 그럴 때, 조금은 시간이 걸리고 돌아가더라도 이면도로로 접어들어 가게 되면 훨씬 더 여유롭고 안전한 라이딩을 할 수 있습 니다.

평상시에 차들이 쌩쌩 다니는 길을 다닐 때마다 어떻게 하면 조금이라도 안전할 수 있을까 고민하게 되는데요, 가장 현실적인 아이디어는 '갓길 정비'라고 생각합니다.

법적으로 '갓길'은 차로의 폭에 비례해서 확보하게 되어 있는데, 일반 도로에서는 70cm 정도라고 합니다. 그런데, 이 길은 도로에서 어떤 문제가 생겼을 때 대처를 하기 위해 임시로 확보한 공간이기 때문에 '길'의 역할은 충분히 하지 못합니다. 그러다 보니 정비도 잘 안 되어 있습니다. 대부분 패여 있거나 울퉁불퉁 난리입니다.

자전거도로가 없다면, 도로교통법상 자전거는 도로 가장자리에 붙어서 가야 합니다. 그래도 자동차 입장에서도 자전거가 차 바로 옆으로 지나가기에 엄청 부담입니다. 이럴 때 자전거라이더의 마음은 쫄깃해집니다. 뒤에 분명히 차가 오고 있는데, 혹시 지나가다 나와 접촉하면 어떡하지?라는 불안과 공포.

이럴 때, 70cm 정도의 갓길이 정비가 잘 되어 있다면 훨씬 더 안정감 있게 탈 수 있을 것입니다. 갓길을 활용했을 때의 좋은 점은 자전거도로를 새롭게 만들 필요가 없다는 것입니다. 현재의 도로 여건상 새로운 공간을 확보하기도 힘들기 때문에, 그나마 이 정도 공간이라도 확보해서 편하게 이용할 수 있게 한다면 지금 배달 노동자들의 사고의 위험도 많이 줄일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셋째, 필요하면 인도로 가라

도로교통법상 자전거도 차에 해당되기 때문에 당연히 사람들이 걸어다니는 인도로 갈 수는 없습니다. 도로교통법 제13조의2(자전거등의 통행방법의 특례)에 따르면 자전거 운전자는 자전거도로가 없다면 '도로 우측 가장자리'에서 달려야 합니다.

그런데, 2차선 도로에서 끝 차선으로 버스가 뒤에서 오고 있는데, 길 가장자리에서 자전거를 탄다는 것은 공포 그 자체입니다. 버스기사님도 엄청 부담스러운 상황입니다. 그럴 때 저는 종종 그냥 인도로 올라갑니다. 다만 이 때도 원칙은 있습니다. 사람이 많으면 무조건 자전거에서 내린다, 최대한 속도를 줄여서 탄다, 앞사람을 지나쳐야 한다면 "죄송합니다. 지나가겠습니다"라며 말하며 최대한 놀라지 않게 배려하는 게 그것입니다.

인도에서 쌩쌩 달리는 자전거나 전통 퀵보드를 볼 때면 진짜 위험천만합니다. 왜냐하면, 걸어가는 사람은 그 길이 가장 안전하다고 생각하고 가는 건데, 예상 못한 상황이 펼쳐지는 것에 대해 놀랄 수밖에 없고 깜짝 놀라게 되면 당황스러운 나머지 충돌사고가 날 수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한편, 그럼에도 '자전거는 인도·보도에서 나가라'는 취지의 공익광고는 다소 불편합니다. 제대로 대책도 세워주지 않은 채 무조건 차도로 나가라고 하는 것은, '위험은 너의 몫이니 알아서 잘 다녀봐'라는 말로 들립니다. 자전거 도로가 없는 곳에서의 자전거 운전자를 위한 대책도 필요하지 않을까요? 서로간의 배려와 도로 정비를 통해 모두가 안전하게 다닐 수 있는 길을 만들었으면 좋겠습니다.
 
 서울시 측의 공익광고. 그러나 자전거도로가 없는 곳에서의 자전거 운전자를 위한 대책도 필요해보인다.
ⓒ 서울특별시
 
넷째, '나 여기 있어요, 조심해 주세요'라고 알리세요

이건 무슨 말인가 싶을 텐데요, 특히나 밤에 꼭 필요합니다. 밤에 배달을 할 때 꼭 착용하는 것이 헤드랜턴입니다. 어두운 길을 가다 갑자기 돌멩이에 부딪친다거나 패인 길을 지나가기라도 하면 급히 바퀴가 돌아가 버리기 때문에 넘어지지 않기 위해 꼭 필요하죠. 한 가지 이유가 더 있는데, 어두컴컴한 이곳을 자전거가 지나가고 있음을 알리는 목적도 있습니다. 그래야 상대방도 주의를 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헤드랜턴을 켜고 길을 지나다 골목에서 나오던 차가 멈칫하면서 정지하는 경우를 가끔 보게 되는데 그럴 때마다 나를 보이게 하는 장치가 꼭 필요한 거였구나 생각하게 됩니다.

앞선 네 가지가 운행 중에 벌어지는 변수들에 대처라면, 마지막 다섯 번째는 사전 준비와 관련된 것입니다. 자전거를 탈 때 가장 중요한 부품이 타이어와 브레이크라고 생각합니다. 바람이 없거나 타이어가 마모되어 펑크라도 난다면 큰 사고로 이어질 수 있고, 브레이크가 작동이 늦거나 안 되면 당연히 큰 문제가 발생합니다. 그래서, 꼭 출발하기 전에 바람이 충분히 들어가 있는지 브레이크 작동은 잘 되는지는 꼭 확인하는 것이 좋습니다.

길고양이, 리어카로 폐지 나르는 어르신, 보행기를 이용해 천천히 걷는 분들, 자전거, 걷는 시민 등등. 길 위에서 많은 존재를 만납니다. 그 길이 모두에게 안전한지는 확인이 필요합니다. 그렇지 않다면 그것은 누군가의 권리를 뺏고 있다는 증거일 것입니다. 모두의 안전을 생각하는 '감수성'이 무엇보다 필요한 시점입니다. 길 위의 모든 존재들이 가는 곳까지 안전하게 무사히 도착하기를 기원합니다.

덧붙이는 글 | 글쓴이는 김창수 우리동네노동권찾기 대표입니다. 이 글은 한국비정규노동센터에서 발행하는 격월간 <비정규노동> 1,2월호 '올라잇' 꼭지에도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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