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처스' PD "엄마들과 치맥 하며 기획, 사교육 조장 원치 않아"
[오수미 기자]
▲ <성적을 부탁해 티처스> 김승훈 CP |
ⓒ 채널A |
요즘 입시를 준비하는 학부모와 학생들에게 가장 화두인 예능 프로그램이 있다.
매주 일요일 오후 7시 50분 방송되는 채널A 예능 프로그램 <성적을 부탁해: 티처스>(아래 <티처스>)가 그 주인공이다. 공부와 성적이 고민인 중·고등학생에게 대한민국 최고의 강사들이 맞춤 해결책을 통해 성적을 올려주는 포맷의 <티처스>는 '일타 강사'로 학생들 사이에서도 유명한 정승제와 조정식이 출연한다. 대한민국 입시생이라면 안 본 사람이 없다는 이 프로그램을 기획한 김승훈 CP를 23일 유선상으로 만났다.
앞서 채널A 대표 프로그램인 <요즘 육아-금쪽같은 내 새끼>와 <오은영의 금쪽상담소>를 만든 김승훈 CP는 그동안의 기획이 모두 자신의 가족에게서 비롯됐다고 털어놨다.
그는 "제 아이가 초등학교 1학년이 될 때 <금쪽같은 내 새끼>를 만들었고, 이번엔 중학교 입학을 앞둔 자녀가 있어서 <티처스>를 떠올렸다. 어느덧 입시에 관심을 가져야 할 시점이더라. (이웃의) 엄마들과 집 앞에서 치맥을 먹으면서 기획했다. '앞집이 어느 학원 보내는지, 옆동은 뭐 배우는지'를 늘 걱정하는 엄마들의 불안을 해소시켜주고 싶었다. 그것보다 중요한 건 아이를 어떻게 기를 것인지에 대한 방향 설정이지 않나. <티처스>는 자녀들에게 맞는, 그 가족에게 맞는 교육법을 찾아주자는 것에서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티처스>는 지난 2022년 겨울부터 약 1년여의 준비 단계를 거쳐 지난해 11월 5일 첫 방송되었다. 김승훈 CP는 이 준비기간에 대해 "전문가 선생님 섭외로부터 모든 게 시작됐다"고 말했다.
"<금쪽상담소>에 정승제 선생님이 출연한 적이 있다. 지금도 <금쪽상담소>를 담당하고 있어서 정승제 선생님의 연락처를 알고 있었고, 저녁을 함께한 자리에서 프로그램을 제안했다. '그렇지 않아도 이런 프로그램을 평소에 하고 싶었다며, 첫 만남에서 바로 하겠다'고 하더라. 그날 (정)형돈이와 함께 밥을 먹었는데 형돈이 '아무리 그래도 바로 한다고 하면 어떡하냐'고 나무랄 정도였다(웃음). 선생님을 섭외한 이후에는 큰 걱정 없이 준비할 수 있었다."
▲ 채널A <성적을 부탁해 티처스> 현장 스틸 이미지 |
ⓒ 채널A |
촬영은 학생들의 사연이 담긴 VCR을 먼저 보여주고 스튜디오에서 선생님들이 맞춤 솔루션을 주는 식으로 진행된다. 아이들이 솔루션에 따라 공부하는 과정에도 선생님들이 틈틈히 함께 하고, 마지막에 다함께 성적을 확인하는 수순이다. 선생님들의 방송촬영 비중이 적지 않다는 이야기다. 김 CP는 "당초 얘기했던 (가능한) 스케줄보다 솔루션 플랜을 짜고 나면 선생님들이 훨씬 일정을 많이 내준다. 자투리 시간을 빼서 아이들을 만나는 것이다. 카메라에 안 보이는 곳에서도 열심히 임해주시는 것이 프로그램의 진정성과 연결되어 있다고 생각한다. 단순히 성적 올리는 프로그램이 아니라, 선생님들의 진심이 담겨 있다"고 강조했다.
김승훈 CP는 첫 녹화 당시 두 사람을 보며 '괜히 일타 선생님이 아니구나'라고 느꼈다고. 그는 "프로그램을 기획할 때 가장 어려운 부분이 선생님(전문가)이 어떻게 말씀을 해주실지다. 그런데 이 분들을 섭외할 때는 걱정하지 않았다. 아이들에게 설명하고 이해시키는 게 직업인 분들이어서, 오디오에 안정성이 느껴졌다. 강의도 좋았지만 방송에 대한 이해력이 높았다. 완벽하게 녹화를 미리 준비해서 오시는 모습을 보면서 저런 기질과 성향 덕분에 1등을 하셨구나 생각했다"고 말했다.
<티처스>에서는 도전학생의 문제나 공부 방법, 해결 방법 등에 대해 두 선생님의 의견이 나뉘는 모습도 자주 연출된다. 이 프로그램이 '공부에는 정답이 있는 게 아니다'라는 메시지를 자연스럽게 보여주는 대목이기도 하다. 김 CP 역시 "학생뿐만 아니라 가족 전체에게 공부 플랜을 짜주는 것이기 때문에 오히려 의견이 나뉘는 게 맞다고 생각한다. (학원에) 레벨 테스트를 보러 가도 학원마다 다른 얘기를 하기도 하기 때문에 나의 기준점을 찾아야 한다. 선생님들의 다양한 의견은 긍정적이라고 생각한다"며 "특히 선생님들은 그동안 다양한 아이들을 만나왔고, 그런 경험을 전수해준다는 취지에서 다양한 의견을 주시는 게 출연자들에게도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 채널A <성적을 부탁해 티처스> 현장 스틸 이미지 |
ⓒ 채널A |
김승훈 CP는 "예전에는 미디어와 방송이 일반인 출연자를 설명적이지 않게, 일방적으로 다뤘다. 저도 예전에는 그런 게 당연한 줄 알았다. 요즘은 사회적 분위기상 아동 인권이 특히 더 중요해지지 않았나. 진작 이뤄졌어야 하는 일인데 방송 현장이라고 해서 자칫 놓치는 부분이 많았다. 지금도 (출연자들의 보호를) 가장 많이 신경쓰고 있다. 결과적으로는 아이들을 개선시켜주기 위해 문제점을 찾고 토론하는 것이지, 아이에게 자극을 주는 식이거나 부모님을 비난받게끔 표현하려고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어 김 CP는 기억에 남는 방송분으로 아버지와 학업 갈등을 겪고 있는 도전학생 편을 꼽으며, 출연자 가족의 사연에 신중하게 접근하려고 한다고 강조했다.
"아버님은 좋은 분이셨는데 아이의 이야기를 듣기 보다는 자신의 말을 전달하시는 게 먼저인 분이었다. 아이가 그동안 아버님에게 말씀을 드리지 못한 얘기가 많았다. 아이에게 '스스로 얘기하는 힘이 필요하다. PD 형과 작가 누나가 도와줄테니, 방송이라고 생각하지 말고 오늘 같이 얘기를 나눠보자'고 독려했다. 그러던 중에 아이가 왼손잡이인데 아버지가 오른손으로 글씨를 쓰라고 했다는 얘기가 나왔다. 아버님도 그 얘기를 듣고 눈물을 떨구시더라.
아버님이 '내가 그래도 너를 사랑하는건 아니?'라고 되물었고, 아이가 '알긴 아는데 힘들어요'라고 얘기하는 과정은 드라마 대본으로는 보여줄 수 없는 진정성이었다고 생각한다. 저도 녹화장에서 함께 눈물을 흘렸다. 이 프로그램은 결국 가정을 위해서, 아이를 위해서 하는 것이기 때문에 가장 보호되어야 하는 게 가족이다. 가족에게 화살이 돌아가지 않도록 노력하고 있다. 문제를 이해시키려고만 하지 여러 번 반복해서 연출하지 않으려고 한다. 출연자 사연에 대해 최대한 신중하게 접근하려고 한다."
방송에 나오는 도전학생들은 대부분 의대, 한의대, SKY(서울대, 고려대, 연세대 등 명문대), 최소한 인서울(서울권 내 대학)을 노린다. 그렇지만 치열한 입시 경쟁 현실에서 실제로 명문대에 입학할 수 있는 학생은 5%도 채 되지 않는다. 방송에서 보여주는 목표가 대부분의 입시생들에겐 먼 얘기일 수도 있지 않을까. 하지만 김 CP는 "보편적으로 입시를 준비하는 학생들의 목표치는 항상 명문대다. 물론 가능한 목표치인지, 현재 나의 수치를 보는 게 필요하다. 초반에는 (도전학생들이) 명문대에 가고 싶다곤 하지만, 방송을 보고 나면 '가기 어렵다'는 결론이 나오는 경우가 많다"고 해명했다.
그러면서도 "남아 있는 14회 방송분의 경우에는 충남 금산에서 전교 1등하는 쌍둥이 자매가 나온다. 전국구로 오면 상대적으로 밀릴 가능성이 큰 아이들이다. 지역 교육 현실도 다루고, 사교육을 안 받더라도 어떻게 할 수 있는지 등 다양한 내용을 담으려고 한다"고 덧붙였다.
▲ 채널A <성적을 부탁해 티처스> 현장 스틸 이미지 |
ⓒ 채널A |
한편, <티처스>를 두고 '사교육 조장이 아니냐'는 우려 섞인 목소리도 적지 않다. 더구나 지난해는 '공교육 붕괴'가 수면 위로 떠오른 한 해이기도 했다. 이제 학생들이 공교육보다 사교육을 훨씬 신뢰하고 있다는 현실은 모두가 인정하고 있다. <티처스> 역시 사교육 정점에 있는 강사들을 '교육 전문가'로 내세웠다는 점에서 이 문제와 멀리 있지 않다.
김승훈 CP는 "당연히 공교육에 계신 선생님들이 결과적으로 인정받아야 하는 게 맞다. 하지만 충격적이었던 게 '학교 선생님은 무능력하고 나에게 도움주는 사람은 아니다'라고 아이들이 말하고 있다. 학원에 가지 않더라도 공교육에서도 1등이 나올 수 있어야 하는데, 현실적으로 어려워졌다"면서도 "<티처스>가 말하고자 하는 게 완전 사교육으로 가야한다는 것은 아니"라고 말했다.
"(학원이) 필요한 학생은 학원에 가고, 나의 수준을 파악하자는 것이다. 두 선생님들은 학생들에게 정시를 준비하더라도 학교에서 엎드려 있으면 안 된다고 말한다. 그런 얘기를 방송에서도 지속적으로 하려고 한다. 내가 학원에 가는 게 맞는지, 학교에 가는 게 맞는지에 대한 것도 찾으려고 한다.
한번에 바꿀 수 있는 일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서서히 우리의 인식도 바뀌고 교육 시스템도 바뀌어야 할 문제다. 제가 정책을 말하거나 할 수 는 없겠지만 사회 전반에 '내가 학원 더 많이 보낼거야' 보다는 '우리 아이가 어떤 고민을 하고 있고 어떤 공부가 필요한지' 세삼하게 살펴보는 사회가 됐으면 좋겠다. 이건 (방송뿐만 아니라) 같이 해결해야 할 문제라고 생각한다."
입시생들의 열렬한 반응을 얻고 있는 <티처스>는 오는 2월 4일 시즌1을 종영하고 다음 시즌을 위한 재정비에 들어갈 예정이다. 당초 <티처스>는 12부작을 계획하고 방송을 시작했지만, 높은 인기에 14회차까지 현재 촬영을 마친 상황이다.
레귤러(시즌제 없는 정규 편성)가 아니라서 아쉽다는 말에 김승훈 CP는 "원래 기획은 사실 '방학을 부탁해' 콘셉트로 방학 때 아이들의 공부방법을 얘기하고 싶었다. 지금은 시험 중심으로 돌아가고 있는데 시험이 없이도 공부 플랜을 짜주는 게 시청자들에게 소구가 되어야 (레귤러를) 한다. 일단 올해 3월에 준비해서 6월부터 '여름방학을 부탁해'로 다시 시즌2를 시작하려고 한다"고 귀띔했다.
Copyright © 오마이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무너진 중산층...40대 부부는 적금 깨고 투잡 뛴다
- '김건희 명품백'에 '노무현 논두렁 시계' 꺼낸 국힘
- 인권위원장, 윤 대통령 직격..."유엔도 주목, 이태원 특별법 공포해야"
- 나이키의 상징적 운동화에 새겨진 '파인애플'의 비밀
- "젊은 남녀 갈라진 한국의 극단적 상황, 다른 나라에 경고 역할"
- 이 법 때문에 식당 사장님도 처벌? 언론의 희한한 계산법
- 윤-한, 2시간 37분 만났지만... 명품 가방 얘기는 없었다고
- 윤 정부가 사면한 '친박' 최경환 출마 "난 문재인 정권 희생양"
- 홍콩 ELS 사태 '불완전판매'?... 금감원장 "국민 문제제기 강하게 인식"
- "김건희 특검법 통과돼야... 배우자라고 '쉴드' 치면 국힘도 나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