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조원 차세대 구축함 복마전, 결과는?

거제신문 백승태 2024. 1. 29. 14: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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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사청, 군사기밀 훔친 현대중 '입찰 참가자격 제한' 심의

[거제신문 백승태]

"방위산업은 국토방위와 국민의 생명을 담보로 하는 사업인 만큼 신뢰와 도덕성이 기술력만큼이나 중요한 핵심가치다."

이는 지난해 '울산급 호위함 배치(Batch)-Ⅲ 5·6번함 건조사업' 수주전에서 한화오션이 경쟁상대였던 HD현대중공업(이하 현대중)의 부도덕성을 저격한 논리다.

당시 현대중은 국가의 중요 군사기밀을 훔친 혐의로 재판을 받는 상태에서 입찰에 참가해 고배를 마셨고, 한화오션은 현대중을 따돌리고 사업시행자로 선정됐다.

한화오션 vs 현대重 KDDX 수주전 '한판승부'

한국형 차기 구축함(KDDX. Korea Destroyer Next Generation) 개발사업을 두고 한화오션과 현대중이 또 '한판승부'를 벌인다.

오는 10월 또는 11월 예정인 KDDX 상세설계 및 선도함 수주를 놓고 맞붙는다. 하지만 승부 결과가 빠르면 다음 달에 나올 수 있다는 기대감이 커진다.

현대중의 입찰참가 자격을 제한할 수 있는 방사청의 계약심의위원회가 2월 말 열릴 예정이기 때문이다.

지난해 12월 말 현대중에 대한 계약심의위원회를 열었지만 제재 결정을 미뤄 2월 말 다시 열린다. 사유는 국가 중요 군사기밀 탈취·유출 혐의 등이다.

방위사업법 시행규칙에 따르면 장기간 지속적으로 2급 또는 3급으로 지정된 비밀의 제공을 요구하거나 받은 사실이 있는 경우 입찰참가자격을 제한할 수 있고 방산업체 지정도 취소될 수 있다. 

만약 이번 심의에서 현대중이 입찰참가자격 제한이나 방산업체 지정이 취소되면 KDDX는 한화오션이 맡을 가능성이 크다. 때문에 두 회사는 여론전까지 불사하며 공방을 벌이고 있다.

 
 대우조선해양 구축함 조감도.
ⓒ 거제신문
서일준 "불법·부도덕 업체에 국민 생명 맡길 수 없다"

KDDX는 현재 우리 해군이 운용중인 7600톤급 이지스구축함보다 조금 작은 6000톤급 첨단 전투함정이다. 미사일 요격 등 이지스구축함의 기본임무 수행이 가능해 '미니 이지스함'으로 불리기도 한다.

선체부터 전투체계·다기능 위상배열레이더·탄도탄 탐지 추적 능력까지 사실상 거의 모두가 국내기술로 건조되는 첫 국산 구축함으로, 방사청은 6척을 건조해 2030년까지 배치키로했다.

대우조선해양과 현대중이 기술력과 자존심을 걸고 2013년께부터 '첩보전'에 버금갈 만큼 치열한 경쟁을 벌여왔다. 앞서 기본설계는 현대중, 기본설계 전 단계인 개념설계는 옛 대우조선이 수행했을 만큼 막상막하였다.

6척 건조에 7조8000억원의 예산이 들어가는 업계 최대의 국책사업인 만큼 사활을 건 승부를 벌이고 있다.

KDDX는 거제시민들에게도 초유의 관심사 중 하나다. 방산업체 최고의 기술력을 자랑하던 대우조선해양이 큰 무리없이 수주에 성공할 것으로 예상했으나, 2020년 기본설계 수주는 현대중에 돌아갔다.  

기본설계를 따낸 조선사가 상세설계 및 선도함 건조까지 맡는다는 통상 선례에 따라 현대중이 우위를 점할 수 있다는 우려가 확산됐다. 

서일준 국회의원(국민의힘·경남 거제)을 비롯한 지역 정치권도 현대중의 부도덕성을 지적하며 부당함을 강력히 주장했고, 거제시민들도 지역 일거리를 강탈당할 수 있다는 위기감에 강하게 반발했다.

KDDX사업은 개념설계→기본설계→상세설계 및 선도함 건조→후속함 건조 순으로 진행된다. 

하지만 기본 설계과정에서 현대중의 '개념설계도 도촬' 사건이 불거졌다. 현대중은 군사기밀을 훔쳐 KDDX 기본설계 사업자로 선정됐다는 논란에 휩싸였다.

이 문제로 현대중 소속 직원 9명이 군사기밀보호법 위반 혐의로 지난해 11월 말 징역 1~2년, 집행유예 2~3년의 유죄를 최종 확정받았다.

방사청은 법원의 판단을 토대로 오는 2월 계약심의위를 열어 현대중의 입찰자격 등 제재 수위를 심의할 예정이다.

앞서 방사청은 2020년 5월 막바지 검찰수사와 일부 재판이 진행중인 가운데, 해군 핵심전력으로 운용할 KDDX 6척에 대한 사업 기본설계를 공고했다. 당시 방사청은 사업설명회 등 관련 절차를 거쳐 2020년 업체 선정 후 2023년 후반기까지 기본설계를 완료하고 2024년부터 상세설계 및 선도함 건조를 추진할 계획이었다.

한화오션 전신인 옛 대우조선과 현대중이 제안서를 제출했다. 제안서 평가결과 예상을 뒤엎고 KDDX 관련 국책과제를 한 건도 수행하지 않은 현대중이 사업자로 선정됐다. 점수 차이는 불과 0.0565점이었다.

해군과 대우조선은 이미 2012년 11월부터 2013년 10월까지 KDDX 개념설계를 완성한데 이어 첨단함형 적용 연구 등 3대 국책과제를 수행하면서 KDDX의 윤곽을 구체화했다.

가장 큰 문제는 KDDX 개념설계도를 훔쳐 기본설계 사업 제안 준비를 해온 현대중의 입찰 자격이었다. 현대중의 당시 행위는 형사범죄일 뿐만 아니라, 방위사업법 제59조에 따른 청렴서약 위반 또는 국가계약법령상 부정당 제재 사유인 '부정한 행위'에 해당하기 때문이다.

탈락한 대우조선은 방사청을 상대로 선정의 부적절성을 따지는 가처분 신청을 냈으나 소용이 없었다. 

대우조선 매각 반대를 외쳐온 거제시민대책위와 지역 정치권은 특혜의혹을 집중 제기하며 강하게 반발했다.

국회에서도 거제 지역구를 둔 서일준 국회의원이 대정부 질의를 통해 집요하게 따지고 들었다. 

서 의원은 지난해 4월에도 성명을 통해 "현대중이 대우조선 자료를 불법적으로 빼돌리고도 KDDX사업을 수주한 건 현대가 대우조선의 인수합병을 추진 중이라는 갑·을 관계와 당시 문재인 정권의 비호에서 비롯됐다는 의혹이 있다"며 분노했다.

그러면서 "정부는 이제 진실을 밝혀야 할 때"라며 "최근 법원 결정에 따라 현대중 직원 9명이 전원 유죄 판결이 나면서 KDDX 개념설계 절도와 본 사업 제안서 작성의 연관성이 밝혀진 만큼 지난 정권에서 이 'KDDX 방산마피아' 범죄사실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는지, 아니면 알고도 묵인한 정황은 없었는지 명명백백히 밝히고 결과에 따라 철저하게 죄값을 물어야 한다"고 질타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거제신문에도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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