앳된 덩치 가득찬 법정…"수노아파 탈퇴한거죠?" 줄줄이 선처
국내 10대 폭력조직 ‘수노아파’에 가입해 활동한 ‘MZ 조폭’ 24명이 1심에서 대부분 집행유예나 선고유예를 선고받았다.
29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4부(부장판사 최경서)는 지난해 6월 폭력행위처벌법 위반(단체 등의 구성·활동)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이모씨 등 수노아파 조직원 24명에게 이같이 선고했다. 재판부는 ▶조직 가입을 적극 권유했던 A씨 ▶구치소 수감 중 A씨의 권유를 받고 출소 직후 가입해 활동을 이어간 B씨·C씨 등 3명에 대해서만 징역 8개월~징역 1년 6개월의 실형을 선고했다. 반면 조직에 단순 가입했던 18명은 “혐의를 자백하고 수사에 협조했다” “활동에 가담하지 않았다” 등의 이유를 참작받아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에 처해졌다. 그밖에 2명은 징역 1년의 선고가 유예됐고, 1명은 공소시효가 지나 면소됐다.
이들은 2016년 6월부터 지난해까지 수노아파 신규 가입 조직원으로 가입한 혐의로 기소됐다. 범죄단체 구성·활동죄는 ▶조직 수괴는 사형, 무기징역 또는 10년 이상의 징역 ▶간부는 무기 또는 7년 이상의 징역 ▶일반 조직원은 2년 이상의 징역형을 규정하지만, 재판부가 대부분에게 선처한 셈이다.
재판부는 “폭력단체에 가입했다는 것은 그 자체로 사회의 위험성을 제기하는 것이고 본인 스스로의 인생에서 굉장히 큰 과오를 범하는 것을 깨닫길 바란다”면서도 “아직 나이가 어려 대부분의 피고인들에 대해 선처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날 중앙지법 대법정 417호는 커다란 덩치의 피고인들로 가득 들어찼다. 대부분이 20대 안팎의 앳된 모습이었다. 이들 중 한 명은 지난주 고등학교를 졸업했다. 재판부는 피고인 한 명 한 명을 호명하며 “고교 졸업식은 언제였냐” “입대는 언제로 미뤘냐” 또는 “(이제는 수노아파) 탈퇴한 것이죠?” 등의 질문을 이어갔다. 또 “향후에 건강한 사회 구성원으로 살며, 가족과 지인들에게 실망을 안기는 삶을 살지 않도록 해야 할 것”이라는 당부도 덧붙였다.
국내 10대 폭력조직 중 하나인 수노아파는 1980년대 전남 목포에서 결성된 뒤 2000년대 들어 전국으로 세를 넓혔다. 세간에 알려진 것은 검찰이 2020년 10월 말 서울 용산구 그랜드 하얏트 서울 호텔에서 3박 4일간 난동을 부렸던 수노아파 조직원 12명을 지난해 6월 기소하면서다. 검찰은 별도로 ‘수노아파 조직 와해’를 목표로, 행동대원 등으로 단순 가입했던 조직원 25명도 함께 재판에 넘겼는데 이들에 대한 선고가 이날 먼저 이뤄진 것이다.
검찰 수사과정에서 30대 이하 연령대인 MZ세대가 수노아파 조직원 상당수를 구성하며, 이들은 만 21살·만19살 모임 등 비교적 어린 나이에서 또래 모임을 결성한 뒤 계파를 초월해 전국 단위로 합종연횡하는 ‘차세대 조폭’ 유형인 것으로 조사됐다. 하얏트 난동에 직접 가담 혐의를 받는 12명의 재판은 3월 18일 열린다.
윤지원 기자 yoon.jiwon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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