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속영장 청구' 김종국 감독-장정석 전 단장…KIA 재건 맡았던 2인 '충격적 행보'
(엑스포츠뉴스 김지수 기자) 프로야구 KIA 타이거즈가 스프링캠프 출국을 하루 앞두고 사령탑 김종국 감독의 구속영장 청구라는 사상 초유의 사태와 맞닥뜨렸다. 비위 문제로 불명예스럽게 팀을 떠났던 전임 단장까지 검찰 포토 라인 앞에 서게 됐다.
서울중앙지검 중요범죄조사부(이일규 부장검사)는 지난 24일 배임수재 등 혐의로 김 감독과 장 전 단장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고 29일 밝혔다.
검찰은 한국야구위원회(KBO)가 수사 의뢰한 장정석 전 단장의 '선수 뒷돈 요구' 사건을 수사하는 과정에서 추가 혐의를 확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종국 감독과 장정석 전 단장의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심사)은 오는 30일 오전 10시 30분 서울중앙지법에서 유창훈 영장전담 부장판사 심리로 열릴 예정이다.
KIA 구단은 앞서 지난 28일 공식 보도자료를 통해 김종국 감독에게 직무정지 조치를 내렸다고 발표했다. 지난 25일 김종국 감독이 수사당국의 조사를 받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한 뒤 27일 김종국 감독과의 면담 자리를 거쳐 이를 최종 확인했다.
KIA 구단은 김종국 감독이 검찰 수사가 진행되는 동안 사령탑으로서 직무를 정상적으로 수행할 수 없다고 판단, 직무 정지 조치를 내리고 수사 진행 상황을 지켜보겠다는 입장이었다.
하지만 불과 하루 만에 검찰이 김종국 감독에게 구속영장을 청구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KIA는 더 큰 혼란에 빠졌다. KBO리그 초창기였던 1983년 김진영 삼미 슈퍼스타즈 감독이 심판 폭행 문제로 구속된 적은 있지만 비리 혐의로 현직 프로야구 감독이 검찰 조사를 받는 것 자체가 전례 없는 일이다.
김종국 감독은 '타이거즈 원클럽맨'으로 KIA 구단 역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인물이기도 하다. 1996년 고려대를 졸업하고 1차 지명으로 입단한 뒤 2009년 현역 은퇴 때까지 줄곧 KIA에서만 뛰어왔다.
김종국 감독은 선수 시절 1996, 1997, 2009년 등 총 3차례 한국시리즈 우승에 기여했다. 2002년에는 2루수 부문 골든글러브 수상과 도루왕 타이틀을 따내며 2000년대 초반 KBO리그를 대표하는 2루수로 발돋움했다. 국가대표로도 2002 부산 아시안게임 금메달, 2006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4강 신화의 주축 멤버로 활약하면서 기량을 인정받았다.
은퇴 후에도 KIA에서 지도자 커리어를 이어갔다. 2군 수비코치를 시작으로 2012년 1군 작전/주루코치로 승격된 뒤 줄곧 1군에서 코치 생활을 이어왔다. 2021 시즌 중반 1군 수석코치를 거쳐 2022 시즌에는 KIA 지휘봉을 잡았다.
KIA는 2021시즌 창단 첫 9위라는 처참한 성적표를 받고 구단 역사상 첫 외국인 감독이었던 맷 윌리엄스 감독과 계약을 해지했다. 당시 이화원 야구단 대표이사, 조계현 단장까지 동반 사의를 표명하면서 새 판 짜기에 돌입했다.
KIA는 제10대 감독으로 김종국 수석코치를 선임했다. 계약 기간 3년, 총액 10억 5000만원(계약금 3억원·연봉 2억 5000만원)의 건이었다. 이때 단장으로 김종국 감독 선임 과정에 참여했던 이가 장정석 전 단장이다.
장정석 전 단장은 2017년부터 2019년까지 키움 히어로즈 감독을 역임했다. 2019 시즌 키움을 한국시리즈 무대로 이끌었지만 우승이 불발됐고 재계약도 이뤄지지 않으면서 팀을 떠났다.
장정석 전 단장은 2022 시즌을 앞두고 KIA 프런트 수장을 맞게 되면서 화려하게 현장으로 돌아왔다. 하지만 2022 시즌 KIA 소속이던 포수 박동원과 다년 계약 협상 과정에서 리베이트를 요구했다는 주장이 나오면서 파문을 일으켰다.
장정석 전 단장이 박동원에게 이른바 '뒷돈'을 요구한 건 모두 두 차례 있었고 두 번째로 이야기가 오갔을 때 박동원이 이를 녹음했다는 게 프로야구선수협회의 설명이다.
KIA 구단은 곧바로 철퇴를 내렸다. 장정석 전 단장을 곧바로 경질하는 초강수를 뒀다. 사실 관계를 떠나 그 어떤 이유에서라도 소속 선수와의 협상 과정에서 금품 요구라는 그릇된 처신은 용납할 수 없다는 판단에 장 단장을 징계위원회에 회부했고 최종 해임 조치했다고 설명했다.
장정석 전 단장은 이후 지난해 검찰로부터 압수수색을 받았던 가운데 이제는 구속 영장까지 청구됐다. '뒷돈' 요구 논란 당시 자신에게 제기된 의혹을 강하게 부인했지만 검찰은 추가 혐의점을 파악한 것으로 보인다.
KIA는 이후 심재학 단장을 선임하고 수습에 나섰다. 심재학 단장은 지난해 갑작스러운 부임 이후 2023 시즌을 보낸 뒤 2024 시즌을 의욕적으로 준비 중이었다.
그러나 오는 31일 KIA 선수단이 호주로 스프링캠프 출발을 앞두고 김종국 감독과 장정석 전 단장이 동시에 영장 실질 심사를 받으면서 팀 분위기는 엉망일 수밖에 없게 됐다. KIA는 일단 진갑용 수석코치가 1군 스프링캠프를 지휘할 예정이다.
KIA는 김종국 감독 부임 첫해였던 2022 시즌 정규리그 5위로 2018년 이후 4년 만에 포스트시즌 진출에 성공했다. 하지만 KT 위즈와의 와일드카드 결정전에서 2-6으로 패배하면서 한 경기 만에 가을야구를 마감했다.
지난해에는 부상 불운에 울었다. 시즌 초반부터 주축 선수들의 연쇄 부상 속에 전반기 하위권을 맴돌았다. 최종 성적 73승2무69패(0.514)로 5할 승률 이상을 기록하고도 6위에 머무르면서 포스트시즌 진출에 실패했다.
KIA는 올 시즌 충분히 상위권 도약을 노려볼 수 있을 것이라는 평가를 받았지만 사령탑과 전임 단장 이슈가 스프링캠프를 잠식하게 됐다.
KIA 입장에서는 2년 전 명문 구단 타이거즈의 재건을 기대하고 각각 현장과 프런트의 수장 역할을 맡겼던 두 사람이 나란히 검찰 조사를 받는 씁쓸한 상황에 놓였다.
사진=엑스포츠뉴스 DB
김지수 기자 jisoo@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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