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도움 변수되나…김정은, 위험한 '마지막 퍼즐' 핵잠 진전 시사

정영교 2024. 1. 29. 1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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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신문은 29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지난 28일 새로 개발된 잠수함발사전략순항미사일 (SLCM) '불화살-3-31형' 시험발사를 지도했다″면서 ″순항미사일들은 7421초, 7445초간 동해상공에서 비행하여 섬목표를 명중타격했다″라고 전했다. 노동신문, 뉴스1

북한이 핵잠수함 개발의 진전을 시사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28일 함경남도 신포 인근 해상에서 이뤄진 잠수함발사순항미사일(SLCM) 시험발사를 지도한 사실을 공개하면서다. 핵잠수함은 김정은이 직접 제시한 국방 5대 과업 중 가장 미진한 분야였는데, 최근 러시아와 군사기술 협력을 가속화하며 개발의 전기로 삼으려는 분위기다. 미 대선 등을 앞두고 가장 위험한 ‘마지막 퍼즐’을 완성해 몸값을 올리려는 의도로 읽힌다.


"핵동력잠수함 관련 문제 협의"


29일 노동신문은 전날 SLCM 시험발사 소식을 전하며 “우리 해군의 핵무장화를 가속시키며 계획적으로, 급진적으로 집행 관철”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시험발사 뒤 김정은이 “커다란 만족”을 표했다면서다.

신문은 이어 김정은이 "이날 핵잠수함건조사업을 구체적으로 료해(파악)"했다고 전했다. 김정은은 또 핵동력잠수함과 기타 신형함선건조사업과 관련한 문제들을 협의했고, 당면과업과 국가적 대책안을 밝혔다고 신문은 설명했다. 또 이를 위한 "집행방도에 대한 중요한 결론"도 줬다고 보도했다.

김정은이 핵잠수함 건조 진척 상황을 보고받고, 추후 개발 방향을 제시했다는 뜻으로 읽히는 내용이다. 앞서 김정은은 2021년 8차 당대회에서 제시한 전략무기 부문의 최우선 5대 과업 중 하나로 핵추진 잠수함 개발을 제시했다. 김정은은 당시 "새로운 핵잠수함 설계연구가 끝나 최종심사단계에 있다"고 했다. 다만 이후 실질적 진전의 징후는 포착되지 않았다.

북한의 주장에 따르면 5대 과업 중 극초음속미사일, 초대형 핵탄두, 1만5000㎞ 사정권 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명중률 제고, 수중 및 지상 고체엔진 ICBM 개발 등 나머지 4개 과업은 완성해 전장에 배치했거나 완성에 근접한 상황이다. 그리고 이날 핵잠 개발에서도 진전이 있는 것처럼 암시한 것이다.

김정은이 '핵잠수함' 건조사업을 파악했고, '핵동력 잠수함' 관련 과업을 밝혔다고 별도로 표현한 것도 유의할 대목이다. 김정은은 지난해 9월 첫 전술핵공격잠수함으로 주장하는 '김군옥영웅함'을 진수할 당시 "핵무기를 장비하면 그것이 곧 핵잠수함"이라고 정의했다. 따라서 이날 언급은 핵공격 잠수함과 핵추진 잠수함 개발이 동시에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해석할 여지가 있다. 핵추진과 핵공격이 가능한 잠수함이라면 무한기동이 가능한 데다 남한 전역 아무 곳이나 타격할 수 있다. 주일미군 기지나 해상의 미군 항공모함도 타깃이 될 수 있다.

북한이 지난해 9월 첫 전술핵공격잠수함인 '김군옥 영웅함'의 진수식을 진행하는 모습. 노동신문, 뉴스1

김정은은 이날 "해군의 핵 무장화는 절박한 시대적 과업이며 국가 핵전략 무력 건설의 중핵적 요구"라고도 강조했다. 러시아에 포탄과 탄약, 미사일을 지원하는 대가로 위성이나 핵잠 관련 기술을 일부 전수받을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익명을 원한 고위 탈북자는"핵추진 잠수함의 경우 심해의 압력을 장시간 버틸 수 있는 특수강 기술이 핵심"이라며 "이런 기술을 습득하기 위해 러시아와의 밀착으로 생긴 대북제재의 뒷공간을 최대한 활용하려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에도 "주변 정세 무관" 궤변


북한이 SLCM 시험발사를 감행한 28일은 북·중 수교 75주년을 맞아 양국 간 협력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지난 25일 방북한 쑨웨이둥(孫衛東) 중국 외교부 부부장이 중국으로 돌아간 다음 날이다. 이에 앞서 최선희 외무상은 방러해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을 예방하기도 했다. 이번 도발의 택일은 미국과 대립각을 세우는 북·중·러 블록의 밀착을 과시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그러면서도 북한은 지난 14일 극초음속미사일을 발사한 직후와 마찬가지로 "시험 발사는 주변국가의 안전에 그 어떤 영향도 주지 않았으며 지역의 정세와는 전혀 무관하게 진행됐다"고 주장했다.

노동신문은 29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지난 28일 새로 개발된 잠수함발사전략순항미사일(SLCM) '불화살-3-31형' 시험발사를 지도했다"고 전했다. 사진은 신포 일대 해상에서 발사된 SLCM의 모습. 노동신문, 뉴스1

오경섭 통일연구원 연구위원은 "김정은은 한·미·일 대(對) 북·중·러라는 신냉전 구도에 편승해 전략적 이점을 최대한 누리려는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며 "당분간 핵·미사일 고도화에 집중하면서 핵보유국 인정을 위한 '기회의 창'이 열리는 때를 기다릴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몸값 올리며 내부결속 의도도


일각에선 김정은이 새해 벽두부터 전술핵 탑재가 가능하다고 주장하는 신형 미사일을 섞어 쏘면서 군사적 성과를 강조하는 것은 미 대선을 앞두고 핵능력을 최고조로 끌어올려 향후 재개될 가능성이 있는 협상 국면에서 우위를 점하는 한편 궁극적으로는 내부결속에 목적을 두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국제사회의 대북제재와 코로나19로 3년 이상 지속된 국경봉쇄로 주민들이 민생고에 시달리는 가운데 4년 차에 들어선 경제발전 5개년 계획을 달성하려면 내부 동원에도 명분이 필요하다는 이유에서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지난 23일부터 24일까지 열린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8기 제19차 정치국 확대회의를 주재하는 모습. 김정은은 이번 회의에서 '지방발전 20X10 정책' 이행 방안을 지시했다. 노동신문, 뉴스1

김정은이 지난 23일부터 24일까지 정치국 확대회의(8기 19차)를 열어 지방경제 발전을 강조한 것도 이런 분석을 뒷받침한다. 북한은 지난 25일부터 28일까지 김정은이 지난 15일 최고인민회의 시정연설에서 내놓은 '지방발전 20×10 정책'의 관철을 위해 2차 시·군 당책임비서 강습회를 열었다. 주민들의 민심이반을 막기 위해 주요 간부들을 다그치며 경제 살리기를 위해 애쓰는 '애민 지도자'의 이미지를 연출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정유석 통일연구원 부연구위원은 "지난해 말 북한 서민들의 주식인 옥수수 가격이 1000원대 후반에서 3000원 내외로 급등했다"며 "주민들이 민생고에 시달리는 상황에서 국방력 강화를 추동하기 위한 명분 마련에 골몰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정영교 기자 chung.yeonggy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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