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삿돈 28억원 빼돌려 가족 외제차 리스료로 쓴 대부업자
수십억원의 회삿돈을 빼돌려 개인적으로 사용한 대부업자가 금융당국에 적발됐다. 29일 금융감독원은 회사자금 28억원을 유출한 대부업자 A씨를 업무상 횡령 및 배임 혐의로 수사 의뢰했다고 밝혔다.
A씨는 지난 2011년 8월부터 지난해 12월 사이 가지급금 형태로 회삿돈 28억원을 받아 썼다. 가지급금이란 회사가 회사 대표나 임직원, 다른 법인에 임시로 빌려주는 돈이다. 하지만 금감원 조사 결과 A씨는 회사로부터 돈을 빌리면서 정당한 이자나 변제기일을 약정하지 않았고 돈도 갚지 않았다. 해당 업체는 금융위원회에 등록한 대부업체로 A씨는 이 회사 대표이사이자 주식 100%를 보유한 1인 주주다.
A씨는 회삿돈 28억원을 개인적인 용도로 썼다. 본인 소유의 해외법인 출자금으로 사용하거나 부인과 동생 및 지인의 외제차 리스료를 이 돈으로 냈다. 금감원은 “회사를 위한 지출 이외의 용도로 거액의 회사 자금을 가지급금 명목으로 인출 또는 사용했기 때문에 업무상 횡령 소지가 있다”고 했다.
A씨는 또 자신이 지분 100%를 소유한 또 다른 관계사에 회삿돈 4억4000만원을 빌려줬다. 하지만 만기가 지났음에도 돈을 다시 돌려받으려고 노력하지 않았다. 금감원은 이를 배임 혐의가 있다고 봤다. 이렇게 유출한 회삿돈은 모두 32억4000만원으로 이 대부업체 전체 자산총계(49억원)의 66.1%에 달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서민 금융의 공급자인 대부업체가 제대로 된 역할은 하지 않고, 회삿돈 상당 금액을 사실상 대주주의 사금고로 썼다는 점이 드러난 것”이라고 했다.
이번 적발 사례는 금감원의 대부업자 대상 특별점검 과정에서 나왔다. 금감원은 지난해 11월 윤석열 대통령의 ‘불법 사금융 민생현장 간담회’ 후속 조치로 10개 대부업자 대상 불법 채권추심 및 불합리 영업 관행을 점검했었다.
금감원은 불법 사례가 나온 만큼 점검 대상을 금융위 등록 대부업체 963개 전체로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특히 총자산 대비 특수 거래인과의 거래 비중이 상당한 대부업자에 대해서는 현장점검을 통해 불법 행위 여부 등을 확인할 예정이다.
금감원은 “대부업자 대주주의 불법행위를 제도적으로 차단하기 위해 횡령·배임 등의 불법행위도 대주주 결격요건에 포함될 수 있도록 금융위에 대부업법 개정 등 제도 개선을 건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김남준 기자 kim.namj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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