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엔비디아 사로잡는다…2나노 파운드리 경쟁 본격화

조인영 2024. 1. 29. 1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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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AA 기술 도입되는 2nm 경쟁 닻 올려
삼성·TSMC 보다 앞선 인텔, 올해부터 20A 양산
'빅테크' 확보하려면 제조 넘어 설계·패키징 아울러야
삼성전자가 2023년 9월 27일(현지시간)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개최한 '삼성 파운드리 포럼 2023'에서 삼성전자 파운드리사업부 최시영 사장이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삼성전자

글로벌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게임체인저'를 둘러싼 2나노(㎚·1㎚=10억분의 1m) 경쟁이 연초부터 뜨겁다.

업력과 규모 모두 앞서는 대만 TSMC는 내년부터 2nm 공정 반도체를 양산하기 위한 채비를 서두르고 있다. 추격자인 삼성전자는 한 발 앞선 GAA(게이트 올 어라운드) 기술로 대반전을 노리고 있고, '복학생' 인텔은 당장 올해부터 2nm 양산에 나서는 등 가장 공격적으로 임하고 있다.

29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 TSMC, 인텔 등 주요 파운드리 기업들은 이르면 올해부터 2nm 공정 반도체 양산에 돌입한다. 이에 따라 내년부터 2nm 주도권을 둘러싼 반도체 경쟁이 격화될 것으로 보인다.

나노는 반도체 회로 선폭을 의미하는 단위로, 선폭이 좁을수록 소비전력이 줄고 처리 속도가 빨라진다. 현재 세계에서 가장 앞선 양산 기술은 3nm다.

TSMC의 2nm 제품은 대만 북부 신주과학단지 바오산 지역의 '20팹'(fab·반도체 생산공장)과 남부 가오슝 공장에서 생산된다. 바오산 팹에는 이르면 4월부터 2nm 관련 장비가 반입될 예정으로, 핀펫(FinFET)이 아닌 GAA 공정이 적용된 2nm 양산은 2025년부터 시작될 것으로 예상된다.

핀펫 방식은 전력을 통제하는 접촉면이 윗면-앞면-뒷면 등 총 3면인 구조를 말한다. GAA는 게이트는 3면 외에 아랫면까지 쓰는 4차원 방식이어서 핀펫의 한계를 극복할 차세대 기술로 손꼽힌다.

TSMC는 지난 18일 컨퍼런스콜에서 올해 설비 투자(CAPEX) 규모가 280억~320억 달러(37조~43조원)이며 이 중 첨단 프로세스에 대부분(70~80%)이 투입된다고 밝혔다. 지난해(304억 달러)와 비슷한 규모인만큼 2nm 공정 선점을 위한 차질없는 투자가 예상된다.

파운드리 기업 재진입을 선포한 인텔은 가장 공격적으로 파운드리 구축에 나서고 있다. 올 상반기부터 20A(2nm급)를, 하반기에는 18A(1.8nm급) 제조 공정을 도입한다는 계획이다. 18A 공정은 이르면 올 1분기 생산 테스트에 돌입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인텔은 지난해 9월 미국 캘리포니아 새너제이에서 가진 연례 개발자 행사 '인텔 이노베이션 2023'에서 18A 공정 반도체 웨이퍼 시제품을 깜짝 공개하며 업계를 놀라게 했다.

인텔의 2nm 로드맵은 당초 예상에서 6개월 이상 앞당긴 것이다. 다소 무리한 계획이 아니냐는 비판을 잠재우기 위해 인텔은 첨단 EUV(극자외선) 장비 확보전에서 발 빠르게 나섰다. 2nm 반도체를 생산할 수 있는 ASML의 High NA EUV 노광장비 선점에 성공함으로써 보다 앞선 20A 양산이 가능해졌다는 설명이다.

이 같은 인텔의 행보에 대해 업계 관계자는 "내부적으로는 충분히 경제성이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양산 단계에서 수율과 성능을 입증할 수 있을지는 지켜봐야 할 부분"이라고 말했다.

타이완 신주공업단지 내 위치한 TSMC 본사 전경.ⓒTSMC

그런가하면 삼성전자는 GAA 기술을 통해 초미세 공정 전쟁에서 우위를 차지하겠다는 전략을 세웠다. 현재 GAA 기반 3nm 1세대(SF3E)를 양산중이며 올해에는 성능, 전력효율이 대폭 개선된 3nm 2세대 공정을 양산할 계획이다.

2nm에서는 모바일향 중심으로 2025년 2nm 공정(SF2)을 양산하고, 2026년 고성능 컴퓨팅(HPC)향, 2027년 오토모티브향 공정으로 점진적으로 확대한다. 현재 삼성은 화성캠에서 3nm GAA 파운드리 공정 제품을 생산하고 있는 데, 앞으로는 평택캠에서 3nm를 비롯해 2nm 공정 생산을 할 예정이다.

삼성, TSMC를 잡기 위해 8개 일본 기업이 뭉친 라피더스의 움직임도 심상치 않다. 라피더스는 신규 공장을 통해 2nm 공정 반도체를 2025년 시험 생산하고 2027년부터 양산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조만간 라피더스의 기술이 입증된다면 글로벌 파운드리 시장은 대만·한국 양강 구도에서 대만·한국·미국·일본 4강 체제로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게임체인저'를 위한 기술 경쟁은 결국 고객사 확보전에서 판가름 날 것으로 보인다. 그런 측면에서 2nm 승부에서도 TSMC가 앞서 나가고 있다는 평가다.

업계에서는 애플이 TSMC 2nm 공정의 첫번째 고객이 될 것이라는 소문이 파다하다. IT매체 wccf테크는 애플의 아이폰, 맥, 아이패드 등 디바이스는 TSMC의 2나노 공정을 적용해 배터리 및 수명이 길어질 것이라고 보도했다. GPU(그래픽처리장치) 강자인 엔비디아도 TSMC 고객군에서 '큰 손'으로 꼽힌다.

미국 캘리포니아주 산타클라라에 있는 인텔 본사 앞에 있는 로고.(자료사진)ⓒ로이터/연합

이같은 빅테크들의 행렬에 지난해 3분기 기준 TSMC의 파운드리 점유율은 57.9%를 기록, 독보적인 장악력을 과시하고 있다. 2위 삼성전자는 12.4%로 격차는 45.5%p에 달한다.

삼성전자도 손 놓고 있는 것만은 아니다. 꾸준한 기술 투자로 2022년 기준 삼성 파운드리 고객 수는 100곳 이상으로 2017년 보다 2.4배 늘었다. 2028년에는 200여 곳으로 확대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특히 삼성이 선제적으로 GAA를 도입하면서 첨단 공정 초기 수율을 잡는 데 유리할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수율이 개선되면 생산량은 늘고 원가는 줄어든다. 수율은 제품 단가·물량, 납기에도 두루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고객사 유치에도 유리하다.

업계 관계자는 "파운드리 고객사 물량 확대, 시장 점유율 제고 등 구체적 결과물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삼성이 반도체 설계부터 최종 고객까지 아우를 종합적인 전략을 마련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경쟁사 못지 않은 인재풀 확보, 패키징 기술 제고 등을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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