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하 전쟁 미군 첫 사망…바이든 "보복" 트럼프 "바이든 책임"
요르단 북부에 주둔하고 있던 미군 3명이 친(親)이란 무장세력의 드론 공격으로 사망했다. 지난해 10월 7일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이 시작된 이후 미군이 교전 중 사망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미 군 당국은 28일(현지시간) “요르단 북동부 기지에 떨어진 드론 공격으로 3명이 사망하고 25명이 부상했다”고 밝혔다. CNN 등에 따르면 드론이 떨어진 곳은 기지 내 거주 구역 근처다. 부상자는 공식 발표보다 많은 30명 이상으로, 숫자는 더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즉각 보복을 지시했다. 그는 이날 오전 성명에서 “사실관계를 확인하고 있지만, 이란이 후원하고 시리아와 이라크에서 활동하는 극단주의 민병대가 공격한 것을 알고 있다”며 “우리가 선택하는 시기와 방식으로 이 공격에 대해 책임을 묻겠다”고 말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다음달 3일 민주당의 첫 경선을 준비하기 위해 방문한 사우스캐롤라이나 유세에서도 사망자를 애도하는 묵념을 제안하며 “우리는 보복할 것”이라고 재차 말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에 앞서 오스틴 국방장관,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존 파이너 부보좌관 등으로부터 즉각 관련 보고를 받은 뒤, 오후엔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과 국가안보팀을 화상으로 연결해 긴급 대책회의를 열었다.
이러한 즉각적인 반응은 이번 사건이 자칫 11월 대선의 핵심 이슈로 확대되는 것을 차단하기 위한 목적으로 해석된다. 모든 미국 정부가 자국민 보호를 모든 정책의 최우선 가치로 삼아왔다는 점에서 이번 사건이 바이든 행정부에게 심각한 타격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더구나 미 당국은 3000여명이 주둔하고 있는 있던 요르단 기지가 왜 정규군도 아닌 민병대가 날린 드론을 제대로 요격하지 못했는지에 대해서도 명확하게 설명하지 못하고 있다. 앞서 지난주 국방부는 공식 브리핑에선 ‘이란의 대리인들이 미군에 대한 공격을 강화하고 있느냐’는 질문에 “반드시 그렇지는 않다”고 답했다. 때문에 국방부의 상황 인식 능력에 대한 불신까지 나오고 있다.
이와 관련 뉴욕타임스는 “바이든과 그의 팀이 (이스라엘전 발발 이후)3개월 이상 가장 두려워했던(feared) 날”이라며 “이란을 대리하는 단체의 비교적 낮은 수준의 공격이 치명적으로 변해 바이든 대통령에게 압력을 강화하게 됐다”고 평가했다.
오는 11월 대선에서 바이든과의 재대결이 유력해진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날 자신의 SNS에 3건의 글을 연속으로 올려 “미국에 대한 뻔뻔스러운 공격은 바이든의 나약함이 초래한 끔찍하고 비극적인 결과”라고 주장하며 맹공을 펼쳤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3년 전 이란은 나의 최대 압박 정책 덕분에 겨우 2달러를 긁어모아 테러리스트 대리인에게 자금을 지원했다”며 “그러나 바이든은 이란에 수십억 달러를 지원했고, 이란 정권은 이를 중동 전역의 유혈사태와 대학살을 퍼뜨리는 데 썼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내가 대통령이었다면 하마스의 이스라엘 공격과 우크라이나 전쟁은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라며 “바이든을 총사령관으로 둔 우리 미국은 살아남을 수 없다”고 강조했다.
공화당도 '바이든 때리기'에 가담했다. 린지 그레이엄 상원의원은 “바이든 행정부의 대(對)이란 정책은 비참하게 실패했다”며 “바이든 행정부는 보복뿐 아니라 미래의 침략에 대한 억지력으로 이란 내부의 중요한 목표물을 공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톰 코튼 상원의원도 “유일한 해답은 이란의 테러리스트 세력에 대한 파괴적인 군사적 보복”이라며 “그 이하의 조치는 바이든이 총사령관이 될 자격이 없는 겁쟁이라는 것을 확인시켜 줄 것”이라고 했다.
미국 언론들은 낮은 지지율을 극복하지 못하고 있는 바이든 대통령이 예상보다 강한 대처를 할 가능성이 있다고 관측했다. CNN은 “미군 3명이 사망함에 따라 이미 위태로웠던 중동에서 한층 심각한 긴장 고조가 발생하게 됐다”고 지적했고, 워싱턴포스트(WP)는 “미군 사망자 발생으로 어디서, 어떤 식으로 미국 정부가 대응할지에 대한 즉각적 물음이 제기됐다”고 보도했다.
워싱턴=강태화 특파원 thka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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