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사가 된 재벌- 모든 걸 잃은 의사, 두 사람이 만났다

이정희 2024. 1. 29. 11:30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이번 주 신작, 뭐 볼까] <재벌x 형사> VS <닥터 슬럼프>

[이정희 기자]

새해를 맞이해 SBS와 JTBC가 26,27일 연이어 신작 드라마의 포문을 열었다. <재벌집 막내 아들>에서 호평을 받은 박지현이 첫 주연을 맞은 <재벌x형사>와, 출산 후 복귀한 박신혜가 선택한 <닥터 슬럼프>가 맞붙었다.

<마이네임>, <군검사 도베르만>과 <유미의 세포들 2>, <이번 생도 잘 부탁해>처럼 강렬하고 달콤한 캐릭터를 두루 섭렵한 안보현이 재벌에서 형사가 됐고, <해피니스>, <청춘월담> 등 장르물과 사극 모두를 섭렵한 박형식이 하루 아침에 가진 걸 모두 잃은 의사가 되었다.

상대적으로 조금 이른 시간에 시작한 덕분일까 <재벌x형사>가 시청률 면에서는 앞서고 있다(<재벌x형사> 6.9%, <닥터 슬럼프> 4.1% 닐슨 코리아 기준.)

돈이면 돈, 빽이면 빽! 재벌이 형사가 되면 
 
 재벌x형사
ⓒ sbs
 

불과 몇 년 전 청문회 자리에서의 행동 때문에 '사이코패스' 같다던 평가를 받은 재벌 3세가 형사라 불린다. 돈과 빽으로 사건을 해결하겠단다. 

안보현이 출연했던 <마이 네임>의 김바다 작가가 집필을 하고 <악귀>, <악의 마음을 읽는 자들>을 연출했던 김재홍 피디의 첫 입봉작인 드라마 <재벌x형사>는 제목 그대로 철부지 재벌 3세가 형사가 되어 사건을 해결하는 독특한 설정의 장르물이다.  

극중 진이수(안보현 분)가 속하게 되는 강력 1팀 팀장 이강현(박지현 분)은 말한다. "당신이 영화에서 보듯이 수사라는 게 그렇게 폼나는 건 줄 아냐고". 그리고 이강현은 첫 출근한 진이수에게 한 무더기의 서류를 안긴다. 

하지만 그런 팀장의 지시에 진이수의 대응은 상상 초월이다. 한 무더기의 서류를 재벌가의 백으로 경찰서장에게 가져가 대신 작성하게 시킨다거나, 조사를 하라고 시켰더니 자타공인 재벌가 인플루언서라는 어드밴티지를 십분활용한다. 명품 외제차를 몰고 출근하더니 조사 현장에 요트를 몰고 나타난다. 

드라마를 열면 화려한 경찰 특공대의 작전이 시선을 사로잡는다. 가면을 뒤집어 쓰고 무장을 무리들이 한 여성을 납치한다. 이에 진이수는 경찰특공대가 되어 사건을 진압한다. 진이수가 경찰특공대였나 하는데, 알고보니 백화점까지 빌린 재벌가 3세 진이수의 경찰 놀이였다. 놀이의 뒤풀이는 클럽 행. 질펀하게 마시다 친구를 찾아 나선 진이수는 그를 칼로 겁박하던 괴한을 쫓는다. 그와의 격투 중 괴한을 쓰러뜨리고, 뜻밖에 그 자리에 나타난 이강현에게 경찰 사칭과 행인 폭행 등으로 체포되고 만다. 

그런데 진이수가 체포된 사실이 특종이 되고, 그로 인해 아버지 진명철의 서울 시장 출마에 빨간불이 켜졌다. 이에 형이자 한수 그룹 부회장인 진승주가 진이수를 진짜 형사로 만드는 편법으로 위기를 탈출하고자 하는 게 골자다. 

몸에 딱 맞는 옷을 걸친 안보현의 열연이 돋보이는 가운데, 형사가 된 재벌의 '플랙스 (flex) 사건 수사'가 호평을 이어갈지 지켜보자. 

인생의 바닥에서 다시 만난 첫사랑
 
 닥터 슬럼프
ⓒ jtbc
 

<재벌x형사>가 졸지에 재벌이 형사가 된 내용이라면 여기 또 다른 경우로 인생의 궤도가 바뀐 두 명의 남녀가 있다. 허름한 옷차림으로 옥탑방 앞에 서있는 남자, 그 남자 뒤로 한 여성이 다가간다. 인기척을 느끼고 돌아선 남자, 서로를 알아본 두 사람 비명을 지른다.

일찍이 한 고등학교를 다니며 전교 1,2 등으로 다투던 두 사람은 나란히 전국 1등을 할 정도의 실력으로 의대에 진학했다. 그런데 14년이 지나 한 사람은 모든 걸 잃고 옥탑방에 사는 신세가 됐고, 또 다른 이는 17시간 격무에 시달리다 못해 죽고싶은 처지가 됐다. 말 그대로 '닥터 슬럼프'들이다. 

<김비서가 왜 그럴까>의 백선우 작가와 <그 남자의 기억법>, <한 사람만>의 오현종 피디가 의기투합한 <닥터 슬럼프>는 인생 1회차의 벼랑 끝에서 만난 두 사람, 남하늘(박신혜 분)과 여정우(박형식 분)를 주인공으로 내세운다. 말 그대로 슬럼프에 빠진 두 남녀가 주인공이다. 

잘 생긴데다 말재주까지 좋은 여정우는 해외 봉사활동 다큐멘터리를 통해 단번에 인기인이 됐다. 그 여세를 몰아 잘 나가는 성형외과 의사에, 인플루언서가 되었는데, 고등학교 시절 이래 늘 그의 인생은 그랬다. 하지만, 어느날 그를 찾아온 외국인 여성의 윤곽 수술실에서 벌어진 의문의 사건으로 그는 모든 걸 잃었다. 

반면, 남하늘은 늘 자신이 가진 것, 그 이상으로 노력을 하던 학생이었다. 화장실에 가고 싶을까 봐 커피 알갱이를 털어 넣고, 청양고추를 먹으며 공부에 매진하던 하늘은 '내일을 위해 오늘을 혹사'하는 마취과 의사가 되었다. 하지만, 그 '내일'이 있을까 싶던 즈음, 달려오는 트럭 앞에서 죽음을 기다리던 자신을 발견한다. 병원에 가보니 우울증이란다. 불철주야 노력한 결과가 우울증이란. 그때 자신의 집 옥탑방에 이사 온 여정우를 만났다. 

이렇게 드라마는 서로 다른 모습으로 성공을 향해 치달리던, 그러나 졸지에 '브레이크'가 걸려버린 두 청춘을 통해 이 시대 청춘 담론을 말하고자 한다. 과연 인생의 나락에 떨어져 버린 두 사람이 사랑에서도, 일에서도 인생 2회차를 맞이할 수 있을까.

박신혜와 박형식이 만들어 내는 이 시대의 '캔디 이야기'를 기대해 본다. 

Copyright © 오마이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