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이프’ 선정성 논란을 앨범적 허용으로 받아들여야 할까 [D:이슈]

박정선 2024. 1. 29. 11:16
자동요약 기사 제목과 주요 문장을 기반으로 자동요약한 결과입니다.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그룹 (여자)아이들은 데뷔 이후 줄곧 당당한 주체성을 노래했다.

그런데 최근 공개된 신곡 '와이프'(Wife)가 잘 나가던 (여자)아이들의 발목을 잡았다.

앞서 (여자)아이들이 보여준 곡들의 메시지에 대한 믿음 때문이었다.

아이돌 그룹에게 있어 곡의 완성도만큼 중요한 것이 무대, 즉 콘셉트다.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그룹 (여자)아이들은 데뷔 이후 줄곧 당당한 주체성을 노래했다. 걸그룹 최초로 멤버가 프로듀싱한 곡으로 데뷔했고, 이후 발매한 곡들도 모두 멤버들의 손을 통해 탄생했다. 자신들의 주체성을 타인이 만들어 주는 것이 아닌, 스스로 만들어내면서 이들의 이야기는 더 설득력을 얻었다.

ⓒ'와이프' 뮤직비디오

그런데 최근 공개된 신곡 ‘와이프’(Wife)가 잘 나가던 (여자)아이들의 발목을 잡았다. 이 곡은 29일 발매인 정규 2집 ‘2’(Two)의 방향성을 가늠할 수 있도록 하는 선공개곡으로 먼저 발매된 것이다. ‘와이프’ 논란의 중심은 높은 수위의 가사다. KBS에서는 ‘지나치게 선정적으로 묘사된 가사’를 이유로 방송 불가 판정을 내렸다.

‘위에 체리도 따 먹어줘 / 조심스레 키스하고 과감하게 먹어치워 / 어떤지 맛 표현도 들려 보여줘’ ‘나의 Tongue 살짝 Touch 너는 Brr brr brr’ ‘배웠으면 이제 너도 한 번 올라타 봐’ ‘섬세한 입술에 손길을 안 닿아 / 머리부터 발끝까지 그냥 촙 촙 촙’ 등 한글과 영어 가사가 섞인 노래는 성행위에 대한 은유와 섹슈얼한 표현을 담았다.

일각에선 이 노래를 ‘수동적인 와이프’의 모습에서 벗어나려는 ‘적극적인 여성상’을 그렸다는 해석이 나온다. 앞서 (여자)아이들이 보여준 곡들의 메시지에 대한 믿음 때문이었다. 이들은 나와 우리에 대한 정의를 선포한 데뷔 앨범 ‘아이 앰’(I am)을 시작으로 ‘아이 메이드’(I made) ‘아이 트러스트’(I trust) 등을 거치며 팀 정체성을 구축했다.

그러다 이들은 여성도, 남성도 아닌 그냥 ‘나’로 존재하겠다는 ‘톰보이’(TOMBOY)를 시작으로 주체성을 더 직접적으로 어필했다. ‘누드’(Nxde)에선 꾸며지지 않은 본모습을 당당하게 드러냈고, ‘퀸카’(Queencard)에선 있는 그대로의 나 자신을 받아들이고, 내가 나를 진정으로 사랑하는 것이 ‘퀸카’라고 말했다. 물론 이번 앨범에서도 마지막 부분에 도달해서야 ‘그치만 난 원하지 않아’라며 구시대적인 편견이 담긴 전통적 아내의 역할을 완강히 거부한다.

하지만 분명 이전의 곡들과 비교하기 어려운 지점이 있다. 일각에선 ‘앨범적 허용’으로 받아들여야 한다지만 앞서 설명한 것처럼 ‘톰보이’나 ‘누드’ ‘퀸카’는 앨범 단위가 주는 메시지는 물론, 하나의 곡 그 자체로도 완결된 메시지를 전한다.

그런데 ‘와이프’의 경우는 어떤가. 시작부터 마지막까지 줄곧 성행위를 연상시키는 노골적인 표현들을 나열했다가 고작 마지막 한 마디로 이를 부인한다. 이 지점이 사실상 (여자)아이들이 하고 싶은 이야기였을 테지만, 아내를 성적인 대상으로 표현한 노골적 가사들의 나열로 설득력을 잃는다.

(여자)아이들의 행보를 보면서 우려했던 지점이기도 하다. 주체적인 여성의 메시지를 보여주면서도 이들은 비주얼적인 면도 놓칠 수 없었다. 아이돌 그룹에게 있어 곡의 완성도만큼 중요한 것이 무대, 즉 콘셉트다. ‘와이프’는 분명 시선을 끄는 것에는 성공했지만, 사실상 콘셉트가 메시지를 잡아먹은 것과 다를 바 없다.

Copyright © 데일리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