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짓 진단서에 주소까지… 전직 프로게이머 ‘병역기피’

1심, 징역1년·집유 2년 선고
“속임수로 기피, 죄질 가볍지 않아”
주소 이전까지 하며 병역기피 혐의

축구 청소년 국가대표 출신이자 프로게이머로도 활동한 원창연(32)씨가 병역 기피 혐의로 유죄를 선고받았다. 1심 법원은 원씨에게 “정신질환으로 속임수를 썼다. 죄질이 절대 가볍지 않다”고 꾸짖었다.

인천지법 형사15단독 오한승 판사는 29일 병역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원씨에게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하고, 사회봉사 120시간을 명령했다.

원씨는 2020년 5월과 12월 두 차례에 걸쳐 정신과 의사를 속여 허위 진단서를 발급받은 뒤 이 진단서를 인천병무지청에 제출해 병역의무를 기피하거나 감면받으려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그는 2011년 최초 병역판정 검사와 2016년 재검사에서는 피부 질환으로 현역 입소 대상인 신체 등급 2~3급 판정을 받았다. 이후 병역 처분 변경을 신청한 2018년에는 과체중으로 사회복무요원 소집 대상인 4급 판정을 받았다.

원씨는 여기서 더 나아가 과체중이 아닌 정신질환으로 4급 판정을 받으면 사회복무요원으로 복무하더라도 군사 소집교육과 예비군 편입이 면제되는 점을 노렸다. 이를 위해 그는 정신과에서 허위 진단서를 발급받았다.

그는 한 정신과를 찾아가 “감정 조절이 어렵고 불안한 데다 잠도 제대로 못 잔다”고 호소했고, 심리평가 때도 허위로 응답해 “전체지능이 53이고 사회연령도 만 13세로 확인됐다”는 진단 결과를 받았다. 또 “사람이 많은 곳에 갈 수 없어 집 밖으로 나가지 않고 혼자 산다”고 의사에게 거짓말을 해 지적장애와 인격장애 진단도 받아냈다.

심지어 그는 주소까지 옮겨가며 병역을 기피하려 한 것으로 드러났다. 현행법상 사회복무 군사교육이 밀려 있는 지역에서 3년 동안 소집되지 않으면 전시근로역으로 편입된다.

오 판사는 “피고인은 신체 등급 4급 판정을 받고도 병역의무를 추가로 감면받기 위해 주소를 이전했고, 정신질환으로 속임수를 썼다”며 “죄질이 절대 가볍지 않고”고 밝혔다.

다만 “과거에 형사처벌을 받은 전력이 없는 초범”이라며 “잘못을 인정하면서 반성한 점 등을 고려했다”고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원씨가 자신의 인터넷 개인방송 영상을 게재하고 있는 유튜브 채널의 모습. 유튜브 채널 '원창연 WonChangYeon' 갈무리

축구 청소년 국가대표 출신인 원씨는 온라인 게임 ‘피파온라인4’의 프로게이머로 활동해 왔다. 그는 지난해 8월 병역법 위반으로 기소되자 2개월 뒤 은퇴를 선언했다. 이후 최근까지 아프리카TV에서 축구 게임과 관련한 인터넷 개인방송을 이어온 것으로 알려졌다.

최승훈 인턴기자 onlinenews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