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즌 하이' 스미스의 시즌은 이제부터 시작

양형석 2024. 1. 29. 1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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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농구] 28일 하나원큐전 3점슛 5개 포함 21득점 폭발, 삼성생명 65-58 승리

[양형석 기자]

삼성생명이 적지에서 하나원큐를 꺾고 5라운드 첫 경기를 승리로 장식했다.

임근배 감독이 이끄는 삼성생명 블루밍스는 28일 부천 실내체육관에서 열린 우리은행 우리WON 2023-2024 여자프로농구 5라운드 하나원큐와의 원정경기에서 65-58로 승리했다. 2023년 12월 27일과 30일 하나원큐와의 3, 4라운드 2연전을 모두 승리하며 3위로 전반기를 마쳤던 삼성생명은 이날 하나원큐와의 5라운드 맞대결에서도 7점 차 승리를 따내며 하나원큐와의 승차를 3경기로 벌렸다(10승 11패).

삼성생명은 맏언니 배혜윤이 트리플더블에서 어시스트 하나가 부족한 12득점 11리바운드 9어시스트로 맹활약하며 승리를 이끌었고 이해란과 이주연도 각각 13득점과 10득점으로 좋은 활약을 펼쳤다. 정규리그가 점점 후반으로 접어드는 가운데 삼성생명의 임근배 감독은 이 선수의 상승세가 매우 기쁠 수밖에 없다. 바로 이날 3점슛 5개를 포함해 이번 시즌 가장 많은 21득점을 기록한 삼성생명의 혼혈선수 키아나 스미스가 그 주인공이다.

다양한 사연, 다양한 결과의 혼혈선수들
 
 지난 시즌 17경기 밖에 소화하지 못한 스미스는 이번 시즌에도 신인왕 자격을 유지하고 있다.
ⓒ 한국여자농구연맹
 
WKBL은 2000년대 중반 리그를 활성화하기 위해 부모, 또는 조부모가 한국인일 경우 외국인 선수가 아닌 국내선수 자격으로 WKBL에서 활동할 수 있도록 해주는 혼혈 선수 제도를 도입했다. 그 후 지금까지 한국인의 피를 이어 받은 많은 선수들이 WKBL의 문을 두드렸다. 그중에서는 WKBL의 스타선수로 활약하며 국가대표까지 선발된 선수도 있고 한계를 드러내고 쓸쓸히 WKBL 무대를 떠난 선수도 있었다.

지난 2006년 금호생명 레드윙스는 미국인 아버지와 한국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최초의 혼혈선수 마리아 브라운을 영입했다. 마리아는 미국 대학무대에서 9.7득점 5.3리바운드 2.9어시스트를 기록했고 출중한 외모로 데뷔 전부터 화보촬영을 하며 농구팬들의 큰 관심을 모았다. 하지만 2007 겨울리그부터 2008-2009 시즌까지 26경기에 출전한 마리아는 1.9득점 1.0리바운드 0.4어시스트의 초라한 성적을 남기고 세 시즌 만에 한국 무대를 떠났다.

WKBL 역사상 가장 성공한 혼혈 선수는 어느덧 WKBL 최고령 선수가 된 김한별(BNK 썸)이다. 2009년 삼성생명에 입단해 2011년 특별귀화선수로 한국국적을 취득한 김한별은 기복을 보이다가 2018-2019 시즌부터 본격적으로 삼성생명의 에이스로 활약하기 시작했다. 2020-2021 시즌 삼성생명을 챔프전 우승으로 이끌며 챔프전 MVP에 선정된 김한별은 2021년 BNK로 트레이드된 후에도 지난 시즌 BNK의 챔프전 준우승을 견인했다.

미국이 아닌 루마니아 혼혈선수인 김소니아(신한은행 에스버드)는 20대 초반 우리은행에 입단했다가 두 시즌 만에 한국을 떠났지만 4년 만에 복귀해 놀라운 속도로 기량이 급성장했다. 한국으로 복귀하자마자 2018-2019 시즌 식스우먼상, 2020-2021 시즌 MVP 후보에 오른 김소니아는 2022년 FA 김단비의 보상선수로 신한은행으로 이적했다. 그리고 지난 시즌 18.87득점으로 득점왕에 오르며 리그를 대표하는 스타선수로 자리매김했다.

이처럼 혼혈선수들의 활약은 리그의 재미를 더하고 있지만 2015-2016 시즌의 첼시 리 같은 엄청난 부작용도 있었다. 2015년 한국인의 피가 전혀 섞이지 않은 189cm의 센터 첼시 리는 공문서를 위조해 혼혈선수 자격으로 WKBL에 진출했고 2015-2016 시즌 득점과 리바운드왕, 신인왕 등 6관왕을 차지했다. 결국 첼시 리의 소속팀이었던 KEB하나은행(현 하나원큐)은 준우승을 차지했던 2015-2016 시즌 사상 초유의 '전 경기 몰수패'를 당했다.

무릎부상 극복하고 시즌 최다득점 기록
 
 27일까지 3점슛 성공률 31%였던 스미스는 28일 경기가 끝난 후 3점슛 성공률이 39%로 상승했다.
ⓒ 한국여자농구연맹
 
첼시 리 사태 이후 혼혈 선수들도 신인 드래프트를 거쳐야만 WKBL에 진출할 수 있도록 제도가 바뀌었고 한동안 WKBL에 혼혈선수 영입이 위축되는 듯했다. 그러던 2022-2023 시즌 신인 드래프트에 미국인 아버지와 한국인 어머니 사이를 둔 미여자프로농구 WNBA에서 활약하는 '거물급 선수'가 신청서를 냈다. 2022년 WNBA 로스앤젤레스 스팍스에 전체 16순위로 지명 받아 한 시즌 동안 활약했던 키아나 스미스였다.

2020-2021 시즌 챔프전 우승 직후 챔프전 MVP 김한별까지 트레이드 시키면서 신인 지명권을 대거 수집한 삼성생명은 전체 1순위로 스미스를 지명했고 스미스는 단숨에 신인왕 0순위 후보로 떠올랐다. 입단하자마자 삼성생명의 주전가드로 활약한 스미스는 뛰어난 기량으로 전반기 17경기에서 13.2득점 3.7리바운드 4.4어시스트를 기록하며 리그에 신선한 돌풍을 일으켰다. 하지만 '스미스발 돌풍'은 그리 오래 가지 못했다.

스미스는 2022년 12월 26일 우리은행과의 전반기 마지막 경기에서 무릎부상을 당하며 시즌 아웃됐고 2023년 WNBA 시즌까지 소화하지 못했다. 스미스는 이번 시즌 개막 후 9번째 경기였던 2023년 12월 9일 KB스타즈와의 2라운드 마지막 경기에서 코트에 돌아왔지만 전반기 7경기에 출전해 4득점 1.14어시스트로 부진했다. 일부 농구팬들은 무릎부상 후유증이 있는 스미스가 지난 시즌의 기량을 회복하긴 힘들 거라고 예상하기도 했다.

하지만 후반기 들어 조금씩 출전시간을 늘려가며 경기감각을 회복하던 스미스는 28일 하나원큐를 상대로 이번 시즌 최고의 퍼포먼스를 보여줬다. 이주연과 함께 삼성생명의 주전 가드로 출전해 29분 34초를 소화한 스미스는 21득점 6리바운드 2어시스트 2스틸로 이번 시즌 개막 후 가장 좋은 활약을 선보였다. 특히 고비마다 무려 83.3%의 성공률(5/6)로 터진 5개의 3점슛은 하나원큐의 추격의지를 꺾기 충분했다.

삼성생명은 아직 180cm의 장신가드 윤예빈이 팀에 본격적으로 합류하지 못했지만 이주연과 신이슬, 조수아 등 적재적소에서 제 역할을 할 수 있는 가드 자원들이 즐비하다. 하지만 이들 중 스미스처럼 큰 무대에서 활약한 경험이 있고 화려하고 빠른 개인기와 슛터치를 갖춘 선수를 찾긴 힘들다. 스미스가 시즌 후반 경기감각과 컨디션을 회복할수록 삼성생명이 후반기, 그리고 플레이오프에서 더욱 무서운 팀으로 거듭날 것으로 전망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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