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이 증인 압박해 허위 진술"…33년 억울한 옥살이 伊 양치기 무죄

이탈리아에서 살인죄 누명을 쓰고 33년간 억울한 옥살이를 한 남성이 뒤늦게 무죄 판결을 받았다.

33년 억울한 옥살이…증인이 경찰의 압박에 허위 진술한 사실 뒤늦게 알려져

재심에서 무죄 판결 받은 뒤 기자회견을 갖는 베니아미노 춘케두씨. [이미지출처=안사(ANSA) 통신 캡처]

28일(현지시간) 안사(ANSA) 통신은 로마 항소법원이 지난 26일 저녁 베니아미노 춘케두씨(58)에 관한 재심에서 "(춘케두는) 범죄를 저지르지 않았다"며 종신형을 선고했던 원심판결을 뒤집고 무죄를 선고했다. 1991년 당시 25살 양치기였던 춘케두씨는 이탈리아 서쪽 사르데냐섬에서 농장주와 그의 아들, 다른 양치기 등 3명을 살해한 범인으로 지목돼 종신형을 신고받았다.

그는 강하게 무죄를 주장했지만, 경찰은 당시 사건에서 중상을 입은 남성의 진술에만 의존해 그를 체포했다. 이 남성은 처음에는 범인을 알아보지 못했다고 진술했으나, 경찰의 압박에 진술을 뒤집어 춘케두씨를 범인으로 지목한 사실이 뒤늦게 밝혀졌다.

무죄판결이 내려지자 그의 가족과 친구들은 손뼉을 치며 기뻐했다. 일부는 눈물까지 흘렸다. 춘케두씨는 무죄 판결을 받고 기자회견에서 "드디어 악몽이 끝났다"라고 소회를 전했다. 그는 "그들은 감옥에서 회개하라고 했지만, 나는 회개할 것이 없었다"라며 "아무런 잘못도 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다시금 강조했다.

젊은 시절을 감옥에서 지내야 했던 춘케두씨는 사르데냐섬 당국에 보상금을 받을 예정이다. 이번 사건을 공론화해 재심을 이끌어낸 아레네 테스타 급진당 총무는 "제2의 베니아미노 춘케두가 나오지 않도록 사법 제도를 반드시 개혁해야 한다"라고 지적했다.

'이춘재 연쇄살인 8차 사건' 진범 누명 쓴 윤성여씨 사건과 유사

윤성여씨. [이미지출처=연합뉴스]

우리나라에서도 유사한 사건이 있었다. 경기도 화성 일대에서 1986년에서 1991년까지 여성 10명이 강간·살해당한 사건 가운데 '8차 사건'의 범인으로 당시 22세였던 윤성여씨가 지목됐다. 윤씨는 검찰 기소 후 범행을 인정하고 강간치사·살인 혐의로 무기징역을 선고받았다. 이후 윤씨는 "경찰의 강압 수사로 허위 자백을 했다"며 항소했지만, 2심과 대법원 모두 기각했다. 결국 윤씨는 20년을 복역한 뒤 2009년 모범수로 가석방될 때까지 20년 동안 감옥에 있었다.

이후 10년이 지난 2019년 경찰이 피해자 유품에서 발견된 디엔에이(DNA)를 재분석한 결과, 무기수로 복역 중이던 이춘재(61)가 진범으로 드러났다. 이춘재가 범행 일체를 자백하면서 윤씨는 그해 11월 법원에 재심을 청구했다. 재심 사건을 맡은 재판부는 윤씨에게 무죄를 선고하며 "피고인의 자백 진술은 불법체포·감금 상태에서 가혹행위로 얻어진 것이어서 증거능력이 없다"며 "반면, (내가 범행을 저질렀다는) 이춘재의 진술은 내용이 매우 구체적이고, 객관적으로 합리성을 띠고 있어 신빙성이 높다고 판단된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과거 수사기관의 부실 행위로 잘못된 판결이 나왔다"며 "오랜 기간 옥고를 거치며 정신적·육체적으로 큰 고통을 받은 피고인에게 사법부 구성원 일원으로서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라고 사과했다.

재판부는 윤씨에게 위자료 40억원을 산정했고, 윤씨가 지급받은 형사보상금 25억1700여만원 등을 공제해 남은 금액 18억 7000만원을 국가의 배상액으로 정했다. 윤씨의 부친과 형제자매에 대한 국가배상도 선고했다. 고인이 된 부친에 대해서는 2억원을, 형제자매 2명에 대해서는 각 5000만원을 국가가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구나리 인턴기자 forsythia26@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