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러스 찾아내는 '하수 분석'…지역 건강검진이죠"

이춘희 2024. 1. 29. 08: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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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수 감시 분석은 '지역 건강검진'이라 할 수 있다. 건강검진에서 간 수치가 높게 나오면 술을 줄이듯이, 하수 감시 결과에서 나온 코로나19 바이러스 등을 토대로 지역 사회의 건강 지표를 확인하고, 대응책을 마련할 수 있다."

그는 "하수 감시로 확인을 못 했다면 코로나19가 병원 안에서 확산했을 것"이라며 "미리 사전에 효과적으로 감염 확산을 막는 게 가능하다는 점을 보여주면서 질병청에서도 확신을 갖게 된 것 같다"고 돌아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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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표 고려대 교수 인터뷰
하수감시 사업 중요성 강조해 온 '산파'
"코로나19 외에 다양한 지표 확인"

"하수 감시 분석은 '지역 건강검진'이라 할 수 있다. 건강검진에서 간 수치가 높게 나오면 술을 줄이듯이, 하수 감시 결과에서 나온 코로나19 바이러스 등을 토대로 지역 사회의 건강 지표를 확인하고, 대응책을 마련할 수 있다."

코로나19가 엔데믹(감염병 주기적 유행)으로 전환되면서 확진자 감시에 대한 우려도 계속 나오고 있다. 감시 체계가 전수조사가 아닌 '표본감시'로 바뀌면서 사각지대 등이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4월 질병관리청이 하수 기반 감염병 감시 사업(KOWAS)을 전국 단위로 도입한 이유다. 몸속 바이러스가 분변 등을 통해 하수로 유입된다는 점에 착안해 하수에서 바이러스를 채취해 농도를 확인하는 사업이다. 감염병 검사·신고에 의존하지 않아 편의성은 높고, 적은 비용으로도 지역사회 상황을 확인할 수 있다.

코로나19 초기부터 하수 감시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KOWAS의 산파 역할을 해 온 김성표 고려대 환경시스템공학과 교수는 "전수 감시보다 비용 효율적으로 동향을 파악할 수 있다"며 "이외에도 하수에서 다양한 정보를 얻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김 교수는 실제로 하수 감시의 효용을 입증해내기도 했다. 2022년 시범사업 단계에서 두 요양병원의 하수에서 코로나19 바이러스가 나왔다. 한 곳은 보고된 확진자가 없었지만 이를 토대로 전수검사가 시행돼 4명의 무증상 감염자가 나오는 선에서 확산이 종료됐다. 반면 다른 요양병원은 유증상자 중심 모니터링만 진행하다 확진자가 늘어나 결국 코호트 격리까지 됐다. 그는 "하수 감시로 확인을 못 했다면 코로나19가 병원 안에서 확산했을 것"이라며 "미리 사전에 효과적으로 감염 확산을 막는 게 가능하다는 점을 보여주면서 질병청에서도 확신을 갖게 된 것 같다"고 돌아봤다.

다만 하수 감시 사업을 통해 확진자 수의 정확한 파악은 어렵다고도 전했다. 김 교수는 "변이에 따라 바이러스 배출량이 바뀌기도 해 실제 추이와 얼마나 유사한지를 중심으로 보고 있다"며 "미국에서 확진자 수가 주는데 검출 바이러스가 늘어난 후, 실제로 이후 확진자가 늘어나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국내에서도 최근 일부 지역에서 바이러스 농도는 급증하는 데 양성자 수는 크게 변동이 없는 상황도 발생하고 있다. 김 교수는 "하수 감시는 무증상 환자의 존재 여부를 알 수 있기 때문에 신고된 환자만 집계하는 표본감시와 차이가 발생할 수 있다"며 "대상 하수처리장을 확대하는 등의 보완 방법을 제안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성표 고려대 환경시스템공학과 교수가 시범사업을 통해 코로나19 확진자를 찾아낸 사례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사진제공=고려대 환경시스템공학과]

하수에는 바이러스 외에도 미생물, 화합물 등 다양한 정보가 함께 담겨있다. 김 교수가 하수에서 식이섬유를 확인하고 있는 호주의 예를 들며 "하수에서 다양한 정보를 얻을 수 있다"며 "하수 감시를 통해 얻은 다양한 인사이트를 이용하면 새로운 보건 정책에 활용이 가능해진다"고 말한 이유다. 마치 검진에서 다양한 병을 찾듯 A형 간염, 뎅기열 등 바이러스부터 진균, 미생물에 면역 관련 단백질 등 다양한 바이오마커를 찾아낼 수 있다는 설명이다. 질병청도 사업 초기부터 독감 바이러스와 노로바이러스를 감시해왔고, 지난해 말에는 항생제 내성균을 대상에 추가했다.

김 교수가 궁극적으로 꿈꾸는 건 하수 기반의 '공간면역'이다. 병원, 실버타운, 산후조리원 등 위생이 중요시되는 공간에 대해 감시부터 소독 등 관리까지 토털 솔루션을 제공한다는 목표다. 이를 위해 벤처기업 케이에이디도 설립했다. 그는 "감염병 전파 가능성 파악을 넘어 공기·물을 소독할 수 있는 시스템과 연계할 계획"이라며 "사람뿐 아니라 가축에 대해서도 하수 감시를 토대로 호흡기 감염병 확산을 막아 생산성을 높이는 사업도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춘희 기자 sprin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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