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르셀로나 '눈물 바다' 됐다...충격에 빠진 라커룸, 사비 사임 '후폭풍'
(엑스포츠뉴스 김환 기자) 바르셀로나 라커룸이 눈물 바다가 됐다. 사비 에르난데스 감독이 사임 의사를 밝힌 뒤 바르셀로나 선수들이 슬픔에 잠긴 것으로 알려졌다.
사비 감독은 28일(한국시간) 열린 비야레알과의 경기 후 기자회견에서 "이번 시즌이 끝나면 바르셀로나를 떠날 것이다. 난 6월 30일이 되면 클럽을 떠난다. 후안 라포르타 회장, 그리고 스태프들과 논의 끝에 결정을 내렸다. 바르셀로나는 변화가 필요하다. 이 결정이 전반적인 상황을 완화시킬 거라고 생각한다. 내가 책임감을 느낀다. 며칠 전에 떠나기로 결정했고, 이제 이 사실을 발표하기로 했다"라고 말했다.
사비 감독의 발언 이후 바르셀로나도 구단 홈페이지를 통해 "사비 감독이 6월 30일 이후 바르셀로나를 떠날 것이라고 말했다. 사비 감독은 지금의 결정이 바르셀로나를 위한 최선의 선택이라고 생각한다"라며 이번 시즌을 끝으로 사비 감독과 동행을 마친다고 발표했다.
사비 감독의 사임 발표는 바르셀로나가 비야레알전에서 당한 패배의 충격이 가시기도 전에 더 큰 충격을 줬다. 하지만 사비 감독은 "난 구단의 문제가 되고 싶지 않다. 2년 전 그랬듯 바르셀로나의 해결책이 되고 싶다"라며 담담하게 말을 이어갔다.
사비 감독이 지휘봉을 내려놓는 가장 큰 이유는 성적 부진 때문이었다. 바르셀로나는 현재 승점 44점으로 레알 마드리드와 지로나 FC에 이어 라리가 3위에 위치해 있다. 레알의 승점은 54점, 지로나의 승점은 52점이다. 두 팀이 미끄러지지 않는 이상 바르셀로나가 이번 시즌 리그 우승을 차지하는 건 힘들다.
경기력도 좋지 않다. 바르셀로나의 성적을 떠나 이번 시즌 내내 사비 감독의 전술에는 물음표가 붙었다. 뚜렷하지 않은 전술 속에서 선수들의 체력만 고갈되고 있다는 지적이 잇따랐다. 바르셀로나는 이번 시즌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16강 진출을 확정 지은 상태지만, 사비 감독을 향한 부정적인 여론은 그대로였다.
타이틀도 놓쳤다. 바르셀로나는 연초에 라이벌 레알과 치른 스페인 슈퍼컵 결승전에서 패배해 우승이 좌절됐다. 이날 바르셀로나는 비니시우스 주니오르에게 해트트릭을 허용하며 '엘 클라시코'에서 굴욕적인 패배까지 당했다. 가뜩이나 성적도 좋지 않은 상황에 컵 대회 결승전에서 열린 엘 클라시코에서 당한 대패는 사비 감독의 부정적인 여론에 기름을 붓는 꼴이 됐다.
사비 감독이 언제나 부정적인 분위기 속에서 팀을 이끈 건 아니었다. 바르셀로나 감독직 부임 초반에는 여론이 좋았다. 2021-22시즌 도중 바르셀로나 사령탑으로 부임한 사비 감독은 중도 부임인 데다 스쿼드가 완벽하게 갖춰지지 않은 상황에서 레알을 4-0으로 격파하는 등 좋은 성적을 내더니 결국 리그 2위로 시즌을 마감했다.
이어진 2022-23시즌에는 자유계약(FA) 신분이던 알짜배기 선수들을 대거 영입했고, 구단의 지원을 받아 로베르트 레반도프스키, 하피냐, 쥘 쿤데 등 검증된 선수들도 데려와 전력을 강화했다. 여기에 자신의 전술을 더한 사비 감독은 부임 2년차에 바르셀로나를 리그 우승으로 이끌었다. 바르셀로나는 해당 시즌 리그 34라운드에서 조기에 우승을 확정 지었다.
그림도 좋았다. 사비 감독은 바르셀로나의 레전드 출신이다. 바르셀로나 유스인 '라 마시아'에서 배출한 재능으로 현역 시절 커리어 대부분을 바르셀로나에서 보내며 수많은 우승을 차지했다. 중원에서 사비 감독이 보여줬던 탈압박과 패스, 경기 조율 능력은 그가 바르셀로나와 스페인 국가대표팀의 중심으로 설 수 있도록 했다. 바르셀로나는 사비 감독을 중심으로 돌아간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우승 경력도 화려하다. 라리가 우승만 8회, 코파 델 레이 우승 3회, 수페르코파 데 에스파냐 우승 6회, UEFA 챔피언스리그 우승 4회, UEFA 슈퍼컵 우승 2회 등 수많은 우승을 차지했다. 지금까지도 역대 최고의 팀으로 회자되는 펩 과르디올라 감독의 바르셀로나 중심에는 사비 감독이 있었다.
구단의 레전드가 감독이 되어 돌아와 팀을 우승으로 이끄는 그림을 싫어하는 팬은 없다. 하지만 로맨스는 지난 시즌까지였다.
이번 시즌에는 지난 시즌과 같은 모습을 보여주지 못하더니 결국 시즌 중반에 리그 우승 경쟁에서 뒤쳐지고 말았다. 성적 부진에 책임감을 느낀 사비 감독은 충격적인 패배를 당한 비야레알전 이후 사임 의사를 밝혔다. 이로써 사비 감독과 바르셀로나의 동행은 사비 감독의 3년차를 끝으로 마무리하게 됐다.
사비 감독이 팀을 떠난다는 소식에 바르셀로나 선수들도 적잖은 충격을 받았다. 스페인 매체 '문도 데포르티보'는 "사비 감독은 선수들에게 자신이 이런 결정을 내린 이유를 설명했고, 몇몇 선수들은 눈물을 참지 못했다"라며 바르셀로나 선수들이 사비 감독의 말을 듣고 눈물을 흘렸다고 전했다.
'문도 데포르티보'에 의하면 주앙 칸셀루와 쥘 쿤데가 눈물을 흘렸으며, 카탈루냐 지역 방송인 'TV3'은 로베르트 레반도프스키도 눈물을 참지 못했다고 했다.
사비 감독의 신임을 받은 바르셀로나의 유망주 가비와 페드리는 SNS를 통해 자신의 감정을 전했다. 우선 가비는 "언제나 당신(사비 감독)과 함께 죽을 준비가 됐다"라며 사비 감독에 대한 충성심을 드러냈다.
페드리도 "오늘은 모두에게 힘든 날이다. 변명을 멈추고 스스로를 비판해야 한다. 감독님을 위해, 팀을 위해, 무엇보다 클럽과 팬들을 위해 지금의 어려움을 이겨내야 한다"라며 슬픔을 표현했다.
선수들의 감정적인 태도에도 불구하고 사비 감독이 결정을 번복할 가능성은 없어 보인다. 사비 감독은 만약 이번 시즌 리그나 UEFA 챔피언스리그에서 우승을 차지하더라도 팀을 떠날 생각이다.
그는 "남은 4개월 동안 모든 것을 바치겠다. 난 리그 우승을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다. 아직은 리그 우승에 도전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서도 "결정은 내려졌다. 바꿀 수 있는 건 없다"라며 우승 여부와는 별개로 이번 시즌을 끝으로 팀을 떠나는 결정을 번복할 생각이 없다는 점을 내비쳤다.
사비 감독의 사임 소식은 클롭 감독에 이어 전 세계 축구팬들에게 적잖은 충격을 줬다. 앞서 리버풀의 클롭 감독은 26일 구단을 통해 이번 시즌을 마지막으로 리버풀을 떠난다는 소식을 전한 바 있다.
클롭 감독은 리버풀 구단 인터뷰에서 "많은 사람들이 이 이야기를 들으면 충격을 받을 거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난 이 일을 분명히 이야기할 수 있어야 한다. 난 이 구단, 도시, 서포터들의 모든 걸 사랑한다. 팀과 스태프도 사랑한다. 하지만 난 내가 이번 결정을 내려야 한다고 확신하고 있다. 내 에너지가 고갈되고 있기 때문이다"라며 사임 의사를 전했다.
계속해서 "분명히 지금은 문제가 없다. 하지만 어느 순간엔 이를 말해야 한다는 것을 이미 오래 전부터 알고 있었다. 지금은 괜찮다. 난 내가 일을 계속해서 이어갈 수 없다는 걸 안. 우리가 함께하고 모든 것들을 함께 겪으며 존중과 사랑이 생겼고, 이제 여러분들에게 남은 건 신뢰다"라며 담담하게 말을 이어갔다.
클롭 감독은 리버풀을 떠난 이후 한동안 휴식을 취하며 축구를 떠나 있을 계획이다. 그는 "다른 곳에서 다시 일을 할 거냐고 묻는다면 물론이다. 난 나를 안다. 난 가만히 앉아 있지 못하는 성격이다. 할 수 있는 다른 일을 찾을 것이다. 하지만 적어도 1년 간은 다른 구단이나 국가를 맡지 않을 것이다. 불가능하다. 그럴 수도 없고, 그럴 생각도 없다"라고 말했다.
클롭 감독이 프리미어리그(PL)로 돌아오는 일은 없을 가능성이 높다. 클롭 감독은 구단과의 인터뷰에서 "분명한 것은 리버풀 말고 다른 잉글랜드 구단은 맡지 않을 것이다. 100% 확신한다. 그건 불가능한 일이다"라며 리버풀 외에는 잉글랜드에서 감독 일을 하지 않겠다고 약속했다.
클롭 감독은 2001년 마인츠에서 선수 생활을 마무리한 뒤 구단 감독으로 곧장 부임하며 지도자 커리어를 시작했다. 2008년 여름까지 그는 마인츠를 지도하며 2003-2004시즌 분데스리가 승격, 2006-2007시즌 분데스리가2 강등 등 구단의 희노애락을 같이 했다.
이어 2008년엔 독일 굴지의 명문 구단 보루시아 도르트문트 감독으로 부임, 바이에른 뮌헨의 철옹성을 뚫고 2010-2011시즌과 2011-2012시즌 분데스리가 2연패에 성공하며 독일 무대에서 명성을 드높였다.
유럽무대에서도 클롭은 대단한 활약을 펼쳤다. 도르트문트를 2012-2013시즌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결승으로 이끌었다. 우승을 차지했던 1996-1997시즌 이후 16년 만에 결승으로 이끌었다. 비록 준우승에 머물렀지만, 클롭 감독의 지도력이 어디까지 미칠 수 있는지 보여준 시즌이었다.
클롭은 2014-2015시즌, 도르트문트에서의 일곱번째 시즌을 마친 뒤 팀을 떠났다. 2015년 잠시 휴식을 취하던 그에게 손을 내민 건 2013-2014시즌 프리미어리그 불의의 실수로 인해 우승을 놓친 리버풀이었다.
클롭은 지난 2015년 10월, 브랜던 로저스 전 감독의 후임으로 리버풀에 부임했다. 그리고 이는 1992년 프리미어리그 출범 뒤 무관에 그쳤던 리버풀에 새 빛을 안겨준 결정이 됐다.
이번 클롭 감독 사임 뒤 리버풀은 "그의 부임은 구단을 개혁하고 홈과 원정에서 이를 해결해 낼 수 있는 결단이었다"라며 "그의 지휘 아래 리버풀은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프리미어리그, 국제축구연맹(FIFA) 클럽 월드컵, FA컵, 리그컵, UEFA 슈퍼컵, FA 커뮤니티 실드를 들어 올렸다"라고 자랑스러워했다.
클롭은 리버풀과 함께 지난 2019년 토트넘을 누르고 통산 6번째 챔피언스리그 우승을 차지했다. 또 구단에 징크스처럼 남아있던 숙원인 프리미어리그 첫 우승을 이끌었다. 2021-2022시즌엔 FA컵과 카라바오컵을 동시에 들어 올리며 미니 더블을 기록하기도 했다.
특히 유럽 무대에서 클롭은 강했다. 2017-2018시즌 리버풀을 이끌고 처음 챔피언스리그 결승전에 오른 그는 2019년 우승을 거머쥔 뒤 2021-2022시즌도 결승전에 진출하며 그의 커리어 내내 리버풀을 유럽 최강팀 중 한 팀으로 자리잡게 했다. 비록 2019년을 제외하곤 모두 레알 마드리드에게 패해 준우승을 두 번이나 했지만, 유럽 무대에서 리버풀의 위상을 다시 드높였다.
이틀 만에 감독 두 명의 사임이 확정됐다. 클롭 감독과 사비 감독의 사임을 시작으로 유럽 축구계에는 감독 연쇄이동이 진행될 게 불가피해졌다.
영국 '텔레그래프'는 리버풀의 위르겐 클롭 감독과 사비 감독의 사임을 시작으로 감독들의 연쇄이동이 시작될 거라고 내다봤다. 매체는 우선 리버풀이 클롭 감독의 후임으로 바이엘 레버쿠젠의 사비 알론소 감독과 브라이턴 앤드 호브 앨비언의 로베르토 데 제르비 감독을 후보로 뒀다고 설명했다.
또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가 에릭 턴 하흐 감독을 경질할 경우 데 제르비 감독과 토마스 투헬 감독을 후보로 둘 것이라고 했다. 만약 뮌헨이 투헬 감독과 결별하기로 결정한다면 뮌헨은 알론소 감독을 후보 명단에 올릴 것이고, 그렇다면 리버풀의 감독 선임 계획에도 차질이 생길 수밖에 없다는 게 매체의 설명이다.
게다가 잉글랜드 국가대표팀의 가레스 사우스게이트 감독 역시 올해 열리는 2024 UEFA 유로(유럽축구선수권대회) 성적에 따라 사직서를 써야 할 수도 있고, 율리안 나겔스만 감독의 존재 등 감독 대이동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상황들은 더 있다.
최근 AS로마를 떠난 조세 무리뉴 감독, 지난 시즌 토트넘 홋스퍼를 끝으로 새 구단을 찾지 않고 있는 안토니오 콘테 감독, 전 첼시 감독인 그레이엄 포터 감독의 거취 문제도 감독 이동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요소다.
리버풀과 마찬가지로 바르셀로나도 후임 찾기를 시작해야 한다. 일각에서는 바르셀로나가 클롭 감독을 원한다는 이야기도 나오고 있지만, 클롭 감독이 휴식을 선언한 만큼 바르셀로나로 향하는 모습은 기대하기 힘들어 보인다.
사진=연합뉴스
김환 기자 hwankim14@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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