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상+체력+경고…클린스만호 휘감는 3중고 [도하 현장]
(엑스포츠뉴스 도하, 권동환 기자)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이 이끄는 대한민국 축구대표팀이 토너먼트를 앞두고 3개의 적과 싸우는 중이다.
클린스만호는 오는 31일(이하 한국시간) 오전 1시 카타르 알라이얀 에듀케이션 시티 스타디움에서 사우디아라비아와 2023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 카타르 16강 맞대결을 가진다.
조별리그 E조에서 2위를 차지해 토너먼트에 올라간 한국은 F조 1위이자 로베르트 만치니 감독이 이끄는 사우디를 만났다. 사우디는 조별리그 3경기에서 4골을 터트리는 동안 1실점만 허용하는 완벽에 가까운 경기력으로 조 1위로 16강에 올랐다.
두 팀의 맞대결은 이번 대회 16강 최대 빅매치로 꼽힌다. 한국과 사우디 모두 아시아 축구 강호로 평가 받는 팀이고, 이번 지난 2022 카타르 월드컵 본선 때 아시아를 대표해 출전했다. 한국은 이때 16강 진출에 성공했고, 사우디는 조별리그에서 탈락했지만 대회 챔피언으로 등극한 아르헨티나 상대로 승리해 전 세계를 깜짝 놀라게 했다.
양 팀 모두 막강한 전력을 자랑하면서 좀처럼 승자를 예상하기 어려운 가운데 대회 우승을 노리는 클린스만 감독은 승리뿐만 아니라 다음 경기까지 바라봐야 하기에 큰 고심에 빠졌다.
현재 클린스만호를 괴롭히고 있는 요소는 부상과 체력 그리고 경고까지 크게 3가지이다.
대회 시작 후 초반부터 클린스만호에 부상자가 속출했다. 대회 시작 전에 황희찬(울버햄프턴 원더러스)과 김진수(전북현대)가 각각 엉덩이와 종아리 부상으로 조별리그 1~2차전을 놓쳤다. 두 선수는 다행히 부상 정도가 경미해 3차전에서 복귀전을 가졌다.
조별리그 1차전 바레인전이 끝나자 주전 골키퍼 김승규(알샤바브)가 훈련 중 십자인대가 파열되는 큰 부상을 입어 대표팀에서 하차하는 악재가 발생했다. 또 2차전 요르단전 때 레프트백 이기제(수원삼성)가 햄스트링 부상을 입어 3차전 말레이시아전에 결장했다.
이기제도 부상 정도가 경미해 3차전이 끝난 후 훈련에 참가했지만 이제 막 부상에서 돌아왔기에 경기 출전은 조심스러운 상황이다. 그리고 이기제가 돌아오자 이번엔 문선민(전북현대)이 부상으로 전력에서 이탈했다.
축구대표팀 관계자에 따르면, 문선민은 지난 27일 카타르 도하 알에글라 훈련장에서 훈련을 받던 중 오른쪽 햄스트링에 통증을 느꼈다. 부상 악화를 방지하기 위해 대표팀은 28일 훈련 때 문선민에게 실내에서 휴식을 취할 것을 지시했다.
연이은 부상자는 경기간 간격이 짧은 토너먼트를 시작하는 클린스만호에게 큰 부담으로 다가왔다. 조별리그는 경기 간격이 5일이라 충분한 휴식 시간이 있었지만 토너먼트부터는 휴식일이 2~3일로 줄어든다.
특히 한국이 만약 8강에 갈 경우 16강에서 인도네시아를 4-0으로 제압한 호주를 상대하게 되는데, 8강전은 2월 3일에 열린다. 28일에 16강전을 치른 호주는 5일을 쉬고 경기에 임하지만, 31일에 16강전을 치르는 한국에게 주어지는 휴식일은 단 3일이다.
호주와 달리 휴식일이 충분하지 않은데다 조별리그에서 별다른 로테이션을 가동하지 않은 클린스만 감독이기에 팬들은 주전 선수들의 체력을 걱정하지 않을 수 없다.
조별리그 3경기에서 클린스만 감독은 조별리그 1, 2차전 때 골키퍼를 제외한 나머지 10명을 그대로 선발로 내세웠다. 3차전 때는 단 3명(정승현, 박용우, 이기제)만 로테이션 됐다. 또 대표팀 핵심 선수인 손흥민(토트넘 홋스퍼)과 이강인(PSG)은 조별리그 3경기 연속 선발 풀타임을 소화했다.
핵심 선수들은 대회 후반까지 계속 기용하려면 로테이션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이지만 부상자가 속출하고 있다는 점은 클린스만 감독의 선택 폭을 제한시켰다.
또 클린스만호는 현재 핵심 선수 상당수가 '옐로 트러블'에 직면해 있다. 조별리그 3경기 동안 경고를 받은 선수는 무려 8명(조규성, 오현규, 손흥민, 이재성, 황인범, 박용우, 김민재, 이기제)이다.
대회 규정상 각기 다른 경기에서 경고 2장을 받은 선수는 한 경기 출장 정지를 받는다. 이 규정이 의미 없어지는 건 준결승부터이기에, 카드를 받은 8명의 선수들은 16강 혹은 8강에서 경고를 받으면 다음 라운드에 나설 수 없다.
그렇기에 조별리그 2차전 요르단전 때 경고를 받아 3차전을 결장하고 경고 없이 토너먼트에 임하는 '카드 세탁'을 들고 나올 가능성이 있었지만, 경기가 치열한 양상으로 흘러가면서 카드 세탁을 할 여유가 없었다.
특히 8강에서 만나게 되는 호주는 16강 인도네시아전에서 두 번째 경고를 받은 선수가 없어 100% 전력을 다할 수 있기에 한국은 로테이션을 통해 카드를 받는 상황을 방지하던가 아니면 최대한 반칙을 하지 않도록 지시할 수밖에 없다.
대회 시작 전 야심 차게 64년 만에 아시안컵 우승을 노리고 카타르에 입성한 클린스만호는 조별리그부터 힘겨운 싸움을 이어가더니 토너먼트 첫 경기부터 선수 기용으로 인해 머리를 감싸 쥐었다. 많은 어려움이 있지만 클린스만 감독과 태극전사들이 이를 극복하고 8강 진출에 성공할지 관심이 집중될 전망이다.
사진=연합뉴스
권동환 기자 kkddhh95@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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