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서 싸구려 음식…韓 설 선물 1위로 환골탈태 ‘스팸’
6.25전쟁 때 미군부대가 들여와
CJ제일제당 1987년 사업화…점유율 1위
민족의 대명절 설이 다가오면서 부쩍 많이 팔리는 먹거리 선물이 있다. 스팸이다. 양념 된 햄을 뜻하는 ‘조미 햄(SPiced HAM)’을 줄인 말로, ‘싸구려 음식’ 취급받던 미국에서와는 달리 한국에서는 가장 실용적인 명절 선물 중 하나로 자리 잡았다. 스팸의 지난해 말 기준 누적 판매량은 20억5000만개. 우리나라 국민 1인당 스팸 약 40개를 먹은 셈이다. 올해 말까지 누적 판매량은 21억개를 넘을 것으로 예상된다.
전투식량에서 시작한 스팸
스팸은 조지 호멜이 1891년 미국 미네소타주에서 설립한 정육 업체 ‘호멜 식품’에서 1937년 개발한 제품이다. 당시 인기 없는 부위인 돼지 목심을 소모하기 위한 방편으로 개발한 것이 제2차 세계 대전을 통해 군용 식량으로 전 세계에 보급되면서 널리 알려지게 됐다. 호멜은 전쟁 기간 약 1억 파운드 이상의 스팸이 군대 식량으로 공급됐다고 밝힌 바 있다.
스팸이 우리나라에 처음 들어오게 된 것도 1950년 6·25 전쟁 시기와 맞물린다. 당시 미군 부대는 휴대성과 보존성이 높은 스팸을 전투식량으로 삼았는데, 이는 우리 국민에게 선진국 병사들이 먹는 이른바 ‘고급 식자재’로 알려지는 계기가 됐다. 이후 우리 국민에게 본격적으로 스팸이 보급된 건 CJ제일제당(당시 제일제당)이 1987년 개발사인 호멜과 기술제휴를 맺은 뒤 판매·유통을 시작하면서다. 이후 CJ제일제당의 브랜딩 전략, 프리미엄 마케팅 전략 등에 힘입어 스팸은 전쟁 보급품 이미지에서 벗어나 서서히 명절 선물의 대표주자로 탈바꿈하기 시작했다.
韓 설 선물 1위 1987년 70억원 매출 10년 사이 7배 넘게 '껑충'우리나라에서 스팸 붐이 일게 된 건 1990년대 외환위기를 거치면서다. 한국 소비자들은 당시 경기 불황을 겪으면서 고급스러운 이미지를 잃지 않으면서도 가격이 저렴해 가성비가 좋은 스팸을 값비싼 한우나 인삼, 고급 위스키 대신 명절 선물로 주고받기 시작했다. 짭짤한 맛 덕분에 조미료를 따로 넣을 필요가 없고, 유통기한이 길어 보관이 쉬운 점 덕분에 인기를 얻었다.
CJ제일제당에 따르면 스팸은 출시 첫해인 1987년에만 무려 500t이 팔렸다. 금액으로는 70억원어치다. 이후 2002년 ‘따끈한 밥에 스팸 한 조각’이라는 문구를 쓰며 스팸이 간편한 밥반찬이라는 이미지를 만드는 데 성공하면서 판매량이 급격하게 늘었다. 2000년대 후반부터는 문화마케팅, 아웃도어 마케팅, 스타마케팅 등을 펼쳤다. 제품과 접촉하는 장소와 시점, 매개체 등 다양한 수단을 동원해 제품을 알린다는 취지였다.
스팸 매출액은 1987년 70억원에서 1997년 520억원으로 10년 사이 7배 넘게 늘었으며 2017년 3300억원, 2018년 4190억원, 2019년 4200억원, 2020년 4500억원, 2021년 4900억원을 달성했다. 시장점유율은 2017년부터 50%를 넘어서며 독보적인 1위다.
스팸의 최신 전략은 '고단백, 저칼로리'CJ제일제당은 스팸의 주요 구매자인 30·40대에서 10·20대까지 소비층을 넓히기 위한 노력을 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고단백·저칼로리 등 건강을 중시하는 트렌드에 맞춰 세계 최초로 닭가슴살로 만든 스팸을 선보였다. ‘스팸 닭가슴살’ 제품은 단백질이 풍부한 닭가슴살과 육질이 쫄깃한 닭다리살, 고소한 풍미의 닭껍질을 최적의 비율로 조합해 스팸만의 부드럽고 탄력 있는 식감과 맛을 구현했다. 이 제품의 100g 기준 단백질 함량은 17g으로, 200g 한 캔만으로 하루 영양성분 기준치의 60%를 섭취할 수 있다. 칼로리와 지방 함량도 낮아 비교적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다.
CJ제일제당 관계자는 “최근 나트륨, 당 등 특정 성분을 줄인 '로우 푸드(Low Food)' 트렌드에 부합하는 제품으로 세분화된 소비자 입맛을 공략하고 있다”며 “앞으로도 소비자 니즈와 눈높이에 맞는 다양한 제품을 선보이기 위해 젊은 세대와 소통하며 브랜드 인지도를 확대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문혜원 기자 hmoon3@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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