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선생님, 스마트폰만 꺼내세요” 라이프시맨틱스의 ‘세상에 없던’ 도전
발칙한 상상으로부터 비롯된 미래 의료 청사진
스마트폰만으로 피부암 진단 “오진 줄인다”
닥터앤서 2.0 SW 4개 “모두 국내 최초 도전”
점 하나로 생사를 가르는 병이 있다. 바로 ‘피부암’이다.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가장 흔하게 나타나는 피부암종인 ‘악성 흑색종’은 대개 피부에 검거나 짙은 갈색 반점으로 나타나 육안으로는 구분이 어렵다. 하지만 동네 피부과 등 1차 병원에서 검진을 하는 방법은 ‘육안’ 진단이 대부분이라 실수로 인한 오진의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일반 피부과에서도 의사 선생님들이 손쉽게 흑색종을 곧바로 진단해낼 수 있다면?”
라이프시맨틱스의 도전은 이런 발칙한 상상에서부터 시작됐다. 김응희 라이프시맨틱스 연구개발팀장을 필두로한 개발팀은 이러한 상상을 시작으로 국내 최초 스마트폰을 활용한 피부암 진단 보조 인공지능(AI) 소프트웨어(SW)를 개발했다.
라이프시맨틱스의 ‘피부암 감별 진단 보조 SW’는 피부암 의심 환자의 피부 병변을 스마트폰으로 촬영해 악성종양 혹은 양성종양 여부를 AI를 통해 감별하는 모바일 앱 형태 SW다. 대한민국 국민을 대상으로 발병 빈도가 가장 높은 ▲기저세포암 ▲편평세포암 ▲악성흑색종 등 악성 종양을 중심으로 AI 이미지 학습을 시켜 SW를 구축했다.
학습 데이터는 경북대학교, 영남대학교, 계명대학교 동산병원의 실제 피부암 환자 데이터로부터 추출됐다. 김응희 팀장은 “스마트폰뿐만 아니라 DSLR 카메라, 확대경 부착 스마트폰 등 다양한 환경에서 촬영된 이미지 데이터를 확보해 AI를 학습시켰다”며 “또 작위적인 이미지 보정, 좌우반전, 회전 등 변화된 이미지에 따라서도 정확한 진단을 도울 수 있도록 AI 모델을 확충했다”고 설명했다.
해당 SW는 기관 확증 임상 시험을 거쳐 규제기관의 인허가를 받은 실제 의료기기라는 점에서도 특징적이다. 기존 스마트폰을 활용한 피부암 감별 앱은 일반인들이 가정에서의 촬영을 통해 ‘가능성’을 진단했다면 라이프시맨틱스의 SW는 임상의를 도와 실제 암종 양성 여부에 대해 판별할 수 있게 대발된다.
현재 이 SW는 병원 내 확증 임상시험에 필요한 데이터 확보 및 무결성 검증을 마치고 의료기기 판독 등 병원 내 임상시험의 마지막 과정 진행 중에 있다. 김응희 팀장은 “이르면 2월 말 또는 3월 초, 1분기 내 의료기기로서 품목 허가 신청을 할 예정”이라며 “이후 국내 6개 의료기관에서 실증 임상까지 진행해 성능을 더 고도화한다는 방침이다.
닥터앤서 2.0 SW 4개 임상 순항…”모두 최초 시도“
피부암 감별 진단 보조 SW는 라이프시맨틱스가 정부 과제인 ‘닥터앤서 2.0’을 통해 수행하고 있는 프로젝트 중 하나다. 닥터앤서 2.0은 12개 질환에 대한 24개 AI 기반 정밀 의료 솔루션 및 SW 개발을 위한 국가지원사업이다. 라이프시맨틱스는 이 중 ▲피부질환 ▲고혈압에 대해 각각 2개의 SW를 개발 중이다.
피부질환에서는 앞선 피부암 감별 진단 보조 SW 이외에도 ‘모발밀도 분석 SW’가 있다. 이 역시 스마트폰 카메라를 활용한 모바일 앱으로 확대경을 부착한 스마트폰을 통해 면도한 두피 이미지를 분석해 모발 밀도를 분석할 수 있다. 분석 결과는 모발 이식 등 수술의 성공 확률을 높이는데 활용된다.
고혈압에 대해서는 ▲혈압 예측 SW ▲합병증 예측 SW가 있다. 혈압 예측 SW는 과거 8주 가정 혈압 기록을 바탕으로 향후 4주간의 혈압 추이를 예측하는 AI를 탑재했다. 합병증 예측 SW는 과거 임상 기록을 토대로 향후 5년간 해당 환자의 고혈압 합병증 발생 여부를 예측해주는 AI다.
김응희 팀장은 ”만성질환 치료는 환자의 예후관리가 매우 중요하다“며 ”의료진에게 환자의 과거 데이터 분석뿐만 아니라 미래 데이터, 미래 발생할 정보까지 진단 근거로 제공한다면 보다 효율적인 치료계획을 세울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한다“고 말했다.
주목할만한 점은 4개의 SW 모두 국내에서는 최초로 시도되는 분야라는 것이다. 김응희 팀장은 ”SW 개발과 인허가에 앞서 규제기관에 우리가 개발할 SW에 대한 분류 품목 질의를 했는데 관련 카테고리가 없어 세부항목을 처음 만들어내기도 할 정도로 최초의 시도“라며 ”임상시험 계획 면에서도 식품의약품안전처와 협의를 거치며 기존 의료기기보다 훨씬 더 보수적인 수치로 가이드라인을 잡는 등 인허가 과정 측면에서도 최초의 시도가 계속 있었다“고 설명했다.
라이프시맨틱스는 ▲피부암 감별 진단 보조 SW ▲모발밀도 분석 SW ▲혈압 예측 SW에 대해 올해 1분기 내 의료기기 품목 허가를 신청할 계획이다. 고혈압 합병증 예측 SW는 현재 임상시험 계획서 제출을 위한 보완 과정에 있는 상태며 확증 임상 이후 2분기경에 품목 허가 신청을 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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