캠프 앞두고 전략 세미나까지 진행했는데...'김종국 감독 직무정지'로 혼란에 빠진 KIA

유준상 기자 2024. 1. 29. 05: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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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엑스포츠뉴스 유준상 기자) 지난해 정규시즌을 6위로 마감한 KIA 타이거즈는 중위권 이상을 목표로 잡고 그 어느 때보다 바쁜 겨울을 보냈다. 주전급 선수들이 대거 참가한 마무리캠프부터 2차 드래프트, 외부 영입 및 기존 선수 계약 등 많은 과제를 하나씩 풀어나갔다.

어느 팀이든, 혹은 단장이든 스토브리그를 100% 완벽하게 마치는 건 쉽지 않다. 그래도 KIA는 전력 누수를 최소화하는 데 노력을 기울였다. 결과적으로 외국인 투수 두 자리가 모두 바뀐 것을 제외하면 지난해와 비교했을 때 전력에 큰 차이가 없다.

계약 기간 마지막 시즌을 앞두고 있던 김종국 감독으로서도 결과물을 내고 싶은 마음이 컸다.

2021년 12월 3년 총액 10억 5000만원(계약금 3억원·연봉 2억 5000만원)의 조건에 제 10대 감독으로 부임한 김종국 감독은 프로 데뷔 때부터 타이거즈에서만 뛴 '원 클럽맨'으로 관심을 모았다. 또한 선수뿐만 아니라 코치로도 선수들과 자주 소통했던 만큼 팀 내부에서는 선수단에 대한 이해도 및 리더십 측면에서 높은 평가를 받았다.

김종국 감독 부임 첫해였던 2022년, KIA는 70승1무73패(0.490)로 5할 승률 진입에 실패했다. 하지만 시즌 후반까지 이어진 5강 경쟁에서 살아남으면서 정규시즌을 5위로 마감했고, 5개 팀 중에서 가장 마지막으로 포스트시즌 진출을 확정했다. KT 위즈와의 와일드카드 결정전 결과는 2-6 패배.

2년 연속 가을야구를 정조준한 KIA는 지난해 부상자 속출로 어려움을 겪었다. '완전체'로 경기에 임한 게 전체 경기의 절반도 채 되지 않았다. 9월 초 9연승으로 막판 스퍼트에 나선 KIA는 정규시즌을 6위로 마치면서 가을야구에 초대받지 못했다.

그렇게 두 시즌이 지나갔고, 김종국 감독은 계약 마지막 시즌을 앞둔 상황이었다.

지난해 아픔을 겪은 선수들은 도약을 꿈꾸고 있었다. '최고령 비FA 계약'의 주인공인 외야수 최형우는 "확실한 게 한 가지 있다. 올해부터는 우리 팀이 잘할 것 같다. 이전과는 다르게 올핸 기대감이 엄청 크다. 이전에는 후배들이 다듬어지지 않은 상태였는데, 이제는 2~4년 정도 쌓였고 많이 성장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재활에 한창인 내야수 김도영은 "기록에 대한 목표를 갖고 있진 않다. 풀타임으로 시즌을 뛰고 싶다는 목표를 2년 연속으로 이루지 못했기 때문에 올핸 그걸 꼭 이루고 싶다. KIA가 높은 곳으로 올라갈 수 있도록 많이 응원해 주시면 좋겠다"며 포스트시즌 진출에 대한 의지를 드러냈다.

올겨울 총액 1억 2000만원(연봉 5000만원·옵션 7000만원)에 KIA와 계약한 '이적생' 서건창도 "입단 당시 심재학 단장님께 '우승하고 싶다'고 했다. 강팀의 일원이 돼 매우 기쁘고, 팀이 필요한 부분에 보탬이 되고 싶은 마음"이라며 개인 성적보다 팀 목표를 강조했다.

스프링캠프 장소도 달라졌다. 지난해 미국 애리조나(1차)와 일본 오키나와(2차)에서 스프링캠프를 치른 KIA는 1차 캠프 장소를 호주 캔버라로 변경했다. 따뜻한 날씨와 원활한 시차 적응 두 가지 요소가 선수들의 훈련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판단했다.

KIA는 스프링캠프 준비에 힘을 쏟았다. 지난 22일 광주-KIA챔피언스필드 대회의실에서 2024시즌 코칭스태프 전략 세미나를 실시했다. 이 자리에는 최준영 대표이사를 포함해 심재학 단장, 김종국 감독, 1군·퓨처스·잔류군 코칭스태프, 트레이닝 코치, 프런트(팀장) 등 총 28명이 참석했다. 이때까지만 해도 분위기는 평화로웠다.

KIA는 이날 세미나를 통해 지난 시즌 리뷰 및 올 시즌 운영 준비 및 목표 설정의 시간을 가졌으며, 올해 새롭게 도입되는 제도에 대해 논의하기도 했다. 세미나에 참석한 김종국 감독은 "우리 팀이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 서로의 생각을 공유하고 의견을 나눈 점에서 큰 성과가 있었다고 생각한다. 지난 시즌은 아쉽게 마무리했지만, 올 시즌은 우승을 목표로 스프링캠프부터 준비를 단단히 하겠다. 큰 응원을 보내주시는 타이거즈 팬분들께 항상 감사드리고, 성원에 보답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이후 26일 연봉 재계약 대상자가 모두 도장을 찍었고, 이튿날에는 스프링캠프 참가 명단이 발표됐다. 사실상 선수단이 호주행 비행기에 탑승할 일만 남은 상태였다. 하지만 호주 출국을 사흘 남겨두고 있던 28일, KIA 구단은 김종국 감독에게 직무정지 조치를 내렸다. 야구계 전체가 발칵 뒤집혔다.

KIA는 제보를 통해 김 감독이 수사당국의 조사를 받고 있다는 것을 확인한 뒤 27일 면담 자리에서 이를 최종 확인했고, 수사가 진행되는 동안 감독으로서 직무를 정상적으로 수행할 수 없다고 판단해 직무정지 조치를 내리게 됐다. KIA 관계자는 "현재 검찰에서 금품 수수와 관련한 수사가 진행 중"이라고 말을 아꼈다.

누구보다도 당황스러운 건 KIA 구단이다. 심재학 단장은 "27일 김종국 감독을 만난 뒤 검찰 조사를 받았다는 걸 들었고, 구단은 그때 (수사 사실을) 인지하게 됐다. 결과가 나오고 이런 상황이 아니다 보니까 일단 감독이 정상적으로 캠프에 참가할 수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급하게 회의를 한 뒤 직무정지 결정을 내리게 됐다"고 현재 상황을 설명했다.

또 심 단장은 "제보를 통해서 듣게 됐고, 금품 관련 수사인 것 같다. 주말이다 보니 우리 입장에서 뭔가를 할 수는 없지만, 29일부터 빠르게 움직여서 알아봐야 할 것 같다. 머리가 아프다"고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KIA는 사령탑 없이 시즌을 준비해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2월 1일부터 3월 6일까지 캔버라 나라분다 볼파크(Narrabundah Ballpark)와 일본 오키나와 킨 구장에서 스프링캠프 일정을 소화한다. 감독의 최종 거취는 수사 상황을 지켜본 후 결정할 예정이며, 1군 스프링캠프는 진갑용 수석코치 체제로 진행할 계획이다. 심재학 단장은 "시즌 전까지는 뭔가 결과가 나오지 않을까. 일단 캠버라 캠프는 수석코치 체제로 간다. 당분간 수사 상황을 지켜볼 것"이라고 귀띔했다.

'디펜딩챔피언' LG 트윈스의 대항마로 거론될 정도로 주목받은 KIA가 예상하지 못했던 변수와 마주하면서 어수선한 분위기로 스프링캠프를 시작하게 됐다.

사진=엑스포츠뉴스 DB, KIA 타이거즈

유준상 기자 junsang98@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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