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거래술…방위비 등 '돈 드는 일'은 그를 못말린다 [트럼프포비아 긴급 점검]
" “백악관으로 돌아가는 첫 날, 미국의 국익을 최우선시 하는 외교 정책을 부활시키겠습니다.” "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지난해 발표한 자신의 공약집 ‘아젠다47’에서 “우리는 (안보 분야에서) 바보같이 돈을 많이 썼고 아주 비싼 대가를 치르고 있다”며 이처럼 밝혔다.
일찍이 미국을 좀먹는 존재로 “세계주의자들(globalists)”을 지목한 트럼프는 재선 시에도 외교·안보 사안마다 손익 계산서를 두드릴 가능성이 크다. 북핵을 떠안고 있는 한국의 안보 비용이 증가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부자 나라' 韓 또 타깃되나
2017년 11월 처음 방한한 트럼프가 헬기를 타고 평택 미군기지인 ‘캠프 험프리스’를 내려다보며 “한국이 왜 기지 건설비를 100% 부담하지 않았느냐”고 질문한 건 유명한 일화다. 캠프 험프리스 건설비의 92%를 한국이 부담했지만, 그의 머리 속엔 이미 ‘무임승차’가 깊게 박혀 있었다.
트럼프는 실제 한국에 기존 분담금의 5배가 넘는 50억 달러(약 5조원)의 분담금을 요구했다. 진퇴를 거듭하던 협상 끝에 정부는 결국 바이든 행정부가 들어선 뒤에야 2021년 3월 11차 SMA 협상을 타결할 수 있었다.
정부가 차기 방위비 협상을 서두르는 것도 이 때문이다. 현 협정의 유효기간은 2025년으로, 전례대로라면 내년 초쯤 협상이 시작되는 게 자연스럽지만, 정부는 올해 안에 협상을 마무리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하지만 대선 전에 방위비 협정을 타결한다고 해도 ‘트럼프 리스크’를 완전히 피해갈 수 있는 건 아니다. 양자 협정인 이상 한 쪽이 파기하겠다고 나서면 막기는 힘들기 때문이다.
확장억제 틀도 흔드나
양 측은 워싱턴 선언을 근거로 창설된 핵협의그룹(NCG)에서 상반기 중 한반도 유사시 미 핵전력 운용에 한국의 제도적 참여를 보장하는 가이드라인을 만들기로 했다. 하지만 이를 제도화한다 하더라도 법문화가 아닌 이상 역시 트럼프가 대통령이 된 뒤 무시하는 게 가능하다.
이와 관련, 트럼프 재선 시 한국이 방위비를 통해 비용을 부담하지 않는 항목인 전략자산 전개나 한ㆍ미 연합훈련 비용 등을 청구할 가능성에도 대비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그의 협상팀은 재임 시절 방위비 협상 과정에서 전략자산 전개 비용의 분담을 끈질기게 요구했다.
주한미군 철수? 역할 변경?
‘워터 게이트’ 특종기자로 유명한 밥 우드워드도 2020년 발간한 저서 『격노』에서 “트럼프가 2017년 6월 백악관 회의에서 '미국은 한국을 지키려 병력 3만명 주둔 비용을 낸다'며 불만을 표했다”고 썼다. 당시 트럼프는 “한국에서 정말 떠나고 싶다. 우리는 모두가 털고 싶어하는 돼지저금통(piggy bank)”이라고 말했다고 한다.
그러나 주한미군의 하한선을 2만 8500명으로 명시한 국방수권법이 존재하는 한 의회의 동의 없이는 일방적 철수나 감축이 불가능하다.
다만 그럼에도 트럼프가 이를 계속 주장하거나 다른 협상에서 카드처럼 사용해 한국을 압박할 우려도 있다. 이와 별개로 대만 해협을 둘러싼 미ㆍ중 간 긴장 고조에 따라 미국이 주한미군의 역할을 변경하는 흐름은 막기 힘들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트럼프 4년 이미 겪은 게 자산”
다만 전문가들은 4년 전에 비해 한국도 훨씬 노련해졌다고 지적한다. 서정건 경희대학교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최근 ‘미국 대선 전망과 우리의 대응’ 보고서에서 트럼프의 재등장이 미칠 영향과 관련해 “어느 것 하나 만만한 주제가 아니지만, 우리에게도 트럼프 4년을 겪어본 만만치 않은 경험이 있다”고 강조했다. “대부분 현안은 바이든의 재선 상황에서도 똑같이 숙고해봐야 할 사안들”이라면서다.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도 “이전과 명백한 차이는 우리가 트럼프의 4년을 경험해봤고, 그가 무엇을 하려는지 이미 알고 있다는 점”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트럼프의 특징은 ‘주고 받기’식 거래이기 때문에, 내줄 건 내주되 우리가 국방·안보 측면에서 원하는 걸 충분히 받아낼 수도 있다”고 말했다.
박현주 기자 park.hyunj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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