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맥 써서 프로 보내줄게"…학부모 수천만원 뜯은 축구팀 감독
자녀를 프로구단에 입단시켜 주겠다고 속여 학부모에게 수천만 원을 받아 챙긴 혐의로 기소된 전직 대학 축구부 감독이 실형을 선고받았다.
서울동부지법 형사4단독 이민지 판사는 사기 혐의로 재판을 받아온 충북 소재 4년제 대학의 전직 축구부 감독 이모씨에 대해 지난 18일 징역 8월형을 선고했다.
이씨는 지난 2017년 학부모 A씨를 상대로 “모 구단에 인맥이 있어 힘을 쓰면 연봉 최소 약 3000만원에 3년 계약 조건으로 입단시킬 수 있다”고 속여 5000만원을 챙긴 혐의를 받는다. 그는 “프로구단에 인사치레 명목으로 돈을 줘야 한다”고 이유를 댔다.
판결문에 따르면, A씨는 제안을 받은 지 일주일 만에 이씨 계좌로 5000만원을 보냈다. 이씨는 돈을 받은 뒤 “구단 측이 (입단) 진행을 잘해줄 거니까 걱정 안 해도 된다”, “코치가 알고 있다” 등의 말로 A씨를 안심시켰다. 하지만 경찰 조사 결과, 이씨가 언급했던 구단 수석코치 등은 A씨의 자녀를 추천받은 사실이 없던 것으로 드러났다. 구단 관계자들은 경찰에 “선수 선발은 감독의 권한”이라고 진술했다.
이씨는 재판 과정에서 “A씨 자녀의 취업을 알선할 목적으로 돈을 받은 것은 사실이지만, 프로구단에 돈을 줘야 한다고 말하진 않았다”며 “인맥을 이용해 구단 사람을 만나 입단시키기 위해 노력했기 때문에 사기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법원은 “이씨가 구단 관계자들을 만나는 등 노력하는 명목으로 돈을 요청했다면 A씨가 주지 않았을 것으로 보인다”며 이씨가 A씨 자녀를 구단에 입단시킬 능력이 없었던 점 등을 고려하면 고의로 속여 돈을 받아낸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특히 법원은 이씨가 돈을 받기 전 “미리 언제 (입금을) 해줄지 확실하게 말해줘야 그쪽(구단)이랑 약속을 잡아서 바로 움직일 수 있다”고 하거나, 입금 뒤 “그쪽에서 확실하게 (입단) 약속을 해줬다”고 말했던 점에 주목했다. 또 수사 과정에서 이씨가 A씨에게 “5000만원을 빌린 것처럼 진술해달라”고 부탁한 것 역시 유죄 판단의 근거가 됐다.
법원은 “이씨가 범행을 부인하며 반성하지 않고, 피해 회복을 위해 별다른 노력을 하지 않았다”며 “다만 A씨도 자녀의 취업 청탁이라는 부정한 목적으로 돈을 준 점을 고려했다”고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박종서 기자 park.jongsuh@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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