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현진 습격한 중학생…교실서 이상행동 해도 별 방법 없다
배현진 국민의힘 의원을 습격한 중학생 A군(15)이 우울증 등을 앓았다는 주장이 나오면서 정신건강 고위험군 학생 관리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마음 아픈 아이들, 도와주고 싶지만…”
앞서 경찰은 A군에게 지난 26일 새벽 응급입원 조치를 했다. 응급입원은 정신질환자로 추정되는 사람이 자신이나 다른 사람에게 해를 끼칠 위험이 있고, 정상적으로 입원시킬 여유가 없을 때 내려진다. A군은 “최근 우울증 증상이 심해져 폐쇄병동에 입원하라는 지시를 받았다”는 취지의 진술을 했다고 한다. 또 “A군이 일반 학생들을 스토킹하고 콩알탄을 던지는 등 평소 불미스러운 일들을 많이 일으켰다”는 동급생들의 주장도 나오고 있다.
사고 경위에 대한 경찰의 최종 결론은 나오지 않았지만, 일부 교사들은 “A군처럼 정신질환을 가진 것으로 추정되는 학생들이 교실에서도 종종 눈에 띈다”며 걱정스러워 하고 있다. 안민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공개한 교육부의 ‘학생정서·행동특성검사 현황’에 따르면 지난해 검사를 받은 학생(173만1596명) 중 4.8%(8만2614명)가 ‘관심군’, 1.3%(2만2838명)가 ‘자살위험군’이었다.
교사들은 급우와 싸움이 잦거나 일기 등에 분노가 가득한 메모를 남기는 폭력적인 성향, 지나친 자학이나 우울감 등을 위험 신호로 들었다. 서울의 한 초등학교 교사는 “초등 6학년 학생 중 일상적인 대화가 안 되는 친구가 있었다. 말을 걸면 싸움으로 받아치고 수업 시간에도 큰소리를 내며 벽을 치고 책상을 발로 차는 식이었다”며 “감정을 발산하거나 갈등을 해결하는 법을 전혀 모르는 것 같았다”고 말했다. 또 다른 초등교사는 “고학년 여학생이 상담 중 학부모 학대와 방치로 인한 우울증 증상을 보였지만, 학부모 반대로 병원에는 가지 못했다”고 회고했다. 그는 “그 학생이 상급학교로 진학 후 마약 투약 등 강력범죄를 저질러 경찰 수사를 받는다는 얘기를 들었다”고 안타까워했다.
치료 전 넘어야 할 산, 학부모 동의
교육부의 ‘학생정서·행동특성검사 2022년 결과보고서’에 따르면 연계 치료가 필요한 정신건강 위기학생의 80%가 “학생과 학부모 치료 거부 때문”에 치료를 받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교육계에서 “학부모 동의 없이도 진단과 치료가 가능한 체계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오는 이유다. 조성철 한국교총 대변인은 “학부모 입장에서는 자녀에 대한 ‘낙인’이 두렵고 정신적 문제를 인정하기도 어렵다는 건 이해하지만, 교실의 안전과 다른 아이들의 학습권과 교권을 보호하려면 아이가 적절한 진단과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판단할 권한을 교사와 학교에 부여해야 한다”고 말했다.
교육부 관계자는 “지난해 학교폭력 종합대책과 정신건강 정책 혁신 방안을 발표하면서 관련 법 제정을 추진하겠다고 했으며 보호자의 동의 부분에 대한 고민도 포함돼 있다”고 말했다.
최민지·서지원 기자 choi.minji3@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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