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포커스] 미묘하고 복잡한 대만 민심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대만의 16대 총통 선거는 통일 대 독립, 친중 대 친미, 심지어 미·중 대리전이라는 양극단의 대립적 논쟁이 부각되면서 국제사회의 이목이 쏠렸다.
대만 국민은 중국의 강압에 저항하지만 그렇다고 반중·친미 일변도도 경계하고 있다는 메시지도 전했다.
국제사회는 미·중 대립과 경쟁이라는 강대국 중심 논리에 매몰돼 정작 대만 민심의 복잡한 속내를 간과했다.
대만 문제가 지닌 역사성과 복잡미묘한 속성, 견제와 균형을 선택한 대만의 민심, 미·중 양국이 직면한 국내외의 현안 등 종합적으로 예의주시해야 한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대만의 16대 총통 선거는 통일 대 독립, 친중 대 친미, 심지어 미·중 대리전이라는 양극단의 대립적 논쟁이 부각되면서 국제사회의 이목이 쏠렸다. 그런데 세간의 논란에도 불구하고 정작 대만 국민의 선택은 현명하고 냉철했다. 대만 국민은 민진당의 라이칭더 후보를 선택했지만 득표율은 40.05%로 과반에도 못 미쳤다. 대만 국민은 오히려 제3당인 민중당 후보에게 26.46%라는 예상 밖의 지지를 보냈다. 입법위원 선거에서도 민진당은 국민당(52석)보다 적은 51석을 확보하는 데 그쳤다. 대만 국민은 이분법의 대립 프레임에 휘둘리지 않고 고심 끝에 여소야대의 견제와 균형을 선택했다. 중국과의 통일을 원하지 않지만 독립이라는 모험도 견제하고자 했다. 대만 국민은 중국의 강압에 저항하지만 그렇다고 반중·친미 일변도도 경계하고 있다는 메시지도 전했다.
국제사회는 미·중 대립과 경쟁이라는 강대국 중심 논리에 매몰돼 정작 대만 민심의 복잡한 속내를 간과했다. 국제사회의 요란하고 과장된 해석에도 대만 국민은 자신들의 민생과 생존 문제에 집중하면서 최대한 균형을 선택했다. 대만 국민은 이미 1990년대 중반 이후 자신들의 정체성을 중국인에서 대만인으로 전환하기 시작했다. 2023년 기준으로 대만 국민 62.8%가 자신을 대만인이라고 응답했고, 30.5%는 대만인이면서 중국인이라는 이중 정체성을 갖고 있다고 했다. 대만인들이 빠르게 탈중국화하고 있다. 그러면서도 적지 않은 대만인이 정체성의 혼란을 겪고 있다. 대만의 대중국 수출 의존도는 감소 추세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40%를 넘는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요컨대 대만인들은 통일을 원하지 않지만 독립도 현실성이 없다는 것을 명확하게 이해하고 있다. 실제로 대만인 88.1%가 통일도 독립도 아닌 현상 유지가 불가피한 선택이라는 것을 인지하고 있다.
대만 정치인들도 선거에 미·중 경쟁이라는 대외변수를 이용하려는 유혹에 빠졌다. 그러나 정작 민심은 현혹되지 않은 채 제3당인 민중당에 대한 높은 지지를 통해 민생에 더 집중해야 한다는 견제구를 보냈다. 대만 선거는 민심이 정치인들을 올바른 방향으로 견인할 수 있다는 교훈을 주었다.
대만 민심의 현명한 견제와 균형적 선택이 나비효과를 발휘해서 대만해협의 긴장도 완화할 수 있다는 기대를 하게 한다. 선거 직후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일성은 “대만 독립을 지지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라이칭더 당선자에게는 ‘대만 독립’ 의지를 제어하는 한편 중국의 군사 행동을 억지하고자 하는 신중한 메시지다. 물론 미국이 대만에 대한 정치적 지지와 안보 공약을 더욱 굳건하게 하려는 복선이기도 하다. 미·중 양국에 대만 문제는 궁극적인 해법이 없는 익숙한 난제이기에 갈등이 위기로 고조되면 결국 현상 유지라는 묵시적 타협점을 모색해 왔다. 그렇지만 미·중 양국 모두 대만이 지닌 강력한 지정학적, 지경학적 가치로 인해 영향력 경쟁을 지속할 수밖에 없는 것도 현실이다.
새해 벽두부터 한반도 정세가 불안정하다. 미·중 경쟁, 북한의 거친 도발에 직면한 한국에 대만 문제마저 중요한 외교·안보 과제가 되고 있다. 한국이 대만 문제에 대해 어떤 역할과 입장을 선택할 것인지에 대해 정교하고 치밀한 전략과 메시지 준비가 중요해지고 있다. 대만 문제가 지닌 역사성과 복잡미묘한 속성, 견제와 균형을 선택한 대만의 민심, 미·중 양국이 직면한 국내외의 현안 등 종합적으로 예의주시해야 한다. 한국의 입장과 메시지가 과대 해석돼 불필요한 갈등으로 확장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는 미국, 중국, 대만과의 전방위적인 긴밀한 전략적 소통도 중요해지고 있다.
이동률 동덕여대 중어중국학과 교수
GoodNews paper ⓒ 국민일보(www.kmib.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Copyright © 국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합정역 ‘맹금류 사진’ 비둘기 쫓아낼까… “사진 큰 위협 안돼”
- “무임승차는 당명이든 지하철이든 곤란” … 이준석 ‘개혁미래당’에 발끈
- KIA, 전훈 이틀 전 김종국 감독 직무정지… ‘금품수수 의혹’
- 北 중학교 교사가 체제 전복 시도?… ‘자유 갈망’ 정당 결성도
- “가장 우울한 국가 여행”… 한국 방문 美 작가가 본 원인
- “야놀자서 ‘설날 매진 기차표’ 우회구매 가능” 주장 논란
- “사장 선물 사게 돈 걷으랍니다”… 중소기업 ‘곗돈’ 논란
- 조민 “억울했다… 의사 꿈 이룬 건 온전히 노력의 결과”
- ‘피습’ 배현진 퇴원… “이러다 죽겠구나 공포 느껴”
- 서울 직장인 ‘상위 0.1% 연봉’은 14억… 20%는 1.2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