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양승태 1심 무죄판결…검찰·정치권도 반성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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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정부와 검찰이 합작한 무리한 수사의 결과
사법의 정치화는 그만…법원 정상화 서둘러야
이른바 ‘사법농단 사건’의 정점에 있는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1심 법원에서 무죄판결을 받았다. 재판부는 양 전 대법원장에게 제기된 직권남용 등 47개 범죄 혐의를 단 하나도 인정하지 않았다. 검찰이 헌정 사상 처음으로 전직 대법원장을 구속하며 사회적 충격을 안겨줬던 사건이란 점을 고려하면 의미심장한 결과다. 법원의 선고 직후 검찰은 “판결을 면밀하게 분석해 항소 여부를 결정하겠다”는 입장을 냈다. 법적인 최종 판단은 상급 법원이 하겠지만, 검찰은 애초부터 수사와 기소가 무리했던 건 아닌지 깊이 있게 반성해야 한다.
이번 사건 수사가 본격적인 궤도에 오른 건 2018년 9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문재인 대통령은 사법부 70주년 기념식에 참석해 사법농단과 재판 거래 의혹을 반드시 규명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명수 대법원장은 “적극 협조하겠다”고 호응했다. 그 자리에는 문무일 검찰총장도 있었다. 입법·행정·사법부의 삼권분립 원칙을 헌법정신으로 채택한 우리 헌정사에서 매우 이례적인 장면이었다.
이후 검찰은 양 전 대법원장을 비롯한 사건 관계자들을 샅샅이 조사했다. 당시 수사 지휘를 맡은 건 윤석열 서울중앙지검장과 한동훈 서울중앙지검 3차장이었다. 결국 고위 법관 14명이 재판에 넘겨졌지만, 이 중 하급심에서 유죄판결을 받은 건 두 명뿐이었다. 이른바 ‘적폐 청산’을 내세워 삼권분립의 한 축인 사법부를 온통 들쑤셔 놓은 것에 비하면 초라하기 짝이 없는 성적표다. 검찰은 정치적 구도에 맞춰 무리한 수사를 펼치며 자신들의 존재감을 과시하고 기득권을 지키려 했던 건 아닌지 돌아봐야 한다.
그 틈을 타고 ‘사법의 정치화’가 극심해졌다. 내부 고발자를 자처하던 일부 판사들은 문재인 정부의 청와대로 가거나 더불어민주당 공천을 받아 국회의원 배지를 달았다. 전임 김명수 대법원장 체제에서 정권과 코드가 맞는 판사들이 법원의 요직을 차지하는 일도 벌어졌다. 재판 지연과 판사의 정치 성향 노출은 국민의 사법 불신을 부채질했다. 그러는 사이 사법부의 독립성과 신뢰성은 땅에 떨어졌다. 국민의힘과 민주당은 이번 판결에 대해 공식 논평을 내지 않았다. 양쪽 모두 이번 판결이 계면쩍기 때문일 것이다. 정치권 역시 깊은 성찰이 필요하다.
공정하고 신속한 재판을 받을 권리는 민주주의 사회의 핵심 가치다. 지난해 12월 취임한 조희대 대법원장으로선 사법부 정상화를 위한 막중한 책무를 안고 있다. 사법부의 독립성을 확고히 세우면서 재판 지연의 문제를 시급히 풀어야 한다. 특히 다시는 정치권력 등에 의해 삼권분립 원칙이 훼손되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한다. 사법부의 독립성 침해와 편향성 논란은 특정 집단뿐 아니라 국민 모두의 불행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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